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외국인 친구들과 해외여행에 간다면?

외국인 친구들과 대만여행!

by 어람

“We really need to go somewhere. (우리 진짜 어디든 가야해.)”

알로나가 눈을 이글거리며 말했다. 과제를 하고 있던 엘리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어디든 가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매주 룸메이트인 조세핀과 히보는 동남아로 여행을 갔다. 나는 홍콩을 더 여행하겠다는 일념으로 홍콩 안에서는 많이 다녔지만, 홍콩 밖을 벗어난다는 엄두를 못 냈다. 알로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고됐던 모양이다.

“Where do you want to go? (어디 가고 싶어?)”

나는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알로나를 보았다.

“Anywhere. (어디든.)”

대만을 가자는 생각은 누구 아이디어였던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목적지가 정해지고 나니 계획은 차례차례 세워졌다. 역시 계획적인 알로나는 차례차례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대만 여행 경험이 있었던 나는 천하태평이었다. 한편으로 외국 친구들과 가는 외국은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는 각자 일정으로 다 다른 비행기로 대만에 도착했다. 알로나와 홍콩인 크리스는 먼저 대만에 도착했다. 엘리사는 싱가포르에서 오는 길이라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Are you sure about this flight?(너 진짜 이 비행기 탈거야?)”

엘리사는 여러 번 같은 질문을 했다. 사실 비행기 가격이 가장 싸서 저녁 시간 비행기를 골랐다.

“It will be fine. (괜찮을 거야.)”

난 대만은 안전하다며 엘리사를 안심시켰다.

“There will be a big typhoon on Wednesday. (수요일 큰 태풍이 온대.)”

수요일에 대만을 떠난다는 말에 주변 친구들은 말렸다. 정말 수요일이 되었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에는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평소보다 공기는 무거웠다.

일어서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을 넣기 시작했다. 홍콩에 와서 처음으로 여행 가방을 싸보는 것이었다. 홍콩에 온 지 벌써 반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가방을 싸는 방법을 조금 잊기는 했지만, 그 기억을 더듬어 하나하나 필요한 것들을 집어넣었다. 늦장을 부리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또 싸다 보니 기대가 되었다. 짐을 들고 공항으로 나섰다.

대만은 홍콩에서 가까웠다. 한국에서 일본가는 것처럼 비행기를 타자마자 내렸다. 저녁 비행기를 타서 내리자마자 어둑어둑한 대만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억수 같은 비가 내렸다. 대만 날씨는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다.

우리는 남자인 크리스가 있어 방이 있는 숙소로 예약했다. 가정집을 대여하는 숙소라 쉽게 찾기 어려웠다. 택시 아저씨는 몇 번이나 같은 자리를 빙빙 돌았다. 나는 그냥 내려달라고 했다. 폭우 사이로 뛰어가 엘리사가 보낸 사진과 비슷한 곳으로 갔다.

“You are here! (왔네!)”

“Lucky you got here safely. (안전하게 도착했다니 다행이야.)”

“Told you I will be fine. (괜찮을거라고 말했잖아.)”

홍콩이 아니라 대만에서 만나니 또 반가웠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다들 자지도 않고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우리는 식탁에 모여 대만 맥주를 꺼내 들었다.

“Cheers! (건배!)”

그렇게 우리의 대만 여행은 시작되었다.


알로나는 열심히 가고 싶은 곳을 알아 왔다. 엘리사는 다른 여행으로 바빠 이 여행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나와 크리스는 대만이 익숙해 뭐든 좋았다. 그렇게 알로나를 필두로 여행을 시작했다.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함께해서 그런지 무섭지 않았다.

작은 중국 같은 대만 중정 박물관을 갔다. 알로나는 연신 감탄사를 난발했다. 나와 크리스는 익숙하다는 듯 건물을 보았다. 붉은 사찰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곧장 그 절로 들어갔다.

안에는 향냄새가 가득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안을 둘러보았다. 불상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를 드렸다.

‘안전하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여행하게 해주세요.’

나를 따라서 알로나도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절 한쪽에는 점괘를 보는 곳이 있었다. 커다란 통에 기다란 나무 작대기가 들어있었다.

“Pull one stick up, there is a number at the end of the stick. (나무 작대기 하나를 꺼내면, 한쪽 끝에 번호가 있어.)”

크리스가 설명해주었다. 번호에 맞는 선반을 열면 안에 점괘 종이가 들어있었다. 안에는 빼곡히 중국어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영어로 번역된 종이를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The precious sword has been drawn out from its scabbard, it’s your time now, a person of high rank will promote you.(소중한 검이 칼집에서 뽑혔다, 이제 네 차례다, 고위 인물이 너를 승진시킬 것이다.)‘

고위 인물의 정체는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점괘였다. 별일이 아니지만 조금 더 기분좋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도 해외여행을 같이 가면 싸운다고 한다. 우리 여행에서 가장 문제는 음식점이었다.

“How about this place? (이곳은 어때?)”

종일 걸어 다니느라 지친 우리는 예민할 대로 예민했다. 나는 한국 블로그에서 많이 나오는 오랜 점포에 가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우육면, 곱창 국수 등등 대만은 한국인에게 맛집 천국이었다.

“I want to go to a decent restaurant (나는 괜찮은 음식점을 가고 싶어.)”

난 엘리사의 “괜찮은 (decent)” 식당이 어떤 곳인지 알았다. 오랜 점포 느낌이 아니라 깔끔한 식당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I want to go to the one with English menu. (난 영어 메뉴가 있는 곳에 가고 싶어.)”

알로나가 덧붙였다. 이렇게까지 되니 어디를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기약 없이 걸었다. 그때 크리스가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How about hotpot? (훠궈는 어때?)”

훠궈 레스토랑은 크고 깔끔했다. 영어로 메뉴도 크게 적혀 있었다. 합격이었다.

우리는 고기와 각종 채소를 시켰다. 알로나는 빼먹지 않고 떡도 시켰다. 커다란 솥에 우리가 시킨 재료들이 계속 나왔다. 솥에 끊임없이 재료가 들어갔다. 뽀얀 김이 나며 바글바글 끓었다. 쉬지 않고 먹었다.

우리는 배부르게 먹고 시내를 걸었다. 조그마한 귀여운 물건들을 파는 상점에 알로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곳곳에서 익숙한 한국 노래들도 들렸다. 길거리 음식도 먹었다. 알로나는 과일이 들어간 찹쌀떡에 푹 빠졌다. 너무 신기해하는 알로나의 모습을 보며, 내가 라트비아에 가면 저럴까 생각을 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갔다. 알로나와 크리스는 먼저 홍콩으로 갔다. 나와 엘리사는 타이베이에서 타이난과 타이중으로 가 여행을 계속했다. 둘만 있으니 더 맞춤형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질릴 때까지 미술관과 벽화를 보러 다녔다. 엘리사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며 데려간 곳은 엄청나게 큰 꽃밭이었다. 해바라기, 라일락, 튤립 등등 끝없이 펼쳐진 꽃에 저절로 행복해졌다.

물론 음식을 먹기는 쉽지 않았다. 타이난과 타이중에는 엘리사가 말하는 ‘괜찮은’ 식당이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우린 패스트푸드점을 가는 것으로 타협해야 했다. 익숙한 음식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유명한 곳을 가진 않았지만, 유명한 음식을 먹진 않았지만, 우리 둘이 좋아하는 곳을 가는 여행은 우리 둘만의 특별한 여행이었다. 내가 평소에 무엇을 좋아했는지 한 번 더 돌아보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밤이 되면 피곤함에 절어 돌아왔다. 깨끗하게 씻고 다음 날을 위해 다리를 벽에 올려두고 누웠다. 내일은 또 얼마나 걸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다리를 쉬는 우리만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즐거웠던 일들을 나누었다. 기차에서 먹은 점심 도시락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이 얼마나 잘 나왔는지, 내일은 또 어떤 옷을 입고 갈지. 내가 상상하던 여행과는 아주 달랐지만, 더 특별했고 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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