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마디

#좋은 날

by Breeze

그런 날이 있다. 항상 제시간에 오던 버스가 조금 빨리 정류장을 지나쳐버린다 거나, 허겁지겁 출근했더니 평소 오픈할 때 출근한적 없던 사장이 오늘따라 나와있다 거나 하는 날.


삐걱대며 시작된 날이었다. 사장에게 한 소리 듣고 시작해 구겨진 마음이 펴지지 않고 말도 안되게 탕을 시켜놓고 뜨겁다고 본인을 혼내던 손님도 있었다.


“승현아 3번 테이블에 하이볼 안 나갔다는데 좀 전에 내가 바에 올려준 거 어디로 간거야?”


매니저의 물음에 가슴이 철렁. 어딘가 준 거 같은데 3번은 아니다 절대.


“아… 잠시만요 확인해볼게요 매니저님…”


“아니야 일단 이거 가. 아니다 그냥 내가 갈게”


똑같은 하이볼을 다시 만든 매니저가 바에서 나와 직접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멀리서 봐도 늦게 나온 것에 대해 손님은 물었고 매니저는 고개를 숙인다.


“잘 못 갖다 줬네 4번으로.”


“아… 죄송해요…”


“아니야 근데 조금만 신경 쓰자. 오늘 바쁘니까”


“네…”


특유의 구김살 없고 밝은 성격의 승현에게도 오늘은 고된 날이었다. 속된 말로 나사 하나 집에 두고 온 것 같은 날. 애써야 웃음이 나왔다. 아니 애써도 점점 처지는 입꼬리를 잡아채기가 어려웠다. 몇 개월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오늘 하루에 전부 몰아서 생기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하… 집에 가고 싶다…’


승현은 빨리 오늘이 끝나길. 이젠 진짜 별 탈 없이 퇴근해 맥주 한 캔 마실 수 있기만 바랬다.


퇴근이 가까워지고 매장을 가득 채웠던 손님들도 하나 둘 빠져나가 매장이 한산해졌다. 곧 퇴근이다. 승현은 자꾸만 힘이 빠지려는 다리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떴다. 웃으려 노력했다.


“계산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매장 마감시간이 가까워지자 한번에 빠지는 손님들에 직원들은 빠지는 손님들의 테이블을 바쁘게 치웠고 승현은 카운터에 서서 웃는 낯으로 계산을 하며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아 네 몇 번 테이블이세요?”


“아… 저기…”


승현의 부모님 뻘로 보이는, 인상 좋아보이는 부부가 계산대 앞에 섰다. 가게의 손님 치곤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손님의 손가락을 시선으로 좇아가보니 3번 테이블이다. 아- 바쁜 와중에 다른 사람이 계산하고 나간 줄 알았는데… 본인이 사과하진 않았어도 다시 마주하는건 영 불편함을 어쩔 수 없다.


“아 네 계산해드릴게요~”


최대한 웃으며 카드를 받았다.


“아 그 저기…”


“네?”


여자 손님이 계산하는 승현의 팔뚝에 손을 얹었다.


“아까 우리가 술 안 나왔다고 물어봐서 혼난 건 아니죠…?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뭐라뭐라 하길래… 우리도 주책이야 어련히 가져다 줄 걸… 오랜만에 젊은 사람들 노는데 나와 있다고 들떠서 술을 좀 해가지고서는… 그리고 술이 달달하고 맛있더라구…”


“아 아니에요… 제가 실수한건데요 죄송합니다.”


“아이구 아니에요… 잘못은… 아가씨는 몇살이에요? 20살? 21살?”


“아… 24살이요”


“어머 애기처럼 생겼다~ 실은 우리 딸도 이런 호프집에서 일을 한대요~ 어린애가 무슨 일을 하나 싶어서… 직접 가보진 못하고 요즘 젊은 애들 술 먹는데 한번 와보자 싶어서 온 게 이리 됐네… 정말 고생이 많아요. 그 바쁜데 인상 한번 안 쓰고 어휴… 열심히 하는데 내가 다 짠하고 이쁘고 그러네”


오늘의 승현에겐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한 한마디였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습관처럼도 하는 그 말들.


승현은 울음을 참고 간신히 한마디 꺼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아이구 말이 너무 많았네 미안해요. 진짜 딸 같아서. 다음에 또 올게요. 아 그리고 이건 끝나고 아이스크림 사먹어요 꼭”


일하다 보면 종종 받지만 오늘 받은 팁은 쓰기 아까울 것 같다.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웃으며 떠나는 부부를 향해 마주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승현이다. 오늘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은 듯 하다.


몰려드는 계산을 모두 마치고 마감을 하기 위해 바를 향해 걸어간다. 퇴근이 가까워졌건만 발검음은 하루 중 가장 힘차다. 바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사장이 하루 종일 기운 없어 보였던 승현의 눈치를 살피며 매니저에게 슬그머니 한마디 한다.


“오늘 맥주 한잔… 할까?”


“오늘은 그냥 들어가는게…”


매니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맥주 좋아요!”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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