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여느 인생이 그렇듯 아무런 전조도 없이 찾아왔다. 그어 놓은 선을 넘어서 흙 발로 남의 땅을 허락 없이 밟는 것들은 어쩜 그렇게 동의도 없이 오는지. 그날도 그러했다. 그렇게 폭력적으로 그 날이 왔다.
점심을 먹고 난 순이는 마루에 앉아 마당을 거니는 복순을 바라본다. 복순은 재무가 다녀간 이후 부쩍 많이 먹고 많이 걷고 많이 말한다. 힘을 내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그때였다. 대문 너머로 몇 사람의 발소리와 말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 것은.
복순과 순이가 대문으로 동시에 시선을 돌렸을 찰나. 재무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렇게 집을 나선지 꼬박 일주일만이다.
“썅노무새끼…”
웃음기 띤 재무의 얼굴을 보며 복순이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금방 와서 유들거리며 얼굴을 들이밀거라 생각했건만 오래 걸려서인가.
한데, 혼자가 아니다. 재무의 옆에 처음 보는 여자가 함께 섰다. 얼굴 못 본지 오래된 막내 며느리 또래나 되었을까. 복순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어린다.
“어머이! 장남 왔소!”
나갈 때완 다르게 밝은 모습이다.
“너…?”
“내가 어머니 오래 사시라고 선물을 가져왔지!”
“…?”
얼이 빠져 무슨 말인지 이해못하는 복순을 아랑곳하지 않고 재무는 뒤로 손을 뻗어 앞으로 내민다. 그러고보니 뒤에 조그만 그림자가 하나 더 드리었다.
두살이나 되었을까. 세살이나 되었을까. 복순의 무릎깨나 올법한 작은 아이였다. 보아하니 어딘 지도 모르고 불안해하고 있다. 목 소매 안쪽으로는 미처 닦지 못한 뗏국물이 흐른 자국이 보인다.
“어머니 손주요 손주! 이제 농사 같은 거 짓지 마시고 손주 재롱이나 보면서 살면 된다니까!”
“너…”
“아니 뭘 그렇게 놀라 한번 안아보셔! 하하하”
“너 지금 이게…”
“그리고 이 사람이! 기운이 좋아. 이제 어머니 손주 보면서 건강 찾으시고! 난 다시 농사 짓고 그럼 돼요!”
“…”
“아들 아니라서 실망했수? 걱정 하덜 말어요! 이 사람이 아직 스물 여섯이야 스물 여섯. 내 딱 일년 만에 떡두꺼비 같은 손자 안겨드리지 내가.”
그즈음 복순이 비척비척 걸어가 재무의 앞에 섰다. 복순을 불쾌하게 하는 희미한 냄새.
“너… 이이는…?”
“회관일로 이거 저거 공무 보다가 알게 된 여자요. 여자 혼자 산다기에 이거 저거 도움도 주고 하다가 이래 되었지 뭐요.”
첫만남은 얼버무리고 마치 동네 뒷산이라도 다녀온듯한 말투다.
“너… 순이는…?”
복순의 입에서 맏며느리의 이름이 나왔다. 지금 이 모든 걸 뒤에서 보고 있을 맏며느리의 이름이.
“여편네? 여편네가 뭐요? 호적에도 안 올렸는데 뭐가 문제여? 처음엔 때를 놓쳤다 했는데 이제쯤 되니까 아주 잘 됐지 뭐요? 식모 생활했다 치지 뭐. 원래 마차리 시장바닥에서도 그렇게 살던 여자 여기 와서 그렇게 살았다고 해도 뭐 다를 거 있나. 우리 정도 집이면 첩 하나 둔다고 흉 볼 것도 없으니 하던 데로 옆에서 어머이 돌보면 되지. 아 당연히 애 있는 쪽이 본이고 없는 쪽이……”
짜악-
“니가… 니가 인간이여…? 니가 진짜 인간이 맞기는 한거여…?”
“……”
“어쩌자고 여기를 데려와 여기를… 니가… 니가! 니가 대체 어떻게!! 사람새끼면!! 이 개 만도 못한 새끼야 이 개놈새끼!!”
환자한테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는지 복순이 연신 재무를 때리고 잡아뜯는다. 재무는 당황해하고있다. 그래. 당황해하고 있다. 복순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듯이.
“아니 엄니! 내 말을 좀!”
복순은 울부짖었다.
“니가!!! 허흐윽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새끼면 니가!!!”
그때 대문 앞에서 더 이상 들어오지도 않고 난리를 피고 있는 복순과 재무를 지나쳐 누군가 대문 밖으로 뛰쳐나간다. 순이였다.
“순이야!!”
복순이 멀어져가는 순이의 등에 손을 내밀어 보지만 순이는 이미 시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
위태위태한 심정이었다.
성치도 않은 몸으로 힘내 보겠다며 조그만 마당이라도 걷고 있는 복순의 모양새가. 앉아는 있지만 복순이 조금만 휘청여도 당장 뛰쳐나갈 것처럼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다.
땀을 흘리는 복순을 바라보며 오늘은 이 이상 무리하면 안되겠다 싶어 말리려던 때였다. 남편이 대문을 넘은 것은. 웬 모르는 여자와 조그만 아이와 함께다. 저 정도면 몇 살이나 된거지. 때아닌 궁금증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남편은 시모와 다툰 후 일주일이나 집을 비웠다. 몇일 안에 돌아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어머니께 능청을 떨 줄 알았는데 이번엔 좀 길었다. 외유가 길어 선물을 가져왔음인가. 간만에 밝은 모습이다.
남편이 어머니께 자랑스레 얘기한다 손주를 데려왔다고. 손주? 난 낳은 적이 없는데. 옆에 있는 여자가 그렇게 기운이 좋단다. 희수 또래나 되었을까.
순이는 보고 있는, 듣고 있는 재무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죽하면 다른 생각보다 부들부들 떠는 복순을 보며 얼른 누여야겠다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부들부들 떠는 복순에 순이의 시선이 가 닿았고 그 위를 재무의 등등한 목소리가 덮는다. 불쾌하고 끈적한 향을 입은 채로.
남편의 자식이란다. 본인은 낳은 적이 없는.
식모 살이? 18살에 시집와 지금 순이는 34살이다. 난생 처음으로 평생 있을 집이라 여겼고 생전 처음해보는 농사일부터 남편 동생의 공부 뒷바라지, 심지어는 1년간이지만 시조모의 똥기저귀까지 갈았다. 나의 집이라 여겼기에.
재학이 희수를 처음 데려왔을 때 원래도 없는 말 더 말을 아꼈다. 말주변 없고 배운 거 없는 본인이 괜히 입 열어 시댁식구들 무식하다 소리 들을 까봐. 대학 공부까지 마친 도련님 무시당할까봐. 우리 가족 무시당할까봐.
복순이 쓰러져 정신 못 차릴 때 진정으로 데려가지 말라 빌었다. 이 만큼 데려가놓고도 족할 줄 모르냐 마음으로 울었다. 내게 이리 모질게 굴지 말라고 하늘에게 떼도 썼다. 사력을 다해 돌봤다. 데려갈 마음 먹었다가도 정성 보고 문고리 놓고 돌아가시라고. 내 가족, 내 어미였기에.
그런데 가족이 아니었던 건가. 어린 시절 서울에 가는 아이들을 보며 본인은 갈 수 없는 서울을 꿈꿨던 것처럼 결국 본인은 가질 수 없는 걸 꿈 꿨음인가.
시모는 당황했다. 재무가 데려온, 내가 낳지 않은 손주를 보고 복순은 놀란 게 아니라 당황했다. 마치 나에게 무언가 들킨 것처럼.
복순은 알고 있었다. 재무의 두 집 살림을 알고 있었고 내가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말 이집은 내 집이 아니었나 보다. 식모 생활이 길었다. 18년이면 많이 길었다. 그만 가자. 생각을 하고 나니 한시도 여기서 숨 쉬기가 힘들다. 손이 떨려와 주체할 수가 없다.
생각을 마치자 마자 순이는 일어나 달렸다. 달리는 순간 순이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에 보이는 길로 발을 놀려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내 몸을 가져다 놔야 한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다.
그렇게 순이는 달렸다.
***
“기어이…”
광석이 복순네 집 대문 앞에 서서 엉망이 된 마당을 바라본다. 집에 오는 중 마을 이장님이 불렀다. 순이가 답지 않게 불러도 대답도 않고 맨발로 뛰어가는 걸 봤다고 얼른 가보라고.
말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집에 온 참이다. 항상 누이가 수돗가에 정리해놓던 고무 다라이들부터 방망이 같은 것들이 마당을 구른다. 먹보가 광석을 보며 으르렁대며 짖는다. 자주 보던 얼굴 임에도 지레 놀라 경계하는 모양새다. 그 너머 아무도 앉지 않은 지 오래되어 먼지가 수두룩 쌓인 평상에 복순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낙엽이 가까스로 균형을 잡듯 앉아있다.
“어머니”
“…순이…”
“…이게 다 뭔 일이래요…”
“…나가서 순이 좀 찾아와라… 니 누이 좀 찾아봐… 그러고 나가버리면… 날도 추운데…”
“일단 들어가셔요 어머니… 어머니부터 좀 누우시고…”
“…순이야…”
복순은 광석의 품에 매달이자 반쯤 정신을 놓았다. 조심히 안아 올려 방안에 항상 깔끔히 깔려 있는 이불에 복순을 뉘이고 온몸에 땀을 닦았다. 잠깐만에 광석의 몸에서도 금방 땀이 난다. 따뜻한 곳에 몸을 누이니 그새 복순의 숨소리가 조금은 편안해졌다. 광석도 한시름 놓았다. 좀 쉬어야 할 터였다.
바스락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라 돌아보니 처음 봤지만 알던 아이가 있다.
“…너구나”
“…”
“어른들은? 니 아빠랑 엄마 어디갔어?”
“…”
대답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라는 걸 아는 광석이지만 답답함에 그저 한번 물었다. 아이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려 광석을 볼 뿐이다. 조금은 겁먹은 눈빛으로.
“휴…”
복잡한 눈으로 아이를 보던 광석은 부엌에 나가 좀 뒤져보다 삶은 고구마를 하나 가져온다. 복순이 밥을 넘기기 어려울 때 고구마는 달달하고 부드러워 넘기기가 좋다 하자 순이가 항상 삶아 놓는 고구마였다.
“이거라도 먹고 있어라. 앉아서”
광석도 애를 키워본 적이 없어 뭘 먹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삶은 고구마는 아이도 먹어도 되겠지. 고구마를 건네받은 아이는 두발을 쭉 펴고 앉아 두 손으로 한입 한입 베어문다. 말 없이 먹는 모양새가 배가 고팠나보다. 근데 어린 것이 울지도 않고.
“어머니 다시 올게요”
잠든 복순에게 말을 전하고 문을 다시 나서는 광석이다. 해가 질터다. 대문을 나서는 광석의 걸음이 들어올때보다 다급하다. 먹보는 여전히 짖는다. 광석을 향해. 제 주인 찾아오라 성내는걸까.
***
흐르는 동강 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뛰어오다 보니 신은 한쪽은 신고 한쪽은 맨발이라 벗어버렸다.
10월이 넘은 동강은 강바람이 제법 차게 들이치고 동강 줄기는 바람의 부추김에 덩달아 다급하다. 흙바닥에 가만히 앉아 동강에 빨려 들어갈 기세로 바라만 보고 있자니 시간도 날씨도 잊었다.
집도 절도 없고 다녀본 곳도 없어 갈 곳이 없는 순이는 어느새 가장 익숙한 곳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기억이 나던 시절부터 줄곧 사람 냄새가 그리울 때면 찾았던 곳. 신씨할매가 좋아하던 코스모스가 피는 동강.
“……”
이제는 신씨할매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를 처음으로 먹였던 어른. 순하게 살지 말어라 하면서도 남은 인생 순하게 풀렸으면 좋겠다고 순이라 불러줬었다. 나를 키웠던 마차리의 어른들, 가는 길 배웅도 못한 정남과 자현.
모두의 얼굴이, 냄새가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 얼굴이 흐릿해져도 그들의 냄새가, 아니면 그 어떤 것이라도 순이에게 남았다. 막걸리집 경자 아줌마에게서 나던 누룩냄새, 정남에게서 나던 오래된 종이 냄새, 그리고 신씨 할매의 코스모스
그들은 내가 없는 곳에서 다들 만나 잘 지내고 있을 런지.
진정 몰랐나? 아니 모르지 않았다.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몇일이고 집을 비우는 날이면 풍겼던 예의 불쾌한 향내. 여인의 것이 분명했다. 공무로 바쁘다고 하지만 아무도 아는 이 없던 그의 공무.
괜찮다 여겼다. 사실,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 취급을 받아도 괜찮다고, 본인이 입을 델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 빈 몸으로 시집와 잘 하는 것 없이 애도 못 낳는 아내이자 며느리.
그저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길 바랬다. 가족이라는 허울 안에서. 그러다 반평생을 같이 산 복순이 쓰러졌다. 언제까지고 꼬장꼬장하게 남아 있을 것만 같던 복순이 힘을 잃고 쓰러졌다. 나에게 이마저도 뺏어가는 거냐며 속으로 많이도 울었다.
순이는 34년 동안 그 무엇도 가져본 적이 없다. 내 것이라고 소개할 것이 없다. 많은 걸 바란 적 없었다. 내 집, 내 가족이 생겼으면 했다.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익숙한 게 지나쳐 소중한 걸 잊을 만큼 흔한.
가졌다 여겼다. 나를 향한 어미의 사랑이라 여겼다. 남편의 기운이 허해 보인다며 고기를 사와 고기국을 끓이라 할 때면 어김없이 나의 달거리 날이었고, 옷장 한구석엔 나에 맞는 흰 양말이 한 움쿰 이다. 신어보라 말도 안해 조용히 하나 꺼내 신으면 민망한지 지나가며 헛기침이나 치던 어미. 시집와 몇 년이 지나 안사람 따로 있는데 늙은이가 집안 살림 간섭하는거 아니라며 부엌에 발길을 멀리하자마자 간단히 하자던 제사. 그러고도 제싯날 늦은 밤이면 다가와 종아리를 말 없이 주무르던 굳은 살 박힌 손.
그런데 결국 식모였단다. 이번에도 나는 가질 수 없단다. 가졌다 여겼는데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었단다.
34살 순이는 다시 18살이 되어 동강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