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홍콩에서 계좌만들기

해외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려면?

by 어람

홍콩에서 다양한 사람이 살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아시아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 살아가면서 크게 이방인이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산 것은 아니었다. 시장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광둥어로 이야기하는 아주머니도, 길 가다가도 길을 물어오는 중국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철저히 내가 이방인이란 것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 있었다.

홍콩에서의 삶은 절대 풍족하지 않았다. 교환학생을 하는 동안 내가 번 돈만을 사용하려 했고,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쓰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떨리게 되었다. 가족들이 놀러와서 남은 돈을, 바로 다음 날 기숙사비로 다 써버린 나는, 처음으로 ATM기에서 돈을 뽑으려고 했다. 중간 수수료가 없는 ATM기를 찾으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탔다. 겨우겨우 찾아낸 ATM기에 카드를 넣고, 돈 뽑는 절차를 하나하나 행했다.

“아래의 번호로 문의하세요.”

파란색 화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한국으로 전화해야 한다는 문구가 떴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두 번 넣고, 세 번을 넣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손이 떨렸다. 그때 내 손에 남은 돈은 5만 원 남짓한 돈이었다. 돈이 없다고 생각하니, 내가 밟고 있는 이 홍콩 땅에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일단 가까운 공중전화로 갔다. 카드 뒤에 적혀진 번호로 전화를 거는데 알 수 없는 광둥어만 나왔다. 그래서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서도 지점이 있는 은행이라 한국으로 전화 통화가 될 줄 알았는데,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내 핸드폰도 홍콩 유심으로 되어있어 한국에 연락할 수 없었다. 홍콩에 오기 전 지갑을 잃어버려 카드를 몽땅 잃어버렸다. 그래서 이 카드만 급하게 발급받아 홍콩에 왔기 때문에 나에게 다른 대안은 없었다.

급하게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 은행에 연락해보니 본인이 아니면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세 번 이상 비밀번호를 잘못 넣으면 카드가 아예 정지된다고 했다. 카드가 잘못된 것인지 ATM기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어 가까운 ATM기는 다 이용해보았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I can always borrow you some money if you need. (너 돈 필요하면 언제든 빌려줄 수 있어.)”

상황을 알게 된 엘리사가 말했다. 말이라도 고마웠다. 하지만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싶진 않았다.

“Why don’t you ask Cherry for a help? (너 체리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건 어때?)”

체리는 교환학생을 담당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 들어 교환학생을 담당하는 부서로 갔다.

상황을 들은 체리는 다행히 국제전화가 있다며 전화를 사용하라고 하셨다. 나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카드 뒤에 적힌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띠리리 뚝”

전화도 잘 안 받고 중간에 끊어지기까지 했다. 쩔쩔매던 그 순간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네, 00은행 상담사 0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익숙한 한국어에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내 카드 번호를 불러주고 상황을 설명해드렸다.

“네, 고객님, 이 카드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지 않네요.”

교환학생을 간다고 급하게 뽑은 카드였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설정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다행히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아니 그렇다고 착각했다.

나는 안심을 하고 1시간 가까이 떨어진 카드 본점에 있는 ATM기로 갔다. 수수료가 생각해서였다.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넣었다. 또 같은 파랑 창이 떴다.

‘이번에는 정말 세 번 이상 비밀번호를 잘못 넣어 카드가 정지된 건가?’

다시 교환학생 담당 부서로 달려갔다. 체리에 사정을 말하고 다시 전화했다. 전화는 이번에도 한 번에 받지를 않았다. 전화가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고 나는 앵무새처럼 상황을 말씀드렸다.

“카드가 정지되지 않은 거로 확인되시고요. 돈이 뽑히지 않는다면 카드 철심으로 된 부분에 문제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카드 자체에 문제면 한국에 가야만 고칠 수 있었다. 정말 앞이 깜깜했다.

나는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알아 보였다. ATM기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수수료가 많이 붙는다고 해서 피해 다녔던 ATM기였다. 이왕 해보는 김에 마지막으로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ATM기에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넣었다.

‘찰칵’

돈이 나왔다.

눈물이 찔끔 났다. 중요한 것을 배웠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는 카드 하나 이상을 소지하기, 카드 비밀번호는 꼭 설정하고 확인하기. 그렇게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현지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안에는 홍콩 현지 은행이 있었다. 처음엔 간단하게 생각하고 내 신분증과 여권만 들고 찾아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필요한 서류가 많았다. 학교에 다닌다는 증명서, 홍콩에 살고 있다는 증명서 등 계속 은행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은행원 아저씨는 미안하셨는지, 세 번째 방문에 만들어주셨다.

현지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받았을 땐 안도감이 생겼다. 홍콩에 조금이나마 뿌리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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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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