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보다 힘든 건
해당 회차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내용입니다.
바에서 컵을 닦고 있는 그레이에게 우림이 다급히 다가온다
“형! 형! 잠깐 와 보셔야 할 거 같아요!”
‘아 또 왜…”
다소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다급한 우림을 따라가는 그레이. 고성이 들려온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 대화 내용을 조금이라도 들어보려 애쓴다.
“아니 불러달라니까?”
“승현씨 다른 일 봐요.”
“매니저님…”
“아 가게 관리자에요?!”
“아 네 매니접니다. 혹시 어떤 일 때문에?”
“아니 이거! 이거 보세요!”
“오뎅탕에 무슨 문제라도…?”
“너무 뜨겁잖아요! 이걸 먹으라고 준거에요?! 아니 사람 먹을 거면 먹기 좋게 적당히 식혀서 줘야지 너무 뜨거워서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끓여 먹는 탕을 시켜놓고, 심지어 냄비 밑에 깔린 버너에 불을 붙힌 상태에서 하는 얘기에 그레이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운 것을 느꼈지만 어디 이런 사람이 한둘이었던가. 예전 하던 일에 비하면 이 정돈 일도 아니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뜨거우실 걸 저희가 생각을 못했네요.”
“그래요! 아까 여직원은 이건 원래 끓여 먹는 거라 어쩔 수 없다느니 뭐니. 원래가 어딨어 원래가! 손님이 뜨겁다면 뜨거운거지. 어린 게 말대답이나 꼬박꼬박하고 말이야.”
“그럼 밑에 버너를 빼 드리면 될까요? 밑에 깔건 따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입천장 다 데인거 같으니까 뭐 간단하게 과일이라도 서비스 좀 줘요. 내가 더 얘기 안하고 참을 테니까는.”
‘하.’
“예 알겠습니다. 주방에 얘기 해놓을게요. 맛있게 드세요”
손님을 뒤로하고 바로 돌아간 그레이는 시선으로 승현을 찾는다. 우림을 쳐다보자 우림은 담배피는 손동작을 취한다. 얕은 한숨을 쉰 그레이는 가게문을 나서 직원들이 평상시에 담배피는 구석으로 향한다.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이다.
‘왜 굳이 담배는 냄새나는데서 피는지.’
“뭐래요?”
“뭘 뭐래. 그냥 과일이나 하나 달라고 하는 거지. 저거 그냥 과일 돈 주고 먹기 싫어서 그러는거야. 다른 거였으면 다른 거 가지고 얘기했을 걸.”
“하… 과일…”
“…”
쪼그려 앉은 채 담배연기를 내뱉는 승현을 물끄러미 보던 그레이는 나란히 앉아 시선을 돌렸다. 번화가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즐거워 보이기만 하다. 아직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았건만 벌써 불콰하게 취한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너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얘기를 들은 그레이는 조용히 웃었다.
“그건 그렇지. 탕 시키고 뜨겁다고 하는 게 말이야 방구야.”
“그러니까요…”
“저 아줌마 욕 너무 하지 마. 짠하잖아.”
“에…?”
순간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승현은 그레이를 돌아봤다.
“얼마나 안타깝냐. 본인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본인 없는 곳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데로 뱉고, 생각 나는 데로 행동하고 그냥 저렇게 사는 거야. 그러니 얼마나 안타깝고 불쌍해. 그걸 알면서도 저러는 거면 더 안타까운거고.”
“…”
“다만, 담부턴 이상하다 싶으면 그냥 한마디도 듣지 말고 윗사람 불러준다고 해 그리고 나나 사장님 불러. 너네 저런 사람 상대까지 하려면 시급 더 받아야 돼.”
“…네”
“마저 피고 들어와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