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와이프랑 딸도 있잖아?
‘Creativity Class (창의성 수업)’
어렸을 때부터 창의적이라는 소리는 많이 듣고 자랐다. 이런 수업에선 어떤 것을 배울까? 한국은 어렸을 때부터 수학, 국어, 영어 등 지식 위주의 수업을 배우지 한 번도 이런 수업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나는 자신감과 호기심에 차서 수업을 신청했다.
첫 시간 중국인 교수님께서 들어오셔서 자신의 수업을 설명했다. 그리곤 학생들이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Hello, I am Amar, I am from Pakistan. I work at an international school as an engineer. 안녕하세요. 저는 파키스탄에서 온 아말입니다. 저는 국제 학교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요)”
“Hello, I am Jenny form mainland China. I am a Mandarin teacher.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 본토에서 온 제니입니다. 저는 중국어 선생님이에요.)”
“Hello, I am Sophia from Korea. I am an exchange student.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소피아입니다. 저는 교환학생입니다.)”
나는 밝게 웃으며 내 소개를 했다. 수업시간이 저녁이라 이상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대학원수업이었던 것이다. 오전에 일하고 온 사람들도 같이 수업을 들었다. 다시 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나이가 좀 들어 보였다.
“Make a team of four. (네 명에 팀을 구성해주세요.)”
첫 번째 과제를 위해선 4명이 한 팀을 구성해야 했다. 나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좀 당황스러웠다. 처음 나에게 다가온 것은 파키스탄에서 온 아말이었다.
“Hello, Sophia. Do you wanna be one my team? (소피아 안녕? 나랑 같은 팀 할래?)”
“Sure. (그러자.)”
다행히 아말과 중국에서 온 제니, 그리고 홍콩의 제임스까지 우리는 같은 조가 되었다.
우리는 각자 소개를 했다. 아말은 국제 학교에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이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그런 꿈이 있어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제니는 원래 중국 본토에 살았는데 더 좋은 여건의 직업을 찾기위해 홍콩에 왔다고 했다. 학교에서 북경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 일을 하는 데 한계를 많이 느껴서 더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열정 가득한 눈빛이었다.
수업은 흥미로웠다. 창의성을 재는 다양한 테스트를 쳐봤다. 같은 동그라미로 몇 가지 다른 그림이나 그릴 수 있는지, 동그라미만 이용해 얼마나 창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등 실제로 해보니 더 재미있었다.
우리는 헤어지기 전 각자의 번호를 교환했다.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났다.
생각보다 조 과제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했다. 창의적인 수업은 범위가 넓었다. 우리는 수업시간 전부터 모여서 어떤 수업을 할지 아이디어를 냈다.
“How about class for puberty? I think sex education is very important for those kids. (사춘기에 대한 수업은 어때? 성교육은 그 나이 때 애들에게 중요하잖아.)”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성교육이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장일치로 사춘기에 대한 수업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잠시 제임스와 제니가 화장실을 간 사이 아말은 커피를 두 잔을 사 왔다. 한잔을 나에게 내밀며 질문을 해왔다.
“Do you enjoy the class? (수업 재미있어?)”
“Yes, it was very interesting. (응. 엄청 흥미로워.)”
“Do you know why I asked you to be on the same group? (내가 왜 너에게 같은 조 하자고 말했는지 알아?)”
‘같은 외국인이어서 그런 거 아닌가?’
난 속으로 생각했다.
“Because I like your smile. (네 미소가 좋아서.)”
‘애 둘이 있는 아빠인데 설마 플러팅일까…. 문화 차이겠지.’
순간 당황했지만 휴대전화 배경화면의 두 딸이 생각나 넘어갔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다.
“You don’t usually use what’s app do you? (너 왓즈앱 잘 안 사용하지?)”
한국에선 카카오톡을 자주 이용한다면 홍콩에선 왓즈앱이라는 앱을 자주 썼다. 번호를 교환한 이후로 아말은 자주 연락이 왔다. 나는 왓즈앱이 아직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귀찮고 꺼림칙한 마음에 아말의 메시지를 잘 안 읽었다. 바쁘기도 했고 단호하게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Well, In Korea we use Kakao talk. (아, 한국에는 카카오톡 자주 써.)”
아말은 카카오톡을 다운받았다. 아말은 나를 챙겨주고 싶어 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항상 말하라며, 놀러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데려다주겠다며 먼저 다가왔다.
‘외국인 여자애 낯선 땅에 있어서 그런가? 자기 딸이라도 생각나나?’
한편으론 그런 마음이 고맙기도 했다.
수업 전 아말이 내 옆자리로 와 앉았다.
“Have you tried Kebab? (너 케밥 먹어봤어?)”
“Not really. (아니?)”
아말은 자신이 이슬람교도라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 집 주변에 할랄 케밥이 정말 맛있다고 했다.
“I will get it for you in our next class. (내가 다음 수업에 사 올게)”
“Today, we are going to learn more about……. (오늘 우리가 배울 주제는….)”
내가 괜찮다고 말하기도 전에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다음 수업이 되었다. 수업이 시작하고 몇 분 뒤 아말은 들어왔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5분마다 나를 쳐다보았다. 창의성 노트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정말 아말이 케밥을 사 온 모양이었다. 나는 최대한 아말을 무시했다. 그저 수업을 듣고 싶었다.
“Let’s take 10 minutes break. (우리 10분 쉽시다.)”
교수님이 드디어 쉬는 시간을 주셨다. 아말은 빠르게 내 옆으로 왔다.
“I got you a present. Let’s go out quickly. (나 선물 가져왔어. 빨리 나가자!)”
나는 얼떨결에 아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아말은 자신이 타고 온 오토바이 안에서 케밥을 꺼냈다.
“I was so worried that it will get cold. You should test it when t is still warm. Let’s go to the cafeteria. (이게 차가워질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이거 아직 따뜻할 때 먹어야 해. 식당으로 가자.)
우리는 식당에 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고마우면서도 얼떨떨했다. 처음 먹어보는 케밥에 군침이 돌았다. 한입 베어 무니 소고기와 치즈의 맛이 느껴졌다. 맛있었다. 아말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It’s delicious! (맛있다!)”
정말 맛있었다. 아까 아말이 계속 나를 쳐다본 이유를 깨달았다. 수업 중에 나가서 케밥을 먹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부담스러웠지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 난 그저 웃으며 나머지 케밥을 먹었다.
아말은 어떻게 자신이 케밥을 사 왔는지 영웅담처럼 말했다. 난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기도 했다.
“Do you want to visit my international school? (너 국제 학교 가볼래?)”
‘국제 학교’라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한국 국제 학교만 가보아서 다른 국제 학교는 어떤지 항상 그 내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연 단순한 호의라고 할 수 있을까?’
난 이런 아말의 호의가 불편했다. 그래서 일단 다음 주에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케밥을 빠르게 먹는 데 집중했다. 아말은 뿌듯해했다.
‘이곳을 빨리 도망쳐야 해!’
아말은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끈질긴 권유로 결국 아말이 일하는 국제 학교에 가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말은 오토바이를 끌고 나를 데리러 학교까지 왔다. 오토바이 뒤에 처음 타보는 나는 너무 무서웠다. 한참 동안을 달려 국제 학교가 있는 홍콩섬까지 왔다. 먼 길이었다.
“Are you okay? (너 괜찮아?)”
학교에 도착했을 땐 처음 타는 오토바이에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학교는 학생들과 교사들로 가득했다. 현대식 건물에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
‘정말 날 데리고 와도 괜찮은 건가…?’
아말은 날 동료 선생님들께 소개해줬다. 그리고 학교 여기저기를 다녔다. 현미경이 가득한 과학실험실부터 형형색색인 미술실, 다양한 악기가 있는 음악실까지 국제 학교는 교실 안에 다양한 준비물이 있었다. 그리고 과목에 맞게 교실이 잘 꾸며져 있었다.
“I have this afternoon off so I need to get back before five. My wife doesn’t know about this. (나 오후에 조퇴 냈어. 그래서 오후 5시 전엔 들어가야 해. 아내는 모르고 있거든.)”
아말이 말했다. 한편으론 꺼림칙했지만, 5시 전에 집에 갈 수 있다는 말은 다행이었다. 아말은 점심도 사주고 홍콩 유명 관광지를 보여주었다. 고맙기도 했지만, 모든 금액을 자신이 지급하려고 나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날 저녁, 라트비아에서 온 알로나, 호주에서 온 엘리사, 그리고 오랜만에 체코에서 온 하나와 만났다. 난 아직 제대로 시작 못한 창의적 노트를 들고 얘들을 만나러 갔다. 한참 각자 과제를 하는 중이었다.
아말이 찜찜했던 나는 엘리사와 알로나, 하나에게 말을 꺼냈다. .
“There is a weird Pakistani guy in my creativity class. I mean is kind but weird (내 창의력 수업에 이상한 파키스탄 남자가 있어. 내 말은 착한 사람이긴 한데 좀 이상해)”
“weird? How weird? (이상하다고? 어떻게 이상한데?)”
엘리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남자 이야기에 알로나와 하나도 내 말에 집중했다.
“He is married. His two daughters are on his phone in the background. However, he’s trying to buy me stuffs. He wants to hang out with me. He says my smile is pretty. (결혼 했고 딸 둘 사진이 핸드폰 배경화면에 있어. 그런데 나한테 물건을 사주려고 하고 같이 놀고 싶어 하고. 그리고 내 미소가 예쁘대.)”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I want to believe this is cultural difference because he is being sweet. He’s not hitting on me, is he? (난 이게 문화적 차이였으면 좋겠어. 그 사람은 착하거든. 걔 나한테 플러팅 하는 거 아니야. 그지?)”
알로나가 말했다.
“Sophia, no man buy food for nothing. (소피아, 그 어떤 남자도 이유 없이 음식을 사진 않아.)”
엘리사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He is looking for a second wife. (걘 두 번째 아내를 찾고 있는 거야.)”
이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두 번째 아내라니. 설마.
“It is quite common for Islamic people to look for second wife! (이슬람교 남자들이 두 번째 부인을 찾는 일이 종종 있어.)”
이 말을 들으니 내가 좀 더 단호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사도 고민을 털어놓았다.
“Well, Hoon is being weird. (훈이 이상하게 굴어.)”
훈은 한국 교환학생이었다.
“He wants to see me. He says I am pretty. Then the next day he ghosts me. Then few days later he wants to see me. (날 보고 싶다고 하고 나보고 예쁘다고 말해. 그리곤 다음날 연락을 무시해. 그리고 며칠 지나면 또 나에게 보고 싶다고 해.)”
엘리사는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엘리사를 과연 한국 남자가 매력적이라 느낄까에 대해 의심스러웠다.
“As Korean I think he just wants to learn English. (내 생각엔 한국인으로서 그냥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엘리사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가 옆에서 말해왔다.
“I was once hanging out at the LKF, I met an Indian guy. He invited me to his yacht party. We saw firework on the yacht it was fabulous. It turns out he was a millionaire. (내가 클럽거리에서 놀다가 인도 애를 만났어. 요트 파티에 초대하는 거야. 요트에서 불꽃놀이를 봤는데, 엄청났어. 알고 보니 걘 부자더라고)”
하나가 만난 인도 사람은 대단한 부자였다. 세계 곳곳에 자신의 요트가 있고, 예쁜 여자들을 보면 자신의 요트에 초대하고, 심심하면 해외여행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We saw the firework on the yacht. It was amazingly beautiful. So I let him kiss. (우리는 요트 위에서 불꽃놀이를 봤어. 엄청나게 아름다웠지. 그래서 걔가 키스하게 두었어.)”
사실 하나가 만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는 이곳에 오기 전 10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거하면서 서로에게 무뎌졌고, 결국 헤어져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엔 전 남자친구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이젠 정신을 차리고 이곳에서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Oh, I met a guy from Kazakh royalty too! (아, 나 카자흐스탄 왕족이란 남자를 만났어!)”
다들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 공화국 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텐데 생각을 했다.
“I met him at the LKF as well. He was drinking besides my table. He was good looking so I talked to him first. He invited me to his house. On our second date, I brought him a wine for a gift and visited beautiful penthouse. Well everything was perfect. Then, he told me his is one of the loyal family member in Kazakstan. (이 사람도 클럽거리에서 만났어. 얘가 내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거든. 너무 잘생겨서 내가 먼저 말 걸었어. 걔가 자기 집에 오라고 초대하더라. 그래서 두 번째 데이트 때 포도주를 선물로 사소 펜트하우스로 갔지. 모든 게 완벽했어. 그리고 걔가 자신이 카자흐스탄 왕족이라고 말하더라고.)
과연 그 남자는 과거에 카자흐 칸국의 왕족이었을지 의심스러웠다. 하나가 만나는 사람은 카자흐스탄 왕족 말고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몇 명이 더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목표에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역시 나만 바비인형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었군.’
나와는 다른 교환학생 생활 모습에 신기하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집으로 가면서 엘리사가 나에게 말했다.
“You should be careful if you don’t want to end up as his second wife. Okay? (너 파키스탄인 둘째 와이프로 남지 않으려면 조심해야해. 알겠지?)”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거절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런 사람 하지만 이 경험으로 거절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외국인 남자들이 다가올 때 나에게 하는 행동이 호감인지 그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예의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로 어떤 행동이라도 일단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