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출 줄 아세요?
난 잘하는 게 많다. 요리도 능숙하고 피아노도 오래 친 편이다. 영어도 웬만큼 하고 외국어도 빨리 배운다. 수영도 좋아해 거의 매일 수영을 간다. 그런 내게도 못하는 게 있다.
‘Dance class. (춤 수업)’
음악 박자에 몸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곤욕스럽다. 내 몸은 내 머리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다. 내가 못하는 것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러라고 온 교환학생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용기를 안고 간 춤 수업은 더 곤욕스러웠다.
편한 복장과 신발을 챙겼다. 교실엔 커다란 거울이 있는 강당이었다. 속속히 학생들이 들어왔다. 난 긴장이 되었다. 열심히 해보고자 제일 앞에 서서 교수님을 따라 했다. 교수님은 현대 무용 전문이셨다. 교수님께선 간결하지만 화려한 춤 선을 가지고 계셨다. 내가 옆에서 따라 하는데 목각인형인 것 같았다. 내 바로 옆에 체구가 작은 여자아이가 가볍게 수업에 따라와서 더 그랬다.
쉬는 시간 난 한껏 풀이 죽어있었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내 옆에 있던 작은 여자아이가 광둥어로 말을 걸어왔다.
“Oh, I don’t speak Cantonese. (나 광둥어 못해.)”
아이는 어색하게 영어로 입을 뗐다.
“Where are you from? (너 어디서 왔어?)”
“Korea. (한국.)”
“Nice you meet you! (반가워.)”
아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용기가 생겼다.
“You seemed to be good at dancing. (너 춤 잘 추던데?)”
“Oh, I wanted to be Ballerina but after I broke my ankle I had to give up. (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는데, 발목을 다친 이후로 포기했어.)”
안 그래도 움직임이 범상치 않았다. 자신의 발목을 살짝 들어 보여주었다. 붕대가 감겨있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I am sorry to hear that. (속상하겠다.)”
“No, that is okay. I want to teach dance now. I can be a teacher. (괜찮아. 난 이제 춤 가르치고 싶어. 선생님이 되면 되지.)”
다행히 두 번째 시간은 춤에 대한 이론 시간이었다. 미지의 영역에 첫발을 내디뎠다.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 것은 어색하긴 해도 나쁘지 않았다.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 그 아이는 자신이 벨이라고 소개하며 물어 왔다.
“Do you want to go to watch a ballet show with me? (나랑 발레 공연 보러 갈래?)”
공연을 보고 후기를 써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마침 백조의 호수란 발레 공연이 홍콩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익숙한 이름에 나는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공연장에서 다시 만났다. 내가 자주 보던 건물인데 이렇게 발레 공연을 하는 곳인 줄은 몰랐다. 커다란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표를 구매했다. 생각보다 자리에 따라 가격이 많이 차이 났다.
“뒤에서 보는 게 그렇게 불편하겠어?”
처음 공연을 보는 것이었던 나는 제일 싼 표를 골랐다. 자리는 무대와 조금 멀기는 했지만, 공연을 즐기기에는 좋았다.
공연은 생각보다 더 멋있었다. 처음 보는 발레 공연이라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생각보다 몰입도가 높았다. 백조의 호수는 오데뜨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였다. 마법에 걸린 공주는 낮에는 백조의 모습, 밤에는 사람의 모습이 되는데 진정한 사랑만이 이 저주를 풀 수 있다. 사냥하던 왕자는 우연히 오데뜨 공주를 보고 반해 오데뜨 공주를 찾으러 다닌다. 하지만 악마는 오데뜨 공주와 똑같이 생긴 오딜을 데려오고, 왕자는 오딜과 사랑 맹세한다. 다행히 왕자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다시 오데뜨 공주를 찾으러 온다. 결국, 오데트와 왕자는 함께 혼수에 몸을 던져 저주를 깨고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내용은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그런 공주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표현력이 엄청났다.
호수에서 춤을 추는 백조들의 모습, 검정 투투를 입고 화려하게 춤추는 오딜의 모습 어디 하나 놓칠 곳이 없었다. 남성 분들인 발레리노도 어떻게 저렇게 가볍게 뛸 수 있는지, 가볍게 사람을 들 수 있는지 놀랐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래서 사람들이 공연을 보는구나.’
공연을 보고 와 바로 노트북을 들었다. 기억이 생생할 때 후기를 쓰려는 심산이었다. 백조의 호수 내용과 내 감상평을 쓰고 나니 더는 무슨 이야기를 덧붙일지 몰랐다. 내 표정을 봤는지 벨은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었다. 옷부터 노래와 연출, 춤까지 자세하게 분석했다.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두 번째 과제는 조를 만들어 춤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춤에 무지했던 나는 감도 안 왔다. 벨과 나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 온 친구 둘까지 같은 조가 되었다. 다들 영어를 썩 잘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몸으로 대화했다. 몸짓도 하나의 소통 방법이 될 수 있었다. 다른 춤 영상들을 보고 연구해 우리는 우리만의 4분짜리 춤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춤을 못이었던 내가 해냈다.
난 아직도 춤을 정말 못 춘다. 머리에서 상상하는 나와 실제의 난 전혀 다르다. 하지만 이 수업으로 적어도 춤을 좋아하게 되었다. 춤이란 것은 신비하다. 행복도 절망도 슬픔도 아쉬움도 몸으로 다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표현 이후에는 왜인지 모를 쾌락과 기쁨이 느껴진다. 그래서 정말 못 추는 춤이지만 혼자 있으면 자주 춤을 춘다. 행복할 땐 행복해서, 슬플 땐 슬퍼서 춤을 춘다. 그럼 행복은 배가 되고 슬픔은 감이 된다. 내가 배운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