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중국어 배우기

你叫什么名字?

by 어람

중국은 큰 국가이다. 그래서 수많은 소수민족과 소수 언어가 있다. 중국은 북경어를 표준어로 중국의 모든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교육한다. 하지만 광저우, 마카오, 홍콩 일대에서 쓰는 언어는 바로 광둥어이다. 북경어는 중국 간체자를 사용한다면 광둥어는 번체자를 사용한다. 같은 글자라도 읽는 방법이 다르다. 이 둘을 모두 배워보면 홍콩 안에서의 그 미묘한 분위기를 더 잘 알 수 있다.

광둥어를 처음에 배우게 된 것은 교환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수업 때문이었다. 로컬 시장에 좀 더 당당하게 다니기 위해서 기본 광둥어를 익힐 필요성을 느꼈다. 광둥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잘 없어서 그랬을까? 홍콩 친구들은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나를 포함해 엘리사, 히보, 조세핀 등등 자리에 앉았다. 광둥어 첫 수업이었다.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사말부터 배웠다.

‘你好’

“니하오?”

홍콩 친구들은 내 말에 놀란 듯 웃었다.

“In Mandarin, it is ‘ni hao’. In Cantonese it is ‘nei hou’. (북경어론 ‘니하오’이고 광둥어로는 ‘네이호’라고 해.)”

“詩, 史, 試, 時, 市, 是”

북경어가 4개의 성조만 있다면 광둥어에는 6개 성조가 있다며 읽어 주었다. 다 다른 글자이지만 성조만 다르게 다 ‘쓰’라고 읽었다. 친구들은 충격에 웅성거렸다.

“All you need to know it this one. (너희가 알아야 할 단 하나는 이거야.)”

친구는 唔该라는 단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음꺼이’라고 발음되는 단어였다.

“This means ‘thank you’, but it’s more like ‘excuse me’ in English. (이건 감사의 의미가 있지만, 영어에 ‘실례합니다. ’랑 비슷해)”

그러면서 예시를 들어주었다. 종업원을 부를 때, 지나갈 때 사람에게 ‘잠시만요’ 이야기할 때, 간단한 도움을 받았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If you get gift, you don’t say ‘唔该’, you say ‘多谢’ (너희가 선물을 받았을 땐, ‘음꺼이’라고 말하지 않아. ‘또제’라고 말해야 해.)

우리는 그날 ‘음꺼이’라는 단어를 많이 연습했다. 실제로도 아주 유용했다. 식당에 가서 돈을 낼 때도 ‘음꺼이’,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도 ‘음꺼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지나가기 위해서도 ‘음꺼이’를 사용하면 되었다. 단어 하나가 삶을 바꾸어 놓았다. 홍콩의 일원으로 스며들어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북경어 수업은 유학생들에게 필수였다.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 유학생들은 꼭 북경어 시험을 치러야 했다. 교환학생들에게는 따로 제공되지 않는 수업이지만, 교수님께 부탁드려 청강할 수 있었다. 북경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보통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등 ‘스탄’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이슬람 국가라 히잡을 쓴 친구들도 많았다. 이슬람 국가라면 남자아이들 교육에 더 신경 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여성들도 해외에서 유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보통 백인이 더 많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대부분 나와 얼굴이 비슷한 아시아계였다. 실제로 백인은 인구의 20% 이하라고 설명해 주었다.

”In my case, I am polyglot. I speak Russian, Kazakh, and English. (나 같은 경우엔 다언어 사용자야. 난 러시아어, 카자흐어, 러시아어를 사용할 수 있어.)“

그래서 키르기스스탄 친구들은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할 줄 알았다. 구소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 친구들과 카자흐스탄 친구들은 대화할 수 있었다. 이슬람 전통이 약하다고 느낀 것도 종교 활동을 금지했던 소련의 지배를 받아서였다.

중국어를 배우다 보니 중국 본토에서 온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그중 진은 나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자처했다. 특이하게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는데, 나는 막연히 위구르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Do you want to have lunch together? I can cook for you. (우리 점심 같이 먹을래? 내가 요리해 줄게.)“

하루는 진이 나를 점심에 초대했다. 진의 방으로 가니 처음 보는 재료가 있었다.

”Today, we are going to cook chicken curry. (오늘 치킨카레를 만들 거야.)“

재료 하나하나 이름을 물어보았다. 중국 이름이 아니었다. 내 궁금증을 알아차린 진이 대답했다.

”This is Pakistani way to cook chicken curry. My boyfriend is Pakistani. (파키스탄 방법으로 치킨카레를 만드는 거야. 내 남자친구는 파키스탄 사람이거든.)“

“How did you meet him? (어떻게 남자친구는 만났어?)”

“While he was traveling China. We’ve been together for one year. He met my family, and I met his too. I wear this scarf because I want convert to Muslim like him. (걔가 중국 여행할 때. 우리는 사귄 지 1년 됐어. 걔도 우리 가족을 만났고 나도 걔 가족을 만났어. 내가 이 스카프를 쓰는 이유가 걔처럼 이슬람교도가 되고 싶어서야.)”

남자친구가 좋아서 파키스탄어도 배우고 파키스탄 음식도 배웠다고 했다. 다양한 향신료를 뿌린 치킨카레는 고소하고 특유의 향을 방 가득 채웠다. 이국적인 향이지만 따뜻하고 다정했다. 오래 끓이고 나니 처음 부었던 물은 끈적끈적해졌고, 닭도 살살 녹듯 다 익었다. 진은 다 되었다며 밥을 먹자고 했다.

“So do you like being a Muslim? (그래서 넌 이슬람교도가 되는 게 좋아?)”

텔레비전에서 보던 이슬람교도 항상 여성을 탄압하고 차별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여기서 다양한 이슬람교도들을 보았다. 파티마처럼 히잡을 쓰고 다니거나, 히보처럼 안 쓰고 다니거나,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친구들처럼 자유로운 이슬람교도도 있었다. 하지만 진은 중국 사람이었다. 중국은 종교를 통제하고 있다. 진은 왜 이슬람교도가 되고 싶을까? 남자친구가 그렇게 좋아서일까?

“Well, I encountered Islim because of my boyfriend but he never forced me to believe it. I just read Koran myself, and thought that this is a beautiful religion. (음, 내가 처음 이슬람에 대해 알게 된 건 남자친구 때문이지만, 나에게 한 번도 이슬람교를 믿으라고 강요한 적은 없어. 그저 내가 꾸란을 읽어보았고, 매우 아름다운 종교라고 생각했어.)

“Don’t you feel uncomfortable wearing hijab? (히잡 쓰는 게 불편하지는 않아?)”

진은 파티마처럼 어릴 때부터 히잡을 써온 것이 아니다.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이슬람교에 관심을 가지며 히잡을 썼다. 불편할 게 당연했다.

“That’s why I started step by step. I’ve been wearing this light scarf for a while, now it is like part of my body. Wearing hijab represents that I want to be judged for my character rather than my appearance. (그래서 나는 차례차례 시작했어. 이 가벼운 스카프를 착용한 지는 좀 오래되었는데, 이젠 내 몸 같아. 히잡을 입는 것은 내가 외모가 아닌 내면을 중시받길 원한다는 것을 의미해.)

얼굴을 가림으로써 내면을 존중받길 원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사회적으로 여성은 오랫동안 성적 대상화가 되었다. 히잡은 그렇게 성적 대상화가 되었던 몸과 얼굴을 가리기 위한 보호의 한 방편으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나는 이국적인 향이 코를 찌르는 카레를 먹으며 생각했다.

”Let’s make dumpling. (우리 만두 만들자.)“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우리 집이었다. 진은 만두를 만들자고 했다.

”But I don’t have much ingredient. (그런데 나 재료가 많지 않아.)“

진은 우리 집 냉장고를 보더니 괜찮다며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팽이버섯, 닭가슴살, 밀가루, 부추, 양파가 있었다. 만두를 처음 만들어보는 나는 진의 말을 따랐다.

”First we are going to make dumpling wrapper. (먼저 우리는 만두피를 만들 거야.)“

진은 그릇에 밀가루를 담고 물을 담아 달라고 했다. 내가 처음에 물을 많이 담았던지 밀가루를 더 담았고, 우리 밀가루 반죽은 엄청나게 커졌다. 진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You have to do like this. (이렇게 해야 해.)”

진의 말대로 밀가루를 치대다 보니 밀가루는 공 모양이 되었다. 팔이 아려오고 팔목이 욱신거렸다.

“We need to do it more. (더 해야 해.)”

팔에 감각이 없어졌을 때쯤 밀가루는 예쁜 공 모양이 되어있었다. 진은 만두소를 만들자고 했다. 채소부터 다지기 시작했다. 진은 시범을 보였다. 채소가 아주 작은 조각으로 잘려나갔다. 그래도 계속 다졌다. 채소가 각 조각의 모양은 사라지고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된 정도로 작게 다지더니, 완성되었다고 했다. 나도 팽이버섯을 잡고 다졌다.

“We need to do it more. (더 해야 해.)”

팽이버섯을 다지고, 양파를 다지고, 부추까지 다졌다. 한 통에 넣으니 각 채소는 원래의 형태는 사라져서 하나가 되어있었다. 진은 내가 만든 밀가루 공을 길게 당기더니 작은 조각으로 잘라냈다.

“Now, you cut the chicken breast. (이제 닭가슴살도 잘라야 해.)”

닭가슴살도 완전히 다져져 형체가 사라졌을 때야 채소와 함께 넣고 비벼졌다. 만두 속은 이제 무엇이 들어갔는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Now, we are ready. (이제 준비되었어.)”

진은 조그마한 밀가루 공을 대로 밀어서 납작한 만두피를 만들었다. 그 안에 우리가 만든 속을 넣고 예쁘게 만두를 잡았다.

“How do you know all this? (너 어떻게 이런 거 할 줄 알아?)”

진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In China, we make dumpling all the time, especially on holidays like lunar new year or Mid-Autumn Festival. All family gather around and make dumplings. This is my grandma’s recipe. (중국에서 우리는 매번 만두를 만들어. 특히 중추절이나 설날에 만들어. 모든 가족이 모여서 만두를 만들지. 이건 우리 할머니 요리법이야.)”

진은 익숙하게 예쁜 만두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만두는 옆구리가 터지고 만두소들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나의 귀여운 만두들을 보며 킥킥 웃었다. 만두는 둘이 삼 일정도 먹을 만한 양이되었다. 몇 개는 프라이팬에 올리고, 몇 개는 냄비에 넣었다. 보글보글 기름이 끓어 올라 만두를 익혔다. 냄비도 부글부글 끓으며 만두가 보드랍게 익어갔다.

“Is it legal in China to believe in religion? (중국에서 종교를 믿는 게 합법이야?)”

나는 지금까지 궁금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에 선교하러 간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는 종교 믿는 것을 지지하지 않아 많은 불편을 겪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인터넷상으로 규제가 심해 종교적 단어들을 언급하면 안 된다고 들었다. 중국인인 진은 어떻게 생각할까?

“In China, we respect different religion. (중국에서 우리는 다양한 종교를 존중해.)”

진은 짧게 대답했다. 이제 좀 진이 중국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국인으로서 한국 욕을 들으면 불편하듯,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넘어갔다. 만두는 거의 다 익었는지 고소한 냄새를 내뿜었다.

“Shall we? (먹을까?)”

뜨거운 만두를 한입 베어 무니 육즙이 쭉 흘러나왔다. 내가 먹은 만두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내 커진 눈동자를 보며 진은 웃었다.

“Is it that good? (그렇게 좋아?)”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언어가 우리에게 열어주는 문은 크다. 우리는 언어를 배우면서 사람과 연결되고 새로운 음식과 역사와 문화와 연결이 된다. 언어라는 새로운 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은 더 넓고 다양하다. 언어에 유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간단한 언어라도 꼭 시작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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