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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든짱 Apr 03. 2020

랜선으로 뒤셀도르프 구경하실래요? ①

내가 사는 도시를 소개합니다 - 뒤셀도르프에 반나절 머무른다면

"그래서 너 사는 데가 어디라고 했지?"

이 질문에 보통 나는 '뒤셀도르프' 딱 다섯 음절로 답할 수가 없다.

파리나 베를린이라면 어땠을까. 하긴, 그랬다면 나한테 다시 묻는 사람들이 없었으리라.

나조차도 비행기표를 끊을 때까지도 남편에게 여러 번을 그래서 우리 가는 데가 어디라고? 했었고, 실제로 축구팬이 아니고서는 뒤셀도르프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맥덕들이었다...)

그래서 보통 나는 "쾰른 옆에, 독일 북서쪽에 뒤셀도르프라고 있어"라고 답하고, 여행 가게 되면 들르겠다는 사람에게는 "여기 쾰른 완전 가까우니까 우리집 와서 자고 쾰른 대성당 보고 가"라고 말한다. 이 근방에 쾰른 대성당 말고 볼 거 없다고 덧붙이면서.

늘 진심으로 이렇게 말하지만, 이는 사실 독일이든 유럽 대륙이든 대강 훑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유효한 말이지, 어느 도시든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 않겠는가.

싸이월드 시절 이후로 전 국민의 눈에 한 번쯤은 들었었을 말,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처럼 내가 햇수로 세 해, 만으로 1년 몇 개월을 지내고 있는 이 도시도 조금 오래 지내다 보니 나름 볼거리가 있다.

하기사 독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이하 NRW)의 주도에다 그 역사도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볼 게 없다면 좀 미안한 말이 맞다. 비록 뒤셀도르프에 오는 여행자라면 대부분 살면서 파리든 런던이든 베를린이든 유명짜한 관광 도시는 하나쯤 들러봤을 것이어서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 테니 미리 밑밥을 까느라 그리 말하게 되는 거겠지만서도.

엄마가 두 번을 다녀가고, 한국에서 몇몇 친구도 들르고, 다른 도시 사는 지인도 다녀가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시를 훑어보게 해주며 나름대로 관광객의 눈으로 이 도시를 바라본 바를 정리해본다.

코로나 덕분에 일자리도 잃고 통행 자제 권고도 내려오니 괜히 도시 산책하고픈 청개구리 마인드 맞다.

참고로 이 곳은 통행 금지는 내려지진 않았는데 생필품 구매 등을 제외한 최대한의 외출 자제 권고, 2인 초과 모임 금지 등이 공고되었고 도시나 주에 따라 이를 어길 시 벌금을 내린다 한다.

(콘텐츠화를 염두에 두지 못하고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어서 미리 사과드립니다. 자료사진 찍으러 나갈 수 없이 자체 감금중이어서 기존에 가진 것들을 다 털었습니다.. 고유명사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을 따랐고요...)



#교통권 소개

-아인첼티켓(Einzelticket, 1회권) 장당 2,90유로

-24시간권: 1인 7,20 / 2인 10,70 / 3인 14,20 / 4인 17,70 / 5인 21,20

-쇠너탁티켓(Schöner Tag Ticket): 정해진 기간 동안 지역 내 기차(RE, RX 등)를 비롯해 NRW주 대중교통 모두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 같은 철도공사가 아니어서 티켓값이 더 많이 드는 쾰른을 이동할 때에 유용하니 쾰른으로 이동하는 날엔 이 티켓을 쓰도록 하자. 평일 아침 9시부터 익일 새벽 3시까지, 주말 0시부터 익일 3시까지 사용 가능하다. 1인 31유로, 2~5인 46유로.

**참고로 쾰른까지 S반이나 레기오날반(RE으로 시작하는 기차)을 타면 편도 10,71유로, ICE를 타면 편도 최저 17,90유로다.



딱 반나절 동안 훑어야 한다면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도 여행의 와중에, 혹은 도시에 용건이 있어서, 한인마트에 장을 보러, 오스트슈트라쎄(Oststraße, 아시안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닭발이나 뼈다귀 해장국을 먹으러 등등, 뒤셀도르프에 '들를' 이유는 가지각색일 것이다. 반대로 뒤셀도르프 관광이 본목적인 방문은 그 비율이 적을 것이고.

뒤셀도르프는 독일에선 큰 도시지만 그래도 여느 유럽 도시들처럼 그 중심가가 서울의 부도심 한 군데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반나절 안에 대충 훑어볼 수 있다.

말은 반나절이지만 결국에는 다른 데서 자고 넘어왔거나 다른 데로 자러 가야 하거나, 둘 다인 경우에 추천하는 루트다.


*추천 루트

알트슈타트 및 라인강변(식사 시간 포함 2시간)

도보 이동 10분 미만

쾨니히스알레(30분)

706번 이용 15분

미디어하펜(라인타워 전망대 관람 포함 1시간 반~2시간)


*교통비

-2명 이상이면 무조건 24시간권이 제일 저렴하다. 혼자 왔더라도 도보 이동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1일권을 끊는다.

-혼자 다니고, 한두 시간쯤 걷는 것이 거뜬하다면 아인첼티켓 2장(2×2,90=5,80)

-3명 이상인 동시에 쾰른에서 왔거나 쾰른으로 넘어갈 예정이라면 쇠너탁 티켓을 쓰자. 쾰른을 왕복해서 다녀올 경우라면 2명 이상일 때 쇠너탁 티켓을 쓰자.



크리스마스시즌의 중앙역. 평소엔 저 번쩍이는 것들이 다 없다. 고등학교 건물보다 안예쁨.


다른 비슷한 크기의 도시들과 달리 뒤셀도르프는 중앙역(Hauptbahnhof)에서 시내 중심지인 알트슈타트(Altstadt, 구시가지)가 꽤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단 중앙역에서 지하털인 우반을 타고 움직여야 한다.

중앙역을 지나는 모든 우반이 알트슈타트로 갈 수 있는 하인리히하이네알레(Heinrich-Heine-Alee U)역을 지나기 때문에, 중앙역 지하의 알트슈타트 방면 플랫폼에서 기다리다가 오는 열차 아무거나(U70, 74, 75, 76, 77, 78, 79) 타도 세 정거장이면 하인리히하이네알레역에 다다를 수 있다.


내가 '뒤셀도르프의 종로이자 강남이자 홍대이자 건대입구'라고 표현하는 알트슈타트에는 뒤셀도르프의 대부분의 소빗거리가 모여 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아르누보양식의 갤러리아 백화점과 이로부터 이어지는 옷가게들.

'세상에서 제일 긴 식탁'이라고 불릴 만큼 거리 한가득 주점이 들어차 시민들의 불금과 불토를 책임지는 볼커슈트라쎄.

독일의 손꼽히는 미대 중 하나인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와, 쿤스트아카데미가 자리잡을 정도로 이 도시가 예술을 사랑해왔음을 자랑하듯이 포진한 K20, 쿤스트할레(Kunsthalle), 라인강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만나볼 수 있는 NRW-포럼(NRW Forum), 쿤스트팔라스트(Kunstpalast) 등 다양한 미술관들.

미술관만 있을소냐? 필름뮤지엄과 배박물관, 도시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처럼 다양한 주제에 관한 박물관들도 알트슈타트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성진도 다녀간 콘서트홀 톤할레(Tonhalle)와 내가 굉장히 모던한 춘희를 보았던 오페라하우스도 이 근처에 있다.

또한 '구도시'라는 뜻의 '알트슈타트'인 만큼 도시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거리들도 존재한다.

전쟁의 포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서부여서 그런지 그 모양새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유럽의 고풍스러움을 담고 있지는 못해도, 어쨌든 한 대도시의 도심이니까.

내가 혼자 뒤셀도르프의 세종대왕이라 생각하는 요한 빌헬름 2세의 기마상이 있는 마르크츠광장(Marktplatz)과 이를 둘러싼 시청사가 알트슈타트의 중심지가 된다.

그리고 시청사 뒷편으로 뒤셀도르프는 몰라도, NRW주는 몰라도 사회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라인강의 기적의 그 라인강까지.

크게 넓진 않기 때문에 근대 이전 느낌이 물씬 나는 거리들을 둘러보는 데엔 1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입장하기엔 빠듯할 것이고..

구시청사가 보이는 마르크트광장. 가운데 있는 기마상이 요한 빌헬름 2세. 카니발 기간이라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다.
중심지인 알트슈타트의 코어인 마르크트광장은 다양한 행사에서도 애용된다. 이건 와인페스티벌 때. 크리스마스마켓도 당연히 열린다.


출출하다면 칼스플라츠에 있는 시장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음식들로 요기를 하거나, 뒤셀도르프의 명물이 알트비어인 만큼 알트비어 양조장들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뒤셀도르프 올 정도라면 독일 다른 식당에서 학센이며 소시지며 먹었을 테니까. (관련 포스팅: https://brunch.co.kr/@eden-ecrit/6)

야외 자리를 크게 운영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유리게(Uerige)나, 왠지 종로 피맛골처럼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는 라팅어슈트라쎄(Ratingerstraße)에 자리한 퓌히셴(Füchschen)을 추천한다. 유리게의 경우 맥주의 맛이 알트비어 중 가장 대중적이며(표본: 내가 아는 뒤셀도르프 거주 한인 10여 명) 퓌히셴의 경우 족발 구이인 학센이 부드럽고 음식이 대체로 덜 짜서 우리 입맛에 괜찮았다.

양조장 펍 외에는 나폴레옹도 다녀간 적 있달 정도로 오래된 레스토랑 춤 쉬프헨(Zum Schiffchen)이나 현지인들에게 가장 추천을 많이 받았던 슈바이네 야네스(Schweine Janes)가 있다.

가볍게 먹고 싶다면 슈바이네 야네스 옆에 무스타파 뭐라고 써있는 케밥집도 괜찮고, 음식의 국적이 어찌됐든 상관 없다면 알트슈타트 초입에 있는 피자집 루포(Pizzeria Lupo), 내가 아는 두 명의 멕시칸 둘 다가 추천한 카시타멕시카나(Casita Mexicana)를 추천할 수 있다.

참, 역시 초입에 있는 감튀집 프리텐피에트(Fritten Piet)는 감튀를 먹어도, 커리부어스트를 먹어도, 고구마튀김을 먹어도 다 맛있다.


라팅어슈트라쎄에 있는 퓌히셴. 나폴레옹이 아침 햇살이 비쳐서 '아침이군!(C'est le matin(추측))'이라고 한걸 독일사람들이 잘못 따라해서 '라팅어슈트라쎄'가 됐다고...
엄마가 왔을 때 퓌히셴에서 먹었던 음식들. 둘다 안 짰다.(중요).
상설 시장인 칼스플라츠. 평일엔 닫은 데가 좀 있고 토요일에 가야 다 열려 있다.

시청에서 유리게 쪽이나 배박물관 쪽으로 돌아 나가면 라인강을 마주할 수 있다.

볕이 조금만 났다 하면 야외로 뛰쳐나가는 독일인들답게 라인강변에는 리버뷰를 즐길 수 있도록 펍이며 카페며가 노천 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안양천보다 넓고 한강보다 좁은 라인강을 보며 커피나 맥주를 한잔하는 것도 추천한다.

알트슈타트 안의 성당들에 들어가봐도 좋을 것이다. 성 안드레아스(St. Andreas) 교회나 성 람베르투스(st. Lambertus) 성당이 있고, 이중 후자를 추천한다. 12세기에 처음 지어져서 조금씩 조금씩 개축된 덕에 내부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양식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찌되었든 알트슈타트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않기를 바란다.

독일 다른 도시들, 특히 바이에른쪽을 여행하다 보면 이보다 더 예쁜 알트슈타트는 많고, 실제로 여기 알트슈타트가 넓지도 않으니까.


라인강 뷰-
강변에 차도 다닐 수 있는 길을 닦아놓고 안쪽으로 바, 카페 등이 성업 중이다. 한강 시민공원만큼은 아니라도 꽤 넓어서 다양한 축제나 장터가 열린다.
강변 위쪽의 산책로.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쭉 뻗어 있는데 한국 플라타너스보다 잎이 좀 작다.



알트슈타트 탐방이 끝나면 하인리히하이네역으로 돌아간 뒤에 길을 건너, 또 다른 갤러리아백화점을 지나 수로 쪽으로 가보자.

내가 뒤셀도르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고 할 때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이곳의 뷰다.

트리탄의 분수가 아래서 물을 뿜어대고 수로 양옆으로 높이 자란 밤나무들이 멋들어지게 너울져 있는... 글로 적고 보니 영 이상하니까 사진으로 보는 게 낫겠다.


이 트리탄 분수대 앞이 나의 최애스팟이다. 여기 앉을 수도 있으니 쉬다 가는 것도 좋다.


이 수로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명품 샵들이 쭉 늘어서 있는 이곳은 쾨니히스알레(Königsallee)로 뒤셀도르프의 청담동, 뒤셀도르프의 샹젤리제라 할 수 있겠다.

처음 이 도시를 탐사하며 다닐 때에 에르메스 샵이 있는 것을 보고 역시 유럽이라 소도시(?)에도 에르메스가 있는가..! 깜짝 놀랐었는데, 뒤셀도르프는 사실 실용주의 국민성으로 소개되는 독일 내에서 가장 사치를 즐기는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신상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입고되는 도시 중 하나가 뒤셀도르프라고.

길 가다 보면 (차에 관심 없는 나는 모르지만 남편 말에 의하면) 슈퍼카도 종종 눈에 띄는데 이게 다른 도시 주민들이 비아냥거리곤 하는 뒤셀도르프 사람들의 시민성(?)이라고 한다. 그 비아냥이 사실은 지역감정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구주의 도시 빈민에게 그런 이야기는 다 남의 이야기일 뿐이고, 알트슈타트에서 넘어오자마자 보이는 이 테라스는 날씨 좋은 날에 오면 정말 아름다운 뷰를 자랑한다. 그래봤자 수로 뷰, 그래봤자 도시 뷰긴 하지만, 그래도 근사하게 자란 가로수 덕에 청계천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물론 이 근사한 뷰 덕에 수로 좌우의 도로가에 노천 좌석들도 많이 운영된다.

참고로 '왕의 가도'로 번역될 수 있는 이 이름은, 원래 이 수로와 거리가 조성될 때엔 가로수로 밤나무를 심은 만큼 '밤나무 가도'로 이름을 지었었는데,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여기 왔을 때 사람들한테 말똥을 맞았고 그에 대한 화해의 의미로 이름을 왕의 가도로 붙였다고 한다..

야경도 이쁘다.


트리탄의 분수가 있는 테라스에서 반대쪽으로 더 가면 뒤셀도르프의 명동인 샤도우슈트라쎄Schadowstraße)가 나온다.

관광객 입장에서 샤도우슈트라쎄는 볼 것 없는 곳이고, 여기서 살짝 수로 반대편으로 올라가면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초록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옆으로 뒤셀도르프의 유명 건축물 중 하나인 쇼핑몰 쾨보겐(Kö-Bogen)이 자리한다.


호프가르텐 수변공원 옆으로 보이는 쾨보겐. 자료사진답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름이 쾨니히스알레의 줄임말인 쾨(Kö)와 '활'을 뜻하는 'Bogen'을 합친 만큼 굽이치는 곡선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애플스토어와 테슬라 매장 등이 자리한 구역과 하이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고급 백화점 브로이닝거(Breuninger)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적어도 내가 가본 독일 백화점은 브로이닝거를 제외하고 한국의 백화점과 달리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지 않더란 이야기..

수변공원의 초록 옆으로 미래주의적(?) 건물이 자리한 이 풍경 역시 뒤셀도르프에 온 지 얼마 안 돼 도시에 정을 못 붙이고 있을 때 처음으로 맘에 든다고 여겼던 뷰였다.

쾨보겐을 설계한 건축가는 대니얼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로 삼성동의 현대산업개발 사옥인 아이파크타워가 이분 작품이라고 한다.

건축가를 굳이 찾아서 소개한 이유는, 쿤스트아카데미에 건축과가 있어서 그런지 뒤셀도르프가 나름 건축으로 유명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투어인포에서 제공하는 가이드 투어 중에는 이런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상품도 있었으니까.

수변공원을 따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쾨보겐의 가장 특이한 점은 애플스토어가 있다는 것.

이 역시, OECD 몇대 국가건 뭐건 간에 한국엔 (비교적) 최근에 수도에 그것도 단 한 매장 들어온 애플스토언데 여기는 다섯 손가락에 못 꼽히는 도시(여섯 번짼가 일곱 번째로 크다고 한다)에도 애플스토어가 있는 걸 보고 현타가 오는 계기가 되었다. 에르메스보다 더 희귀한 애플스토어..


쾨보겐을 지나면 샤도우슈트라쎄 트람 정류장을 만날 수 있다. 그중 706번을 타고 10분정도 타고 란트탁/크니브뤼케(Landtag/Kniebrüke) 정류장으로 향하자.

**걷는 걸 좋아해서 아인첼티켓 두 장만 끊은 사람이라면 하인리히하이네알레역에서 내린 뒤 쾨니히스알레쪽을 먼저 본 뒤 알트슈타트를 둘러보고 라인강변으로 넘어가 라인타워를 향해 쭈우우우우우욱 걸어가면 된다. 한 20~30분 정도 걸린다.


라인타워가 제일 먼저 반기는 이 지역은 통상적으로 메디엔하펜(Medienhafen)이라 불린다. 원래 항구(Hafen)였던 지역이 재개발되고 WDR 방송사를 필두로 미디어 회사들이 들어와서 그런 이름이 지어진 모양이다.

알트슈타트에서 쾨니히스알레로 이어지며 순식간에 21세기로 빠져나온 듯한 느낌을, 이 지역에 다다르면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나는 독일 다른 도시에도 있는 알트슈타트보다, 이곳이 뒤셀도르프의 가장 특징적인 구경거리라고 생각한다. 뒤셀도르프 사람들도 그걸 알아서 이쪽을 투어 버스의 한 지점으로 설정했겠지만.

뒤셀도르프 관광지 1선발인 라인타워(Rheinturm)와 그에 맞먹는 뒤셀도르프 상징물 중 하나인 노이에촐호프(Neue Zollhof).

그리고 주의회 건물(Landtag)과 한때 주청이라 해야 할지.. 주지사 사무실이 있었던 슈타트토어(Stadttor).

물론 이들은 모두 20세기에 지어졌지만 이를 두고 21세기 감성이라 말하는 것을 부적절하다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의회 건물 찍어놓은게 이거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벽면의 QR코드는 찍으면 주의회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왼쪽 삐쭉한게 라인타워.


걸어 왔든, 트람을 타고 왔든 제일 먼저 마주하는 것은 주의회 건물이다.

근처의 슈타트토어에 주지사 사무실이 있었고, 현 주지사 사무실도 알트슈타트 방면으로 조금 올라가면 있는 등, 이 근방을 '(주)정부지역'이라고도 하더라.

2008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사실 겉에서 볼때는 곡면으로 이루어진 건물이구나, QR코드를 썼구나(...) 정도이고, 라인강변에서 들어가는 입구 쪽에서 보면 더 인상적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이 건물의 진가는 라인타워에서 내려다볼 때에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인타워에서 내려다본 주의회건물. 여러분 이거 제 최애사진이애오..


주의회 건물 바로 뒤쪽에 자리한 라인타워는 그 실루엣 자체로서도 뒤셀도르프의 시그니처이되, 관광지로서도 추천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야경이 으리번쩍한 곳이 아니고서야 높은 곳에 굳이 올라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가볼 생각은 않고 있었는데, 엄마가 왔던 때 어쩌다보니 할 게 없는 때가 생겨서 저기나 올라가봐볼까, 했던 것이 의외로 좋은 경험이 된 이후로 뒤셀도르프를 탐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곤 한다.

다만 부다페스트도 아니고 야경을 볼 필요는 없으니 낮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첨언하자면.. 야경으로 유명한 유럽 도시들도 스카이라인이 유명한 게 아닌 이상 유람선이 최선인 듯하다... 베를린 국회의사당 야경도 나는 괜히 왔다 싶었다.)

입장료는 9유로, 들어가자마자 입장권을 끊고 엘레베이터를 타러 가면 된다. 전망대 다른 층에 레스토랑도 있는데 그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사람은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일식 퓨전 레스토랑으로 심하게 비싸지 않은 금액이긴 했으니 혹 여유가 있는 사람이면 식사를 하면서 풍경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무튼 나는 낮에, 도시 면면을 살피러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168미터로 그렇게 엄청 높은 건 아니지만 뒤셀도르프가 아주 넓은 도시는 아닌 만큼(한국인 기준^^) 돌아다니면서 봐온 도시를 다른 각도로 살필 수 있어서 인상적이다. 때문에 도시를 곳곳이 살펴본 이후에 올라와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리창에는 해당 시야로 보이는 풍경이 어디인지 캡션을 붙여 간단히 설명해준다.


라인타워에서 내려다보면 다양한 풍경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메디엔하펜 지역, 육안으로는 알트슈타트가 보였던 풍경, 라인강을 오가는 수많은 화물선들.


개인적으로는 탑 위에서 라인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보니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낸 수로로서의 라인강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끊임없이 화물선들이 오가고 있었던 것.

전망대에서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쪼끔 비싸긴 하지만 커피나 맥주도 간단히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라인타워에서 볼 수 있는 뷰의 백미는 내려다보이는 주의회 건물.

밖에서도 인상적이었지만 위에서 보니까 훨씬 인상적이다. 이걸 보기 위해서라도 갈 만한데 9유로가 만만한 돈은 아니어서 이 이후로 가보질 못했다..


라인타워에서 나와 라인강변을 따라 방파제 쪽으로 가보면 또다른 시그니처가 등장한다.

메디엔하펜 지역의 상징이 되는 노이에촐호프. 노이에촐호프는 '신 세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항구였던 이 지역을 재개발할 때에 세관이 있던 자리에 새로이 지은 건물이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의 건축으로서 게리 빌딩(Gehry Bauten)이라고도 불리며, 바로 앞에서 보는 것보다 라인타워 앞 방파제 쪽에서 건너다보아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이 부지에 새로이 건물을 짓기 위해 공모를 했을 때 원래 대상은 자하 하디드의 것이 탔다고 했는데 왜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지어진지는 모르겠다. 모두 높이가 제각각인 세 가지 건물들은 서로 다른 소재로 외관이 구성되었다.

오피스 건물이라고 하는데 내 어학원 친구의 친구가 여기 산다고 하니 주상복합인가 싶기도 하다..


노이에촐호프. 정면에서 봐야 가운데 스뎅 건물이 보인다.


'도시 문'이라는 이름의 슈타트토어는 1998년 완공되어 2017년까지 주지사의 사무실('주청'이 표준어가 아니라...)이 있었던 건물이고, 지금은 그냥 오피스 공간으로 쓰인다고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평행사변형 모양의 이중 파사드 구조의 건물로, 멀리서 보면 라데팡스 신개선문처럼 가운데가 뚫려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벽이 있다.



이 건물들 이외에도 이 구역에는 감각적인 건축물들이 있으니 산책하면서 돌아다니기에 좋다.

여유가 있다면 라인강을 타고 좀 더 내려가 하얏트 리젠시 호텔 앞에서 메디엔하펜쪽을 바라봐도 좋다. 커피 한잔 해도 좋고, 굳이 내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야외 테라스에서 머무를 수 있다.


706번에서 내렸던 란트탁 크니브뤼케 역으로 돌아와서 709번을 타고 10분이면 중앙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중앙역에서 메디엔하펜쪽으로 먼저 와서 이곳을 본 뒤에 알트슈타트나 쾨니히스알레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데, 굳이 이 순서로 소개한 이유는 라인타워에 올라갈 경우 다른 곳들을 먼저 둘러보고서 가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는다면


*추르하이데 에데카(Zurheide - EDEKA)

현지 쇼핑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한다. 소요 시간 30분~1시간.

내가 실제로 뒤셀도르프에 들르는, 살림을 주체적으로 하여 장보기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꼭 소개하는 곳이다.

쾨니히스알레에서 706번을 타고 메디엔하펜 쪽으로 가는 도중이나 메디엔하펜에서 중앙역으로 709번을 타고 가는 중에 있는 베를리너알레(Berliner Allee)역에 있고, 쾨니히스알레나 중앙역에서 도보로 10~15분 정도면 충분하다.

NRW 지역의 고급 식료품점인 추르하이데에서 에데카의 PB 상품들을 함께 판매하는 컨셉인데, 아무래도 에데카가 독일 마트의 기본형 중 하나다 보니 고급 에데카, 큰 에데카 등으로 부르곤 한다. 땅층에는 채소류, 과자류, 냉동식품, 유기농제품들이, 기타 나머지는 지하에 있다. 뒤셀도르프에서 본 유일한 복층 식료품점이기도 하다.

상품 구색의 경우 백화점 마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으로, 종류도 종당 품목도 모두 다양하며 수입 식료품도 많다. 추르하이데의 자체 브랜드 식료품들도 유통하는데, 그들의 소세지나 생파스타면 같은 것들은 그곳에서 바로 제작하는 코너가 있고, 원한다면 이를 활용한 메뉴를 현장에서 바로 먹고 갈 수도 있다. 자체 제작 식료품들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코너로는 이외에도 스테이크바, 와인바, 치즈바 등이 있다.

주류 코너도 넓고(그만큼 상품 구색도 다양하고) 정육점과 해산물 코너의 크기도, 취급하는 부위의 다양성도 월등하다.

일반 마트에서 볼 수 없는 향신료나 차 같은 것들도 있어서 기념품을 사기에도 괜찮다.

추르하이데 내부의 주류코너. 처음 갔을 때 찍은 것으로, 한달에 한 번씩은 가는데 나도 남편도 주류코너 사진밖에 없더라...


*하나로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아니다. 독일에서 가장 큰 한인 마트. 수입사를 겸하고 있어서인지 가격도 나쁘지 않고 종수도 다양하다. 자체 정육점이 있어서 한국식으로 다듬은 고기를 구할 수도 있다.(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내가 독일에 오고 나서 고추장 보내줄까, 김치 보내줄까 하던 엄마도 여기 한번 가보고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연히 가격은 한국과 차이가 있겠고 제품들도 수출용 위주긴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대강 다 갖추고 있다.

뒤셀도르프가 버블경제 이전 일본 도시로 삼자는 말이 나왔달 정도로 일본 지사가 많아 일본인이 많이 사는 도시이기 때문에(그래서 한인들이 많이 오지 않았을까?) 일본 식료품도 판매하고 있다.

처음 하나로마트에 왔을 때 소주 가격에 놀랐다. 벌써 10년 전이 다 돼가지만 아무튼 파리에 살았을 때엔 한인마트에서 소주가 한 병에 8유론가 9유론가 그래서 진짜 큰맘먹고 질렀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경우 처음엔 3,50유로였고, 요즘엔 2,80유로. 시대가 흘러서 공급이 많아지다 보니 전반적으로 가격이 많이 내리긴 했지만, 소주는 어딜 가도 여기가 제일 싼 듯하다. 막걸리는 국순당 기준 2,20유로.

중국 식료품에도 관심이 많다면 바로 옆에 프레시마트가 있다. 가끔 한국 제품인데도 그곳이 더 싼 경우도 있다..

중앙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일본 라멘집

상술한 이유로 뒤셀도르프에는 일식집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라멘을 즐기기 위해 다른 도시에서 이 곳까지 오기도 하는 모양.

점심에 기름진 독일음식 먹기 싫다면 중앙역에서 이동하기 전에 라멘 한끼 간단히 때우고 가면 좋다.

추천하는 곳은 타쿠미(TAKUMI)와 나니와(NANIWA).

타쿠미는 뒤셀도르프 시내에만 지점이 5개정도 될 정도로 큰 프랜차이즈다. 본점은 늘 줄이 길고, 지점들의 경우에는 돈코츠 전문/채수, 닭육수 전문 등 나름의 콘셉트를 선보인다. 나는 돈코츠 전문점만 방문했었고, 진한 육수에 만족했다. 현지화돼서 짜긴 하다. 본점 주방에서 알바했던 일본인 친구는 토리베지(Tori&Vegi)라는 서브네임으로 채수&닭육수 전문인 지점을 추천했다.

나니와 역시 늘 줄이 긴 곳인데 사실 나는 실패했었다. 그런데 나 빼고 다들 좋아하더라.. 날을 타는 모양으로, 그러니 탄탄멘을 추천한다. 나니와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다들 탄탄멘 추천하길래..

두군데 다 중앙역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각각 707번을 타고 한 정거장 뒤인 샤를로텐슈트라쎄/오스트슈트라쎄(Charlottenstr./Oststr.)역이나 두 정거장 뒤인 클로스터슈트라쎄(Klosterstraße)역에서 내리면 된다. 다들 장사가 잘 되는 곳들이니 피크타임 전에, 점심 오픈때 맞춰 가서 먹고 관광을 시작하면 좋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좀 더 일정에 여유가 있어서 한나절이나 그 이상 지내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들에 대해서는 다음 글(https://brunch.co.kr/@eden-ecrit/14)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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