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린 여름 2

09. 여름 낭만집

by 영영

그 사람이 떠난 이후, 방은 닫히지 않았다.

창은 있었지만 바람은 없었다.

무거운 공기가 눌러앉았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방은 작았고,

내가 차지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습기는 모든 것에 스며들었다.

말을 해도, 숨을 쉬어도,

몸 안까지 젖어들었다.


알약은 그 사람이 남긴 것이다.

나는 그것을 매일 한 알씩 물고,

삼키지 않았다.

혀에 녹는 약의 쓴맛은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 사람은 여름을 싫어했다.

땀이 나는 걸 싫어했고,

내가 땀을 흘리는 것도 싫어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게 땀을 흘리게 했다.

침묵으로, 부재로,

그리고 침대 위의 체온으로.

시트는 젖어 있었다.

젖은 건 나였다.


젖어 있다는 건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방 안에는 그 사람의 티셔츠가 있었다.

냄새는 사라졌고,

형태만 남았다.


그건 일종의 모형이었다.

비어 있고,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여름을 기록하지 않는다.

여름은 이미 너무 많은 걸 기록해두었기 때문이다.

몸에, 벽에, 약에, 옷에,

그리고 입 안에.


어느 날,

알약을 삼켰다.

삼키자마자 더위가 식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사람이 정말 없다는 걸 알았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알약을 삼키지 않는다.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사람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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