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건
“다녀오겠습니다~”
우림은 신발을 신으며 집 안에 말한다.
“…”
산뜻하게 집을 나선 우림은 좋은 날씨에 별 노력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짧게 걸어 알바하는 가게에 도착했다.
“형 안녕하세요~”
“오냐”
미소 띈 우림의 얼굴을 보던 그레이가 묻는다.
“밖에 날씨 좋지?”
“예 형 매일 오늘만 같으면 좋겠네요 진짜. 옷 갈아 입고 올게요~”
선선한 날씨에 술을 좋아하지 않는 우림마저 맥주 한잔 생각나는 날씨이니 다른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가게는 평일치고 많은 사람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기분 좋은 날씨, 술이 오른 사람들의 흥겨운 소음, 열이 오를 때 마다 때 맞춰 몸을 식혀주는 가을 바람. 모든 것이 적절한 밤이었다.
삐리리-
엄마에게 전화가 온 것은 바쁜 게 한차례 지나간 후 잠깐 그레이와 나란히 앉아서 쉬고 있을 때였다. 홀로 사는 어머니는 평소 일찍 잠에 드셔서 이 시간에 전화 올 일이 드물어 의아하며 전화를 받았다.
“응 엄마. 이 시간에 왜 안 주무시고?”
“우림아… 바쁘니?”
“아니에요 이제 괜챃아요 왜요?”
“몇일 전부터 가슴이 갑갑해서… 병원 가봐야겠다… 싶었는데 오늘 좀 심해서 안되겠다 싶어서 응급실에 왔거든? 근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네…”
“갑자기? 뭔데요?”
“혈관이 막혀서…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아 네 보호자님이시죠? 간호사에요~ 지금 어머님 심장 관상동맥 중에 2개가 거의 막히신 상태라 지금 운 좋게 발견해서 다행인데 지금 바로 수술 하셔야 해요. 오실 수 있으세요 지금 병원으로?”
“아 지금은… 네 최대한 빨리 가볼게요 엄마 바꿔주세요…”
“응 우림아… 아니야 바쁜데 안와도 돼 그리고 그냥 다음에 좀 여유 생기면 수술 받지 뭐…”
“아니 당장 해야한다는데 뭔… 저번에 보험 가입하라고 상담한건?”
“아니 당장 안 아프니까… 굳이 필요한가 싶어서…”
“아니…”
말을 하는 우림도 떳떳하지 못했다. 필요하니 가입하라고 말은 했지만 그 뒤로 가입은 했는지, 보험비는 제대로 내고 있는지 확인해본 적도 없고 가끔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조금 보내주면 할 일 다 했다고 여겼으니.
“후… 일단 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갈게요.”
전화를 끊은 우림은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땀이 식어 서늘함이 몸을 감싸고, 술이 과한 사람들의 고성에 인상을 찡그린다. 머리속으론 돈 계산이 끊이지 않는다 손은 부지런히 핸드폰을 검색해 수술비용과 입원비용 등 총 들어갈 병원비를 속으로 가늠하느라 바쁘다.
눈 앞의 여유 없는 현실은 미래를 대비 할 여유 또한 주지 않는다. 늘 그랬듰이.
“형 제가 지금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지금?”
사정을 설명한 우림은 그레이를 바라본다.
“음 그럼 잠깐만 대타 형이 빨리 구할게.”
“…예”
그레이와 말하고 서빙을 하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또 안 좋아지는 상황에 대한 원망, 어머니가 그 지경일때까지 찾아뵙지도 안부 연락도 소홀히 한 본인에 대한 자책이 섞여 복잡한 무력감을 느꼈다.
“우림아 이거 3번 테이블”
그 와중 그레이는 우림에게 서빙을 지시하고 우림은 잠깐 동안 정신 없이 움직여야 한다.
“…”
우림은 서빙을 하며 그레이의 입이 언제 열리나 연락 오는 건 없나 지속적으로 살피지만 3일 같은 30분간 별 기색 없이 일에 집중하는 그레이다.
“우림아”
“예 형.”
“소희 불렀으니까 들어가봐. 오는데 한 30분 걸린다는데 그 정도는 괜찮겠지.”
“감사합니다 형…”
“아 그리고 이거 가져가라”
그레이는 우림에게 카드를 건넸다.
“택시 타고 가“
여기서 우림의 본가에 있는 병원까지는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다. 시간도 시간이고.
“아 아뇨 괜찮아요 형.”
“가져가 너 그러고 버스 타고 찾아간다고 하다가 제정신으로 가기나 하겠냐. 가면서 머리 좀 식히고 이번주 일은 다른 친구들이랑 얘기해서 빼던가 할 테니까 정리 되는데로 연락주고.”
“…감사합니다 형.”
“아니다. 일할 때 그런 연락 받으면 참 쉽지 않지. 연락 줘라 얼른 들어가봐”
“예 형…”
복잡한 표정으로 나가는 우림을 보던 그레이는 참았던 한숨을 내쉰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