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지금은 종료된
전 회사에 있을 때 재정상황이 힘들어지자, 페이드와 온드미디어를 다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 돈이 안 드는 온드미디어는 왜?라고 한다면 권고사직의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라면 할 수 있었지만 당장 매출이 나오기 힘들고, 당장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서비스는 유지해야 했기에 시작했던 게 CRM, 아니 정확히는 카카오톡 '친구톡' 마케팅, CRM 마케팅은 지출대비 효율이 잘 나오는 채널이라고 유명했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었다. 2만 명밖에 없는 작은 카카오톡 채널이지만 그들을 위해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CRM을 보내 생각보다 높은 매출과 ROAS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자 퍼포먼스 마케터가 제안한 '카카오톡 혜택쌓기' 당시 친구톡 100만 원 충전조차 망설이던 대표님이셨는데, 어떤 마음이셨는지는 몰라도 500만 원이라는 큰돈을 투자해 주셨다.
나는 솔직히 효율은 기대하지 않았다. 친구톡이 아무리 효율이 좋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 본 고객이어서 재구매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가입 경험이 있는 고객이기에 첫 구매로 이어지기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하나도 모르는 사람에게 "채널추가만 하면 600원을 드려요"라고 말한 뒤 메시지를 보내면 가입을 하고, 구매를 해줄까? 에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돈을 받는 방법도 너무 쉬웠다. 채널 추가 버튼만 클릭하면 돈이 들어오고, 심지어 하루만 지나면 채널을 차단해도 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일까 일예산은 오후 2시가 되기 전에 모두 소진됐다.
흔히 말하는 '체리피커'들이 모이기 좋은 서비스였다고 생각한다. 광고가 잘 운영되는지 확인하려고 방문한 나조차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3천 원을 벌 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채널 친구수는 5천 명 이상 증가했지만, 카카오톡 혜택쌓기 종료 이후 며칠도 안 돼서 절반 가까이가 줄었다. (실 유저를 제외해서 측정한 결과)
아무튼 나의 목표는 이렇게 모셔온 잠재고객들을 '우리 고객'으로 만드는 것. 회원가입만 유도하는 프로모션부터 첫 구매까지 유도하는 프로모션까지 6가지 이상의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10개 이상의 메시지를 테스트했지만 가장 효율이 좋았던 메시지가 회원가입을 8명 정도 증가시킨 메시지였다. 심지어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모수가 5%씩 감소했다.
보통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하면 최소 3배 효율을 기대하는데, 부끄럽게도 본전도 찾지 못했다. 권고사직된 두 동료의 월급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까워서 3개월 동안 매달렸지만, 결국 캠페인 실패를 인정하고 ‘혜택 쌓기’ 고객을 우리 고객으로 만드는 걸 포기했다.
아무튼 이렇게 실패로 끝나고 이직을 한 뒤 혜택쌓기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게 됐다. 출시 1년 만에 종료된 서비스, 이제는 별 생각이 없지만 이런 실패를 기록하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하며 한번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