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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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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01. 2021

내 마음 빛이 안 보여

이런 내가 좋은데

가끔 마음 빛이 탁해서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오전부터 출장으로 바쁜 중에 이상하게 내내 멍했다. 난 늘 무언가 몰입하고, 파도치는 사람인데 왜 이리 잔잔할까. 이유도 알지 못한 체 하루가 지나버렸다.


푸른 하늘에 동동 떠가는 하얀 구름, 바람에 파르르 흔들리는 나뭇잎, 햇빛에 반사되어 별처럼 반짝이는 강물까지. 차장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평소 같으면 무심히 흘려버렸을 텐데.


나는 이럴 때 내가 좋다. 마치 꽉 찬 풍선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서 푸시식 바람 빠진 듯 헐렁한 모습. 앞 유리에 비친 몹시 쳐진 눈꼬리 좀 보소.


그런데, 내일 부모님 모시고 갈 산소, 내야 할 원고, 고장 난 서랍을 고치러 오는 인테리어 사장님 생각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그런 생각들 하기 싫어. 고개를 마구 저으며 풍경 속으로 눈을 돌리지만, 어느새 머릿속을 가득 채운 복잡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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