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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Sep 29. 2021

스트릿 우먼 '감동' 파이터

프로그램에서 삶의 진리를 배우다.

시곗바늘이 9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아직 내 손에는 미쳐 마무리하지 못한 서류들이 잔뜩 있었다. 어떡하지. 그러면서 손은 이미 책상 정리를 시작했다. 더는 지체하면 안 되었다.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 무사히 탑승했다. 콩콩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집에 도착했다. 씻고 잠시 아내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는 얼른 침대로 향했다. 핸드폰을 거치한 후 누워서 tiving을 켰다.


오늘은 무려 2주간이나 기다린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방영되는 날이었다. 추석 때 우연히 보기 시작하다가 그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어느새 4화까지 정주행을 하였다.


제목처럼 길에서 여성들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춤으로 배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8팀의 개성 넘치는 댄서들이 각자만의 춤 솜씨를 뽐내고, 일대일 대결도 하고 그룹 미션도 수행해야 했다. 각 팀마다 춤을 제일 잘 추는 리더도 한 명씩 있었다.


처음엔 제대로 걸스 힙합을 보여준 Cocan Butter 팀과 Holy Bang 이란 팀에 눈이 갔다. 그저 보면서 멋있다란 생각이 절로 났다. 더구나 두 팀의 리더인 허니제이와 리헤이가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었고, 어떤 이유로 헤어지게 되어 사이가 좋지 못한 스토리까지 있어 흥미로웠다. 둘이 춤 배틀을 한 후 서로를 인정하고 껴안는 장면에서 눈물까지 쏟았다. 이런 주책없이.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눈이 다른 곳을 향했다. '환불 원정대' 안무가로 유명한 아이키가 이끄는 Hook이란 팀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 카리스마 넘치는 다른 팀과 달리 아이키 말고는 앳돼 보이는 팀원들로 크게 관심 가지 못했다. 더구나 리더 아이키한테 선생님이란 호칭을 하는 것으로 보아 스승과 제자 사이 같았다. 그래서일까. 첫 회에는 카메라 속에서도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를 생각해 보니 리더 아이키의 리더십과 팀원들의 성장이었다. 팀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리더의 역량이 중요했다. 그만큼 부담도 컸으리라. 그래서 어느 팀 같은 경우는 리더가 날카로운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해는 되었다. 지면 탈락할 수도 있으니깐. 하지만 아이키는 달랐다. 배틀에서 진 팀원이 고개 숙이며 미안한 모습을 보일 때, 갑작스레 마이크를 들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최고였다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또한 단체 미션에서 자칫하면 자신에게 쏠릴 수 있는 상황에서 팀원들과 똑같이 분장하며 시선을 나눴다. 평가자의 극찬도 받았다. 오히려 나를 낮춰서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 절정은 5화였다. 기존 팀원 외에 다른 팀원을 영입하여 20~ 50명이 함께 춤을 추는 초대형 퍼포먼스였다. 각 팀의 리더들은 팀원을 추가로 영입하고, 춤까지 짜야하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순간에도 아이키는 빛이 났다. 상황 상황마다 팀원들을 격려하고 다독였다. 반복되는 실수로 자신감을 잃으면 옆에 다가가 오히려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 말은 강한 힘이 되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화면에서도 느껴졌다.


Hook은 팀원으로 걸그룹 소녀시대로 유명한 수영을 영입했다. 주변에서도 모두 그쪽으로 시선이 쏠릴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그러려고 영입했죠"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멋졌다. 그리곤 현명하게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냈다. 확실히 수영을 주목하게 만들고, 곧바로 다른 쪽에 힘을 주어 골고루 분배를 했다. 평가자였던 황성훈도 이점에서 최고점을 주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처음엔 춤에 빠져 보게 되었던 프로그램에서 이제는 리더 아이키가 팀원에게 행하는 따스한 리더십에 반하고 있다. 어느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는 실전 기술을 고수에게 전수받는 느낌이다.


여기서 새삼 깨닫게 되는 진리, 삶은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벌써 다음 화가 몹시 궁금하다. Hook은 또 얼마나 성장할까. 그리고 누가 탈락의 고배를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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