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누군가는
“흠… 애매하긴 하네.”
“그쵸? 하… 어떻게 하지”
“돈은 거의 비슷하지 않아?”
“네 결국 큰 차이는 없는데… 어차피 학원은 여기로 다녀야 하니까… 근데 또 갑작스레 독립을 하기엔… 흠 모르겠어요 뭐가 나을지.”
“아예 멀리로 이사 가는 거면 오히려 고민도 안 할텐데 참 애매하네 이게.”
“그러게요… 하아… 어떻게 하나…”
“부모님은 독립하는 건 별 말 안하시고?”
“그것도 문제에요… 아마 무조건 반대 하실거고 이 참에 학원도 가까운데로 옮기고 알바도 낮에 하는 걸로 바꾸라고 하실 텐데 워낙 그러신 분들이라… 이유를 말해도… 어우 골이야.”
그레이와 승현은 승현의 이사 문제로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싸맸다. 일의 특성상 늦게 끝날 수 밖에 없고 승현의 상황상 이 동네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좀 더 고민해봐. 근데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너가 너무 무리 되지 않는 선에서 해야지. 출퇴근 하는 시간이나, 학원 다니는 시간이나 여러가지로. 미리 말하지만 내가 사장이 아니라 승현이 너 꼭 일 다녀냐 한다 이런 말은 아니야 너 편한데로 생각해 그게 최고다.”
“네에…”
단순히 거리의 문제, 돈 문제가 아닌 듯 하기에 그레이는 말을 아꼈다. 평상시에 누군가의 고민 상담 해주는 걸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형 안녕하세요~”
시간이 되자 파트타이머인 유빈이 바를 지나쳐 탈의실로 향하며 그레이에게 인사한다. 유빈은 승현의 동갑내기 친구다.
“야 김승현! 너 왜 디엠 답장 안하냐?”
“어..어? 아 못 봤나 보다.”
승현은 유빈의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유빈을 지나친다.
“뭐야? 쟤 왜 저래요 형?”
“나야 모르지.”
승현은 아직도 머리속이 복잡한듯 별 말 없이 서빙과 손님 응대에만 집중이다. 그레이는 굳이 말을 옮기지 않았다.
“뭐야 재미없게. 평상시랑 다르니 이상하네.”
“유빈이는 와서 이거 좀 닦자.”
뒤이어 들리는 사장의 말에 유빈은 대답을 하며 그레이를 지나친다.
‘흠’
승현은 평소 가게와 이 근방의 유명인사다. 그레이가 보기에도 예쁜 얼굴의 승현은 성실하면서 매사 잘 웃었고 농담을 즐겼다. 유난히 고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승현에게 그레이는 인간적인 호감 외에 동료로써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쟤 뭐 일이 있나 봐요 형 그쵸? 제가 따로 가서 기분 나쁜 일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거 아니라고는 하는데 맨날 해실해실 웃는 애가 저렇게 별 말도 없이 일하는거 보면… 형님은 뭐 아는 거 없으세요?”
“몰라 뭐 개인적인 일이 있나 보지. 신경 쓰지 마. 일하자.”
“흠… 뭐지…”
‘조용하긴 하네.’
승현이 입을 다물자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직원들은 묘하게 조용함을 느꼈다. 또 하필 승현을 제외하고 오늘 근무자가 전부 시커먼 남자 놈들인 탓도 있다.
매장 직원들의 분위기는 참기름 빼먹은 비빔밥 마냥 밍숭맹숭 했다.
“매니저님 저 결정했어요.”
“응? 어떻게?”
잠깐 한가해진 틈을 타 내내 조용하던 승현이 그레이에게 말한다.
“친구가 학교 떄문에 안 그래도 자취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얘기 듣더니 같이 부모님한테 얘기해보자고, 같이 사는 걸로. 그러면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니까 좀 낫지 않을까요? 돈도 그렇고”
“흠 그건 확실히 그렇겠네.”
“그쵸! 초등학교 친구라 부모님끼리도 아시거든요.”
“이사하는 곳에서 출퇴근 하고 학원 다니는 건 어려울 거 같긴 하더라.”
“맞아요! 암튼! 좋았어!”
금세 기분이 좋아진 승현은 다시 태이블을 치우러 홀로 향한다. 뭐. 뭐가 됐든 다행이라 해야 겠다.
그레이는 술을 타며 승현과 유빈이 투닥거리는 걸 듣는다.
“너 왜 어울리지도 않게 한참 무게를 잡고 그런거야?”
“내가? 아닌데? 내가 언제?”
“계속! 너 계속 그랬잖아 계속 눈치 보고 있었구만”
“아닌데? 아닌데?”
승현이 유빈을 놀리는 걸 보니 확실히 기분이 나아진 듯 하다.
“어유 형 쟤 다시 살아났네요. 뭐야 갑자기 왜 그랬던거야.”
승현을 떼어낸 유빈은 그레이의 옆으로 다가와 그레이와 나란히 서서 잔을 닦기 시작한다.
“뭐 생각할거라도 있었나 보지 뭐.”
“근데 진짜 쟤가 그러고 있으니까 적응 안되더라구요. 뭔가 더 우울한 거 같고 쟤는 계속 웃고 실없는 농담 던지는게 어울리는데. 쟤가 그러고 있으니까 묘하게 우리 다 다운되는 거 같고 그쵸?”
“그러니까 평상시에 승현이한테 잘해 인마.”
“에? 왜요?”
“얼마나 고맙냐. 우리끼리 있으면 이렇게 암울하고 분위기 안 좋은데 나서서 농담하고 분위기 풀고 그러니까 한번이라도 더 웃고.”
“에이 그게 뭐가 고마워요 형 쟤도 다 지가 좋으니까 그러는건데.”
“승현이라고 맨날 기분 좋고 즐겁겠냐? 다들 고생하는데 즐겁게 일하자고 분위기 다운되지 말라고 본인이 나서서 먼저 웃고 농담도 던지고 하는 거지. 저거 엄청난 노력이야.”
“…”
“너나 난 저렇게 하라고 해도 못해. 고마워라도 해야지. 승현이도 안 그러고 싶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 위해서 항상 힘내고 농담하고 하는거니까”
“예 형.”
그때-
“야 난쟁이!”
남자치고 많이 작은, 여성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키를 가진 유빈과 유빈보단 크지만 남자들 중 작은 죽에 속하는 그레이가 동시에 고개를 돌아봤다.
시선의 끝엔 승현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있었고
“형…?”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