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시회 보는 것이 좋아?
작년부터 전시회 관람에 푹 빠졌고, 오늘(5/7) 기준으로 2023년에만 총 102개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예술분야에 종사하고 있지 않음을 감안하면 꽤 많은 횟수이다.
틈만 나면 전시회를 보러 종로를 돌아다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을 많이 하다 보니 왜 전시를 좋아하는지 줄곧 질문을 받는다. 전시회를 보러 갈 때마다 이유도 다르고, 어떠한 때는 이유도 없다. 그냥 다니는 게 좋다. 이런 무성의한 답변은 할 수 없기에 매번 내놓는 나만의 대답이 있다.
“많이 걷고,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미술관 말고도 갤러리에서 많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실컷 걷고,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회 관람은 전시회를 보러 가는 길부터 시작된다. 처음 가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아 늘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걸어야 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
전시회장에는 수많은 처음 보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작품도 감상하고 때로는 작가의 노트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볼 것 천지이다.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자연스레 공간과 건축에도 시선이 머문다. 건축물 자체로 경이로울 때도 있고, 작품의 배치가 공간과 조화롭게 이루어져 감탄을 자아낼 때도 있다.
위 설명만 들으면 평소에 여행도 좋아하고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을 원래 좋아해서 전시회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전혀 아니다.
어딜 가도 편안한 느낌의 장소나 익숙한 경험을 선호한다. 여행을 거의 안 가지만 가는 경우에는 목적지의 로드뷰까지 확인한다. 맛집에는 당연히 관심 없고 커피는 스타**, 빵은 파리***에 가서 먹었고, 배가 좀 더 고프면 근처 백화점 푸드코트에 가서 먹는 편이었다. 전시회를 다니면서도 늘 스타**에만 갔다.
이제는 미술관과 갤러리에 가는 길이 제법 익숙해져서 주변 가게들도 봤기 때문일까? 지난주에는 문득 가본 적 없는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안에서 감상하는 거리의 풍경은 또 달랐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갔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다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오늘도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이대로 집에 가기는 아쉬워 가본 적 없는 다른 카페에 다녀왔다.
불과 1년도 안되었지만, 전시회를 보러 다니며 많이 걷다 보니 더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전시 보는 게 좋아서 다녔을 뿐인데 나의 경험이 확장된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 경험은 더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