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버스가 한산하다는 건

by Breeze

휴무 이틀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 다시 출근 날이 되었다. 그레이는 수,목을 쉬고 금요일부터 출근을 하니 출근 첫날부터 바쁜 주말인 셈이었다. 식사를 한 뒤 나가려는 그레이의 등 뒤로 형인 블루가 물었다.


“너 돌아오는 주도 똑같이 수,목 쉬냐?”


“그치? 근데 왜 갑자기?”


“아니다 다녀와라”


“뭐야… 알았어 간다.”


그레이는 한두번도 아닌데 쌩뚱맞다고 생각하며 길을 나선다. 날이 좋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화창한 날씨라 생각하는 그레이는 산뜻하게 출근길 버스에 올라탔다.


‘오늘 버스에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평일인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한산한 버스를 본 뒤 자리에 앉으려는데 아직 자리에 앉지도, 어딘가를 제대로 잡고 있지도 못했는데 버스가 출발해버렸다. 엉거주춤 넘어질뻔한 그레이는 가까스로 버스에서 가장 앞, 운전자석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버렸다.


‘아니 뭔…’’


인상을 찌푸린 채 운전자석을 째려본 그레이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말해 뭐하나… 성격이 급하신 분인가보다. 아니면 내가 서있는 걸 못 보셨거나.


‘버스 한산하니 앉아 가는 건 좋네’


평소 출근시간이 근처 학교들의 하교 시간과 맞물려 짧은 거리지만 부대껴 가는 경우가 많은 그레이였다. 버스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니 금세 언짢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응?’


그러던 와중 그레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현수막이 보인다.


+귀성길 안전 운전하세요!! 풍성한 한가위 되시 길 바랍니다.+


‘아?’


핸드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하니 이번 추석. 그렇게 연휴가 길다는 황금연휴가 오늘부터 시작이었다. 형과 함께 아버지와 먼 거리로 독립을 하고 난 뒤 주기적으로 찾아는 뵙지만 명절 날짜를 크게 챙기지 않고 따로 시간을 내 만나는 부자지간이고 가족인지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그 전에 오랜 기간 해왔던 일도 그렇게 여유 있게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아 그래서…’


이제야 블루의 질문이 이해가 갔다.


‘에혀 언제 뭐 남들 다 쉴 때 쉬었다고. 새삼스럽게.’


정말 새삼스럽지 않다. 하는 일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각자의 시간에서 살 뿐이다. 그레이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창한 날씨 아래 그레이의 시선을 끄는 것들이 있다.


어제와 달리 담배꽁초가 깔끔히 정돈된 인도 위 보도블럭, 사이렌을 강하게 울리며 한산한 도로를 질주하는 구급차,창문 너머로 친절하게 웃는 카페의 직원들,차가 그리 많지 않아 도로에서 그 색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초록색 파란색 여러 버스들, 버스- 그레이는 고개를 돌려 무표정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버스 기사를 바라봤다.


‘가족들이 집에 기다리고 계셨나’


연휴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단한 인정을 받을 수 있거나 본인이 마땅히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일이고 업이니. 다만- 날선 대화가 나갈 때 조금은 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노력 정도는 좋을 것 같다. 황금연휴이니. 같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도 여유로운 마음정도는 따라 가져보면 좋지 않겠나 나에게도.


그레이는 버스가 잠시 정차 했을 때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예~ 감사합니다~”


기사님이 무표정에서 생각지 못한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든다. 그레이도 마주 웃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황금 연휴였고, 날이 좋았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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