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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Feb 15. 2022

바람도 때로는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포레스트의 사랑은 늘 제니 옆, 같은 자리였다

포레스트 검프는 성공한 억만장자다. 그는 대학시절 미식축구를 했고, 뛰어난 성적으로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장래 촉망성을 눈여겨본 관계자가 그를 육군 군인으로 추천하고, 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수여받는다.      


군대에 들어간 그는 우연히 탁구에 눈을 뜨게 되고 미국 국가대표가 되어 활약한다. 그의 성공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육군 시절 베스트 프렌드였던 ‘바버’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주기 위해 그는 번 돈을 전부 배 한 척을 사는데 쓴다.      


사람들은 그의 결정을 ‘바보’ 같다며 비웃는다. 그러나 그는 그 배를 타고 새우잡이를 해 보란 듯이 새우 사업으로 떼돈을 번다. 베트남 전쟁 파병 시 만났던 댄 중위의 도움을 받아 ‘애플’ 회사에 투자하게 되면서 첫 줄에서 밝혔듯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다.      


이 영화가 그의 성공신화에 주목했다면, 이 영화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은 그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의 성공은 그저 부수적인 것이었다. ‘부’를 좇는 사람들은 그의 초콜릿 상자에 황금 초콜릿이 박혀 있었던 것이라며 박수를 치며 환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주목해야 한다. 이 영화는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그가 돈을 많이 번 것은 그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바람을 잘 받은 깃털이 둥지에 내려앉은 듯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성공하자고 그의 행동 패턴을 따라 했다가는 당장에 죽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것은 아마 포레스트의 모친이 했던 말을 빌리면 답이 될 것 같다. 인생은 운명으로 정해져 있을까, 아니면 순간의 바람과도 같이 달라지는 것일까? 포레스트에게 성공은 그저 숨 쉬듯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그가 정말로 함께이고 싶었던 제니와 함께 하는 것은 그에게 쉽지 않았다. 제니는 포레스트를 사랑하며, 아껴주면서도 포레스트가 한 발자국 다가가면 멀어졌다.      


바람은 그와 그녀를 또 한 번 가까이 밀어주었고, 둘은 고향에서 다시 재회한다. 포레스트와 제니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다. 둘만의 공간이었던 마을의 큰 나무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를 산책하며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포레스트는 용기 내 그녀에게 고백한다.       


‘나랑 결혼해줘.’     


포레스트는 제니에게 정착하고 싶어 한다. 그는 더 이상 깃털 날아가듯 어디든 훌훌 떠나고 싶지 않다. 성공보다, 친구보다, 다른 무엇보다 제니를 얻고 싶다. 그러나 제니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고백을 거절한다. 포레스트는 이전과는 달리 이때만큼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제니에게 화를 내듯 말한다.     


‘난 똑똑하진 않지만, 사랑이 뭔지는 알아.’     


포레스트는 영화에서 화를 내거나, 눈물을 보이거나, 불평을 하거나, 하는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는다. 그러나 딱 한번 제니에게 속상한 마음을 내비친다. 포레스트는 제니가 있든 없든 늘 그녀를 생각했다. 포레스트가 했던 모든 결정은 제니의 말에 따른 것뿐이었다.      


“달려! 달려! 포레스트!” 그녀의 말을 잘 들은 덕분에 포레스트는 빠른 달리기 실력을 인정받고, 결국 특별한 인연들을 만나 막대한 부까지 얻을 수 있었다. 포레스트는 제니와 떨어져 있던 모든 순간마다 제니와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린다. 그의 인생은 순풍을 맞고 달리는 배와 같았지만, 그의 사랑은 항구에 묶인 배처럼 가련하기만 했다.      


그런 포레스트의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그 날밤 제니가 포레스트의 방에 찾아온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첫날밤을 보낸다. 해피엔딩으로 끝맺기를 바랐지만 제니는 날이 밝기도 전에 포레스트 몰래 그 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포레스트는 제니에게 버림을 받고, 마음의 상태를 되찾으려 애를 쓴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결국, 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지나간 것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달리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는 쉼 없이 달린다. 그리고, 그는 많이 지친 상태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포레스트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포레스트는 기뻐한다. 제니가 자신이 살고 있는 주소를 알려주며 포레스트를 집으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는 그녀의 집에서 자신의 아들을 만나게 된다.       


“혹시, 나처럼 그래?”     


순간 포레스트의 걱정 섞인 말이 뒤를 잇는다. 제니는 포레스트를 안심시키며 말한다. 아들 포레스트 검프는 학급에서 1-2등을 할 만큼 똑똑하다고. 아마, 제니가 아들의 이름을 포레스트 검프라고 지었던 이유도 이제 더 이상은 포레스트와 다른 인생을 살았다는 이유로 그와 거리를 두고 싶지 않다는 제니의 의지의 표명이기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위태롭던 질주를 끝내고, 마약과 술집과 남자를 끼고 살았던 방탕한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그와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바람은 우리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안내하지만 결국 시간의 힘을 빌려 원하는 순풍을 맞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원래의 길을 찾게 된다.      


영화의 처음과 끝은 포레스트가 날아다니는 깃털을 잡아 자신의 소중한 책 페이지 틈에 넣어 보관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인생은 바람과도 같고, 운명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이 내게 어떤 운명이 주었는지 찾아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우리는 발견한 만큼만 스스로의 운명을 알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인생은 열어보지 않은 초콜릿 상자와도 같고, 그 맛이 어떤 맛인지는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오늘 나는 어떤 초콜릿을 선택해서 내 입 속에 넣었는가. 나는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맛봤는가. 내게는 또 어떤 순풍이 불고, 역풍이 불까? 내 깃털은 어디쯤 내게로 향해서 불어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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