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첫번째 글인 "책쓰는 프로그래머가 되는 법"의 1부에 해당하는 "제.안.하.자"의 거의 마무리 부분입니다. 6화에서는 타겟 분량에 대해서 얘기하고 7화에서 예상 일정에 대한 이야기까지하면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정하게 되면 내 책은 과연 '몇 페이지'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덜컥 계약을 하고나서 쓰다보면 분량이 정해지겠지.. 라고 생각을 하면 생각보다 뒷 수습을 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지인은 (기술 주제는 아닙니다..) 첫번째 책의 주제로 출판사에서 1000페이지 정도를 제안받았다고 합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책인데..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책을 완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쓸 수 있는 책의 분량을 정하기에 앞서..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몇 페이지나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면 책의 판형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하게 책의 판형은 '마케팅'의 일부라고 보고 페이지 수로만 단순하게 접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몇가지 의미 단위로 구별해보겠습니다. 서로 겹칠 수도 있으나 제 논리를 펴는데는 적절한 분류로 생각됩니다. 일반적인 서지학적인 구분은 아닙니다.
첫번째는 시간이 지나도 불멸의 가치를 가지는 개발 관련 '고전'들 입니다. (편의상 카테고리 A: Academic)
1) 마틴 파울러의 "리펙토링" -> 500p
2) GoF의 "디자인 패턴" -> 496p
3) 이화식님의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1" -> 634p
## 제가 읽어본 책 위주로 쓰다보니.. 분야가 넓지는 않네요~
두번째는 비교적 두꺼운 "언어 기본서(교과서)"들입니다. (카테고리 B: Basic)
1) Java의 정석(3판) -> 1022p
2) 실무에 바로 적용하는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 792p
세번째는 신기술의 개념을 소개하는 얇은 책들도 있습니다. (카테고리 T: Trendy)
1) WebRTC 프로그래밍 -> 140p
2) RxJava Essentials -> 146p
이정도의 스펙트럼을 놓고 책의 분량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저는 타겟 페이지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주제를 충분히 설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페이지 수 (필요조건) (능력)
2) 내가 쓰고자 하는 집필량 (충분조건) (의지)
(1) 항목은 기존에 출간된 서적이 있다면 비교적 손쉽게 산출할 수 있습니다. 기준량을 중심으로 가감하려는 부분을 어림하면 됩니다.
(2) 항목은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의지의 반영입니다.
저는 사실 매우 작게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책은 100 페이지고 지금 집필중인 두번째 책도 200 ~ 300 페이지 사이입니다. 앞서 구분했던 세가지 기준에서도 얇은 편에 속합니다. 기준을 다시 요약해봅니다.
- 카테고리 A (500여 페이지) : 특정 주제를 묵직하게 다룸
- 카테고리 B (800여 페이지) : 언어 기본서 등
- 카테고리 T (200여 페이지) : 신기술을 빠르게 소개 목적
## ABT 분류법은 어떠한 문서도 참조하지 않았고 유동의 독창적인 내용입니다. 당연히 A / B / T의 경중 및 우열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300페이지 간격으로 구별할 수 있겠네요. 위의 기준으로 하면 저는 카테고리T의 저자에 해당합니다.
먼저 카테고리A를 살펴봅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500페이지 이상 구성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주로 대가들이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수년간의 내공을 통해서 묵직하게 내용을 구성하고 개념의 이해 / 실무적인 활용 / 그리고 충분한 사례 연구도 포함됩니다.
아무래도 500여 페이지 이상 쓰려면 특정 기술에 대한 지금까지의 history 등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카테고리 B는 교과서에 가깝습니다. 주로 "언어 기본서"에 해당하며 언어의 개념과 필수적인 키워드 그리고 언어의 기본적인 사용법에 대해서 짧은 예제들이 다수 배치됩니다. 예제와 실행 결과를 포함하게 되면 책의 분량을 빠르게 채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카테고리A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것이며 분량이 늘어날 수록 쓰는 것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편집 및 교열에 필요한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T는 신기술을 빠르게 소개하는 책들입니다. 개념의 소개와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짧은 예제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전개가 빠르고 중요한 내용은 최대한 서두에 배치해야합니다. 때로는 핸드북 형태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말그대로 time to market 혹은 시의성이 중요한 주제에 해당합니다.
오늘은 어떤 바람직한 결론을 내기 보다는 '이런 것이 있다' 정도로만 서술하려고 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기간을 정하는 것 처럼
집필을 시작할 때도 '타겟 분량'을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감이 오지 않는다면
1) 카테고리A - 500여 페이지 - 묵직한 느낌 (Academic)
2) 카테고리B - 800여 페이지 - 충실한 느낌 (Basic)
3) 카테고리T - 200여 페이지 - 산뜻한 느낌 (Trendy)
으로 나눠서 생각하시면 좀 편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인생에서 내 이름이 박힌 무언가를 "제.안.하.기" 경험은 매우 소중하고 자존감을 크게 높여줍니다.
그 주제에 대해서는 "왕"이 될 수 있거든요.
여러분도 그런 값진(a.k.a 빡신) 경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7화에서 만나요. 1부가 끝나면 한동안 또 쉬어야 겠네요 ㅋㅋㅋ
2017.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