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전 악마인가요.
연애하고 있진 않지만 연애 프로그램은 보는 사람으로 요즘 보는 예능이 있다. 바로 솔로지옥이다. 다양한 직업군의 솔로들이 나와서 자신의 연애 상대를 찾아 최종 커플이 되는 구성인데, 다들 선남선녀라서 볼거리가 있다. 한 시간가량 러닝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참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보통 여자 출연자의 감정이 이입이 된다.
호감이 가는 상대와 최종 커플이 되고 싶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확신이 없을 때 자꾸만 그 마음을 확인하려 든다. 되돌아오는 건 너에게 더 맞는 상대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찾아보라는 대답이어서 더 마음이 아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천국도(매일 커플 매칭 시간이 되면 성사된 커플끼리 천국과도 같은 시설의 섬에서 둘 만의 시간을 갖는다)에 다녀오는 그(그녀)를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프로그램 제목까지 지옥이라서 더 공감이 된다.
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풀어서 얘기하지 않으면 서로 간의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것까지 이야기해야 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둘만의 관계에서는 꽤나 중요한 일이었던 경우가 많고 돌아서 생각해 보면 아쉬워지는 미련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일들이 우린 인연이 아니었나 봐로 퉁쳐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남겨진 지옥도에서는 말 그대로 생각의 지옥이 펼쳐진다. 왜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와 그녀는 천국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괴롭기만 하다. 잔인한 말이긴 하지만 지옥 그 자체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마음의 끝까지 가며 끝까지 고민하고 여러 번 생각한다. 내 마음은 확실하게 정하고 상대방에서 표현하고 거절을 받아서 조금 무안하고 마음이 아파도 자신의 마음이 가는 데로 끝까지 표현한다.
자신의 짝을 찾는 것이 이토록 힘들고 지치고 초라하게도 보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인데도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몰입하면서 시청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데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그들이 대단하게도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참 멋있었다. 나는 살면서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불안하면 뒤돌아서고 어려우면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들은 끝까지 가보고 뒤를 돌아서 아니라고 판단했다. 끝까지 가봤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 그럼 미련도 없을 것이다.
커플 매칭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그들은 사랑에 있어 용감했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지향했던 것도 사랑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진정한 짝을 찾는, 지금은 현실 속 지옥도에 계신 솔로분들이 마음이 맞는 분들이 꼭 만나셨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