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여름 낭만집
살구는 너무 익어서 도랑으로 떨어져 있었다.
물살은 성질이 급했다.
그 위를 떠내려가는 살구 하나,
상처 난 과육에서 달큰한 향이 피어올랐다.
나는 그걸 한참 바라봤다.
바라보다가,
여름을 하나 지어냈다.
향은 과거형이었다.
살구는 없었다.
내 코가 기억하는 허구,
혹은 오래된 손길.
그 나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자라게 되었는지,
누가 물을 주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도 그랬다.
살아 있을 땐 무언가를 조용히 바라보던 이였고,
떠난 후엔 더 깊은 침묵이 되었다.
나는 살구를 들었다.
물에 젖었는데 따뜻했다.
말랑한 살구의 체온은
마치 그 사람의 손 같았다.
죽은 이가 남기는
마지막 체온.
그 생각이 먼저 익었다.
한 입 베어 물었다.
여름은 없었다.
하지만 과육이 혀에 닿자
여름이 생겼다.
나는 여름을 씹었다.
상처 난 살결처럼
조금 아팠고,
조금 달았다.
그게 여름이었다.
내가 만든,
너무 늦게 도착한
너무 일찍 사라지는
지어낸 계절 하나.
그 사람도 이 맛을 알았을까.
말라붙은 도랑 바닥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면 그냥,
익은 것들은 떨어지는 법이라고만
생각했을까.
그의 입 안에도 여름이 있었을까.
물컹한 과육 하나만큼의,
다시 오지 않는 계절 하나쯤은.
살구는 계속 흘러내렸고,
나는 여름을 또 하나 지었다.
그 사람의 주름에
이 향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