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여름 낭만집
알약은 삼켜지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혀 위에서 느리게 풀리는 감각,
쓴맛,
작은 저항.
물은 일부러 가까이 두지 않았다.
살아 있는 건 미끄럽고,
미끄러운 건 오래 남는다.
입 안이 끈적했다.
여름은 시작된 지 며칠째였다.
실내에 남은 열기는 쉽게 빠지지 않았다.
벽지는 젖었고,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사라진 후에도 자주 등장했다.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로,
문틈에서 남긴 그림자로.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반응하면 남는다.
땀이 흘렀다.
턱에서 시작해,
목으로,
가슴 아래까지.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흘러버린다.
나는 고여 있었다.
여름은
사라진 것들을 증명하는 계절이다.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고,
있었다고도 단언할 수 없다.
그저 땀이 있고,
약의 쓴맛이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오늘도
그 여름을 다시 겪는다.
목에 걸린 채로.
삼키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