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프랑스어 배우기

Je parle un peu de francais

by 어람

미국에 갔을 땐 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첫날 미국에 도착해서 공원에서 놀고 있는 5살짜리 여자아이가 보였다. 난 용기를 내어 영어로 말을 건넸다.

“Hello, what are you doing? (안녕! 뭐 하고 있어?)”

아이는 내 말을 알아듣고 대답을 했다. 영화에서만 보던 금발에 파란 눈의 아이였다. 이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짜릿하다.

이렇게 언어는 나에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도구이자 인생의 기회 그 자체였다. 미국에 있을 때 처음 배우게 된 영어는 내 자아 형성을 하는데 커다란 축이 되었고, 이후로 다른 언어도 배워보고 싶다는 갈망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대학교가 아닌 교육 대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학교에서는 언어를 배우기 힘들었다. 그래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다른 언어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처음에 내가 교환학생으로서 언어 수업은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대신 내가 예전부터 듣고 싶었던 프랑스어 수업을 하는 교수님께 메일을 썼다.

“ Hello, I am an exchange student from Korea, and I would like to take your class if it is okay. (안녕하세요. 전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입니다. 교수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믿을 수 없게도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교환학생으로서 외국어 수업 청강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Comment tu t'appelles? (이름이 뭐예요?)”

쭈뼛쭈뼛 첫 수업을 들어갔는데, 교수님으로 보이지 않는 젊은 선생님이 말을 거셨다. 이 말 정도는 익숙해서 대답할 수 있었다.

“Je m’appelle Sophia. (전 소피예요.)”

난 내 영어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교수님께선 놀란 눈치로 언제부터 프랑스어를 배웠는지 물으셨다. 나는 기본만 안다고 답했다.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저 한마디 발음이 너무 좋아 물어보셨다고 했다. 당연히 저 한마디만 엄청나게 연습했으니 발음이 좋을 수밖에. 내 실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들통났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선생님과 함께 나의 첫 외국어 수업은 따뜻하고 즐거웠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에서의 영어 수업은 딱딱했다. 글을 쓰고 읽고 반복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다. 하지만 한국 영어 수업은 소통의 도구로서 영어라기보다는 그저 시험의 일종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수업은 달랐다.

“Aujourd’hui, nous allons présenter ce que nous aimons. (오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발표해 볼 거예요.)”

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Nager, écrire, apprendre les langues et voyager. (수영하기, 글쓰기, 언어 배우기, 여행하기)’

“Alors, interviewe tes amies.(그러면 친구를 인터뷰해 보세요.)”

나는 내 옆자리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묻는다.

“Qu’est-ce que tu aimes faire? (뭐 하는 거 좋아해?)”

“J’aime beaucoup chanter et écouter les chansons coréennes. (난 노래하고 한국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

모든 게 끝이 나면 친구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글로 적어 웹사이트에 올린다. 그러면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어볼 수도 있다.

수업은 하나같이 기발했다.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작품 하나 정해서 설명하기, 자신의 나라에서 특이한 음식 프랑스인 친구에게 설명하기, 프랑스어를 쓰는 나라 조사하기, 내 미래 모습을 상상해 미래 일기 적기 등등이 있었다.

생각보다 프랑스어를 쓰는 나라는 많았다. 모든 대륙에서 적어도 두 세 나라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썼다.

“Bonjour, je m'appelle Marie. Je viens de Mayotte. C'est une petite île àcôté de Madagascar. On parle français. C'est très petite, alors tout le monde sur cette île se connaît.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마리에요. 저는 마요트에서 왔어요. 마요트는 마다가스카르 옆에 있는 작은 섬이에요. 우리는 프랑스어를 사용해요. 마요트는 정말 작아서 섬에 사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알아요.)

프랑스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온 보조 선생님 마리는 마요트라는 작은 섬에서 왔다고 했다. 프랑스어 교수님은 보조 선생님이 특유의 사투리를 쓴다며 재미있어하셨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똑같이 들렸다. 그마저도 신기했다.

즐거운 배움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한국에서의 영어 수업도, 그저 반복적인 단어 외우기와 문법 학습을 넘어서, 조금만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학창 시절, 지루하고 형식적인 영어 학습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처음 언어를 배우면서,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언어는 문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언어 안에는 한 나라의 역사가, 가치관과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가 통째로 내 입과 머리, 가슴으로 젖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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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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