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외국 친구들을 초대해 한국 음식을 먹다!

by 어람

이곳의 유럽 교환학생들에게는 홍콩 물가는 너무 쌌다.

“Friday night at 10pm, LKF, Bear night!(금요일 저녁 열시 란콰이퐁에서, 맥주 마시자!)”

클럽이 모여있는 란콰이퐁은 우리 학교에서 2시간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은 하루가 멀다고 그곳까지 갔다. 밖에서 한식 뷔페를 가거나 초밥집도 자주 갔다. 교환학생에 가기 위해 3년 동안 모은 피 같은 돈을 쓰는 나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What are you doing tonight? (너 오늘 뭐 해?)”

엘리사의 연락이었다. 보나 마나 뻔했다. 또 밖에서 외식하자고 할거고, 나는 또 안된다고 하겠지. 같은 패턴에 좀 지쳤다. 같이 교환학생 신분으로 왔는데, 다른 외국 친구들은 매일 나가서 외식하고 술을 마시고 파티를 즐겼다. 유럽 친구들에게 홍콩 물가는 쌌다. 하지만 나는 로컬 상점에서 장을 봐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것도 자주 하다 보니 이젠 상당한 실력이 되었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어쩔 수 없었다.

‘초대해도 되잖아?’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이제 꽤 능숙하게 요리를 해서 먹는 편이라 친구들을 불러와 대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딱 떡볶이 재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사 먹지도 않는 떡볶이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먹던 게 버릇이 되어서인지, 떡볶이 재료를 사놓게 되었다.

“Wanna try some Korean food? Come to my place at 5 pm tonight! (한식 먹을래? 오늘 밤 5시에 우리 집으로 와!)”

우리 단체톡에 이 말을 남기고 요리를 시작했다.


파티마는 선약이 있었고, 히보와 알로나, 엘리사, 그리고 룸메이트인 조세핀이 오기로 했다. 히보가 먹을 수 있도록 떡볶이 안에 넣을 만두도 돼지고기가 안 들어가는 채소 만두로 샀다. 그리고 너무 맵기보단 약간 달달하게 떡볶이를 만들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대가 되었다.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만드는 요리였다. 술을 마시는 알로나와 엘리사를 위해 소주를 준비했고, 종교적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히보와 조세핀을 위해 스프라이트도 준비했다. 떡볶이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가지구이와 김치찌개 등 간단한 요리를 몇 가지 더했다.


5시. 우리는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보통 다들 수업 때문에 바빠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This is Tteokbokki with rice cake, fish cake and other vegetables. It can be a bit spicy. If Hong Kong has Shumai, we have Tteokbokki. We eat it as a snack both at home and outside since when we were kids.(이건 떡볶이인데, 떡과 어묵 그리고 다른 채소가 들어갔어. 조금 매울 수도 있어. 홍콩에 시우마이가 있다면 한국엔 떡볶이가 있어. 우리는 떡볶이를 어릴 때부터 집이나 밖에서 간식거리로 먹었어.) ”

홍콩 사람들은 시우마이를 어릴 때부터 집이나 밖에서 사 먹는다. 아직도 수업 중간중간에 사 먹는 간식거리이다. 차례차례 다른 요리들도 소개했다. 친구들 입맛에 잘 맞을까, 음식을 잘 설명하고 있는 걸까 긴장이 되었다.

“So, let’s dig in! (자 이제 먹자!)”


친구들은 맛있다는 몸짓과 말을 하면서 먹기 시작했다. 칭찬에 인색한 엘리사도 맛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못한 이야기를 꺼내며 맛있는 저녁을 마쳤다. 친구들로 우리 집 식탁을 꽉 채우니 참 설렜다.

이렇게 음식으로 함께 모이니 자연스럽게 음식 이야기가 나왔다.

“I heard that you eat octopus in Korea! (내가 듣기로는 한국에서 문어를 먹는다며?)”

스웨덴에서 온 조세핀이 말을 꺼냈다. 라트비아에서 온 알로나도 놀란 듯 쳐다본다. 히보도 노르웨이에서도 문어를 잘 안 먹는다고 말했다.

“We also eat octopus in Australia. It is common ingredient. (호주에서도 문어를 먹어. 종종 볼 수 있는 식자재야.)”

북유럽에서는 문어를 자주 안먹는 모양이었다. 나는 냉장고에 있던 낙지 젓갈을 생각해냈다.

“Do you wanna try it? I got fermented octopus in the fridge. (먹어볼래? 냉장고에 낙지 젓갈 있어.)”

나는 신이 나서 냉장고에 가서 낙지 젓갈을 꺼내왔다. 친구들은 낙지 젓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와 같이 자주 낙지 젓갈을 먹은 엘리사도 친구들의 반응에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엘리사는 대표로 낙지 젓갈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I am sorry, but I can. Thank you very much though. (미안, 나는 못 먹겠어. 그래도 고마워.)”

빨판이 달린 다리 모양이 징그러운 모양이었다. 히보는 말해줄 것이 생각났다는 듯 흥분해 말을 시작했다.

“Do you remember the chicken soup with the chicken feet and chicken head in it? (우리 닭죽 먹을 때 닭 머리랑 발 붙어 있었던거 기억나?)”

시골을 조사하기 위해 서쪽 신계로 갔을 때의 이야기였다. 이상하게 여기는 삼계탕을 할 때 머리와 발도 붙여서 했다. 아마 머리와 발도 별미여서 그런 것 같았다. 닭을 파는 정육점도 마찬가지였다. 오리나 닭을 매달아둘 때 항상 머리와 발까지 붙어있었다.

“They sell edge of the chicken wing. It was actually good. (닭 날개 끝부분을 파는 걸 봤는데, 맛있더라.)”

알로나가 말했다. 보통 한국에서는 잘라서 버리는 부분인데, 홍콩에는 그 끝부분만 모아서 튀겨서 팔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새해 때 꽃시장에 간 이야기로 넘어갔다.

“You remember at the flower market? (그 꽃시장에서 기억나?)”

나도 기억이 났다. 새해 축제라 사람들은 북적북적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냄새가 났다.

‘쓰레기 냄새인가?’

내 표정을 알아본 홍콩인 친구가 말해주었다.

“Oh, it is the smell of stinky tofu. (이거 취두부 냄새야.)”

푸드 트럭 가까이 가니 꼬치부터 갖가지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친구가 가리킨 손끝에는 정육각형에 구멍이 많은 두부처럼 생겼다. 취두부는 보통 발효를 시킨 두부를 한번 튀겨서 먹는 것이라 했다.

“Oh the smell was…. (그 냄새는 진짜….)”

우리는 다 취두부의 냄새를 생각하며 코를 찡그렸다.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보며 웃음이 터졌다. 냄새나는 음식 이야기에 조세핀은 히보와 스웨덴어로 이야기하다가 사진을 보여주었다.

“I think you girls would not be able to eat this. (내 생각에 너네 이거 못 먹을 것 같아.)”

사진 안에는 캔 안에 작은 물고기가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이라는 음식이었다.

“It is fermented fish with strong smell. (이건 발효된 청어에 향이 엄청 강해.)”

사진을 보니 갑자기 엄청나게 먹고 싶어졌다며 조세핀이 이야기했다. 이번엔 가장 그리운 음식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히보와 조세핀은 맞장구를 치며 입을 열었다.

“I just miss all the potatoes we eat. fried potato, potato soup, potato gratin. (난 감자 요리가 너무 그리워. 프렌치프라이, 감자스프, 감자 그라탱 같은 음식 말이야.)”

북유럽 친구들은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 편이라 감자 요리를 그리워했다. 엘리사가 입을 뗐다.

“I miss the real ham and cheese. All the cheese and ham here are fake! (난 진짜 햄과 치즈가 그리워. 여기 있는 햄과 치즈는 다 가짜야!)”

같이 장 보러 갔을 때가 떠올랐다. 햄을 사러 간다며 스팸을 집었는데, 엘리사는 그게 햄이 아니라고 했다.

“That’s a fake ham. (그건 가짜 햄이야.)”

엘레사의 말을 듣고 다른 유럽 친구들은 격한 공감을 했다. 진짜 햄과 치즈는 어떨지 궁금했다. 그렇게 우리의 저녁 음식 이야기로 저물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음식이 많았다. 같은 재료라도 어느 나라에선 괴이한 음식이라 불리면 다른 나라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음식으로 소비되었다. 결국, 같은 재료도 각 나라의 문화 속에서 다르게 태어난다. 우리가 익숙한 것이 다른 이들에게 괴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In front of bank, at 7. (은행 앞 7시)”

엘리사의 문자였다. 우리는 보통 술을 마실 때 학교 안 은행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마셨다. 그 곳으로 오라는 것을 보니 술을 마실 듯 했다.

내가 갔을 때 소주 세병과 인스턴트 떡볶이가 준비되어있었다. 서로 바빠 도통 못만났고 오랜만에 만난 김에 샀다는 것이었다.

“Since when did you girls drink soju? (너희 언제부터 소주를 마셨어?)”

알고 보니 알로나는 내가 식사를 초대했을 때 처음으로 소주와 떡볶이를 접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맛있어서 소주는 매일 사두었고, 떡볶이는 혼자 만들기 힘들어 인스턴트 떡볶이를 꼭 사둔다고 했다.

“I didn’t know what is rice cake before. It was you who introduced me! (난 그전에 떡이 뭔지도 몰랐어. 근데 네가 나한테 알려준 거야!)”

알로나가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좀 부끄러웠다.

“That is why I always go to her room. I love Tteokbokki. (그래서 내가 매일 소피아 방으로 가는 거야. 떡볶이 너무 좋아.)”

엘리사가 말했다. 엘리사는 한식을 좋아해 자주 내 방으로 놀러 왔다. 엘리사 방에도 항상 김치와 즉석 떡볶이, 고추장이 있었다.

“You do love spicy food. (너 매운 음식 정말 좋아하더라.)”

내가 엘리사에게 말했다. 엘리사는 무슨 음식이든 고추장을 넣어서 요리했다. 불닭볶음면도 정말 좋아했다. 외국 사람들이 한식을 좋아할 땐 정말 뿌듯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Did you see NCT show last night? It was INCREDIBLE. (너 어제 NCT쇼 봤어? 정말 장난아니었어!)”

알로나와 엘리사는 신나게 동영상을 보며 대화 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NCT가 한국 아이돌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동영상에서는 버젓이 한국어 노래가 나왔다.

“Wait a sec. What is this about? (잠시만. 이게 뭐야?)”

그때 내가 든 배신감은 말로 할 수가 없었다. 둘 다 나에게 한 번도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아니 케이팝에 미쳐있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보통 한국 개인적으로 한국 노래를 자주 듣지만, 그 흔한 덕질도 안 해본 나로서는 한 번도 케이팝의 위상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한국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외국에서 케이팝의 열기를 보며 의심할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홍콩에서 케이팝의 열기는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침사추이를 걷다 보면 옷가게 중 반 이상은 케이팝을 틀어주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다가 케이팝이란 걸 깨달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또래의 홍콩 학생들은 정말 한국 문화에 미쳐있었다.


“So you are into K-pop too, Alona?(알로나 너도 케이팝 좋아했어?”

알로나와 케이팝은 정말 동떨어진 두 존재였다. 그도 그런 것이 알로나의 본국 라트비아는 한국과 너무 먼 곳이었다. 하지만 알로나는 자신의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줄줄이 나열했다.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NCT 콘서트도 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Why haven’t you told me? (너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Well, you are not really Korean. You are not shy like other Korean. You speak English very well. I never thought of you as Korean. (넌 그렇게 한국인 같지 않잖아. 한국인처럼 부끄럼이 많지도 않고. 영어도 잘하고. 난 한 번도 네가 한국인이라 생각해본 적 없어.)”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다른 한국인들은 다 한국인들끼리 놀았다. 거기서 혼자 똑 떨어져 나온 나는 평범한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Thank you. (고마워.)”

나는 그 말을 칭찬으로 받기로 했다. 낯선 음식과 음악은 타지에서 우리는 조금 더 깊은 관계로 만들었다. 타지에서 내 뿌리, 한국의 훌륭한 점을 알리는 것, 그보다 더 뿌듯한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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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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