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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Dec 04. 2023

혼자 다녀봐

전시 보러 누구랑 다녀?

작년 7월, 친구의 추천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장 미쉘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에 다녀왔다. 도슨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작품을 관람하고, 도슨트를 들으며 보고, 다시 친구와 의견을 나누며 작품과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작품도 예뻤지만, 관람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워 다른 전시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시회는 보통 큰 규모의 전시를 친구들과 다닌 게 전부였기 때문에 친구랑 또 가고 싶은 마음에 물어봤다.


“전시 보러 누구랑 다녀?”


돌려 말했지만 내 친구는 이해했을 질문이다. ‘나 너무 재밌었으니까 다음에 또 데려가줘!’라는 속 뜻을.


“나는 보통 혼자 다녀. 누구랑 같이 온 건 네가 처음이야.”


전시를 혼자 본다고? 그건 친구가 미술을 전공해서 쉬운 일인가 되물었더니, 혼자 보면 자신의 속도대로 집중해서 볼 수 있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너도 혼자 다녀봐. “


친구의 추천이 진심 어린 응원 같았다. 물론 바로 실행하지 못했다. 갈 만한 전시를 찾으며 한 달을 망설이다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컬렉션 취소표를 잡았다. 사실 진짜 보고 싶은 마음보다 취소표 잡은 것이 더 기뻐서 혼자서 신나게 출발했다.


오디오 도슨트를 들으며 맘에 드는 작품 위주로 꼼꼼히 감상했다. 자신감이 붙으니 예정에 없던 서울미술관까지 갔다. 당시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했기 때문에 규모가 컸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고, 이 작품을 소장하는 수장가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신나게 전시장을 돌아다녔고, 마침내 이 작품을 만났다.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을 맞이한 순간. 마치 그림에 빨려 들어갈 것은 진동이 느껴지고, 아름다운 경치를 봤을 때와 같은 고양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위안을 받는 듯한 안정감도 느꼈다.


느끼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느낄 수 있다. 혼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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