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야생동물을 보러가다

원숭이 대탐험

by 어람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가 항상 챙겨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야생동물들을 일상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사자가 뛰어다니고 곰이 먹이를 잡고 원숭이 가족들이 사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후로 항상 야생동물을 직접 보고 싶다는 꿈을 꿨다.

한국에서는 야생동물을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홍콩에서도 동물을 더 쉽고 빠르게 접하기 위해서는 동물원에 가면 된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열심히 웹사이트 곳곳을 찾았다. 그리고 드디어 야생 원숭이를 볼 수 있다는 곳을 찾았다.

“What you up to? (너 뭐해)”

엘리사와 나는 평소처럼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찾은 장소를 보여주었다.

“I found a place where you can find wild monkeys! (나 야생 원숭이 볼 수 있는 곳을 찾았어!)”

야생동물을 매일 볼 수 있는 호주에서 온 엘리사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You know they can bite you? (원숭이들은 너 물 수도 있어. 알아?)”

굉장히 신났던 난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산을 넘고 버스를 갈아탔다. 학교에서 멀지 않았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는 조용한 역이었다. 역 앞에는 원숭이 동상이 있었다. 야생 원숭이 산이라니. 엘리사는 잔뜩 긴장했고 난 잔뜩 신이 났다. 산의 입구로 들어갔다. 야생동물이 당연히 그렇게 쉽게 발견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차도에서 뛰노는 원숭이들을 발견했다.


새끼 원숭이부터 새끼 원숭이를 소중히 돌보는 어미 원숭이, 생김새부터 우람한 수컷 원숭이들까지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엘리사도 신기해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 지나쳐버린 나무에는 온통 원숭이들이 있었다. 새끼 원숭이들은 이 나무 저 나무를 뛰어다니며 장난치고 있었다. 경이로웠다.

우리는 원숭이들을 사진 찍고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행히 안전거리만 유지하면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커다란 수컷 원숭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서로를 할퀴었다. 나와 엘리사는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어릴 때 보던 다큐멘터리를 실제로 보는 기분이었다. 엄청난 에너지를 뿜고 있었다. 격렬한 싸움 끝에 한 수컷은 무리 밖으로 나갔다. 싸움은 끝났지만, 긴장감은 계속되었다. 엘리사는 이제 내려가 보자고 눈짓했다. 나도 살금살금 내려가기 시작했다.

“꺅!”

나와 가까이 있던 원숭이 하나가 나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헉!’

난 당황했다. 빠르게 머리힐 굴렸다. 야생에서 개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했어라? 일단 원숭이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우리 둘의 대치상황은 계속되었다. 앞에 있던 엘리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Sophia, don’t look at the monkey, just slowly come down here. (소피아, 원숭이 보지 말고 천천히 이쪽으로 내려와.)”

바짝 긴장해서 한쪽 다리를 살짝 움직였다. 원숭이도 움찔했다. 엘리사는 메고 있던 가방을 손에 들었다. 여차하면 원숭이를 내리치기 위해서였다. 한 번 더 다리를 움직였다. 눈치를 못 챈 것 같았다. 그렇게 조금씩 내려와 원숭이 무리를 빠져나갔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I told you wild monkeys are dangerous. (내가 그랬잖아. 야생 원숭이들은 위험하다고.)”

한 번도 야생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야생의 살벌함에 대해 무지했다. 그래도 안전하게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한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 Look! (봐봐!)”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모습을 감춰버렸다. 작은 야생 돼지, 한국으로 치면 멧돼지였다. 엘리사는 야생 돼지를 못 본 걸 아쉬워했다.

야생 원숭이를 보러 간 것은 우리 둘의 모험담이 되었다. 엘리사는 내가 어떻게 원숭이에게 공격을 당할 뻔했는지, 얼마나 많은 원숭이를 봤는지 생생하게 다른 친구들에게 말했다. 다들 자신들도 가고 싶어 했다.

처음으로 본 야생은 경이로웠다. 내가 알던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와 전혀 다른 존재들이 나처럼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삶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했고, 결국 우리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야생과 인간이 공존한다는 것은 단순한 공생이 아니라, 경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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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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