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친절과 부담을 같이 쓰게 되는 순간

by Breeze

하루 종일 햇빛을 때려 맞아 데워진 아스팔트가 달빛이 몰고온 서늘함으로 조금씩 땀을 식히고 있는 초저녁. 그레이는 아직 한가한 이자카야의 바에 팔꿈치를 걸치고 서서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다. 자신을 찾는 직원도 손님도 없는 이 시간은 그에게 귀하다.


그때 출근한 파트타이머 승현이 그레이의 옆에 와 똑같이 바에 기대선다. 힐끔 그녀를 본 그레이는 다시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다.


“하…”


“…”


“하…”


옆에서 승현은 계속 한숨을 쉰다. 평소 남 일에 관심 두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레이는 번거롭기만 하다. 하지만 못 들은 척 무시하는 것도 어느정도지 저렇게 들으라는 듯이 옆에서 한숨을 쉬는데 언제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매니저이기에.


“하…”

승현의 한숨에 2층이 1층이 될 거 같을 때 그레이는 입을 열었다. 핸드폰을 보던 자세는 그대로 고개만 최소한으로 승현에게 돌린채.


“왜?”


“아… 그게요. 우림이 오빠요…”


“우림이가 왜?”


같이 매장에서 일하는 파트타이머 우림이 얘기를 꺼낸다.


“아니 그게 좀… 불편해서요.”


“왜?”


“저번에… 뭐 하냐고 갑자기 연락 와서… 왠지 느낌 싸해서 그냥 아파서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거든요. 또 얼굴 보자고 할까봐.”


“흠.”


“근데 그 얘기 듣고 별 연락 없더니 감기약하고 먹을 거 같은 거 바리바리 사와서는 잠깐 나와서 받아만 가라고 아프면 잘 먹어야 한다고 막 주는데… 좋은 마음으로 주는데 또 부담스럽다고 불편하다고 말은 못하겠고…”


평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여성들에겐 특히나 과하게 친절한 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얘길 들어보니 찾아가거나 따로 연락한 게 처음도 아닌 듯 하다.


‘우림이…”


“흠… 근데… 뭐 어쩔 수 없지 말해야지. 우림이한테 니가”


“근데 또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건데 어떻게 말해요…. 말 못하겠어요…”


“좋은 뜻인지 아니고가 뭐가 중요해?”


“네?”


‘그렇게 좋은 마음도 아닐 거 같긴 하다만…”

“내 말은. 상대방 마음이 어떻던 중요한 건 니 마음이지. 받는 니가 불편하면 주는 사람 마음이 어떻던 불편하

고 싫은 행동인거야. 그러니 너는 빨리 말해야 하는 거고 그 친구한테. 걔는 니가 자기한테 신세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본인이 불편하게 하는 줄도 모르고 본인이 남 잘 챙긴다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하…. 그래도…”


그럼에도 망설이는 표정의 승현을 힐끗 포고 그레이는 피식 웃어버렸다.


“참 사람들 착해. 자기가 불편한 거 참는 건 대수롭지 않고 남 불편하게 하는 거 무서워서 본인들이 참는 거 보면. 말 못하는 사람은 계속 참는 거야.”


“여기요~”


때마침 손을 들어 직원을 찾는 손님에 그레이는 승현을 둔 채 테이블을 향해 걸음을 뗐다.


‘에이. 시간 다 갔네…’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