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친구들이 가장 좋아할 선물은?
홍콩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지나갔다. 처음 왔을 때 추운 밤 혼자 낑낑거리며 잤던 기억을 떠올렸다. 참 외로웠는데. 하지만 참 많은 사람을 만났고, 난 성장했다. 아마 이곳을 떠나면 또 지독하게 그리워하리라.
홍콩의 가을은 아름답다. 하늘은 파랗고 해가 뜨면 햇볕 믿은 좀 덥긴 하지만 그늘 안은 시원하다. 여기도 나뭇잎의 색이 변한다. 항상 푸를 것만 같던 열대 식물들이 이젠 붉게 변해간다. 이렇게 매일 같을 것만 같았던 나의 주변 환경들도 내가 성장해가는 것처럼 조금씩 변화해간다.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지금의 행복함도, 슬픔도 다 지나가리라는 것을.
가을바람은 시원하다. 이 열대기후에 익숙 해져버린 걸까? 좀 쌀쌀하기마저 한 것 같다. 처음 한 달은 너무 더워서 선풍기를 틀고 잤다면, 이제는 그런 전자기계 없이도 내 침대에서 잠이 든다. 이젠 이불도 조금 덮고 자는 정도이다. 이렇게 내 주변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내가 집에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벌써 이곳이 내 집 같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오랫동안 한쪽 구석에 두었던 한국 김을 꺼냈다. 마지막 날 나누어주기 위해 고이 모셔놓았던 것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편지지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선물을 줘야 하는 사람들을 적어 보았다.
‘엘리사, 알로나, 히보, 조세핀, 중국어 교수님, 프랑스어 교수님, 일본어 교수님, 기숙사 아주머니’
생각보다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이곳에 와서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을 만났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 문양이 가득한 엽서를 꺼냈다. 먼저 교수님께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Professor. Thank you for letting me take your class. It’s been meaning for experience to me and I’ve learned a lot. This is Kim, a Korean snack made of seaweed. We cut it and eat it with rice or eat it alone. Thank you for everything.
(교수님, 청강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는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건 해조류로 만든 한국 간식 김입니다. 그냥 먹거나 잘라서 밥이랑 먹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엔 친구들 차례였다. 우리의 추억을 생각하며 마음을 담았다. 이게 마지막 인사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렸다.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글자 한글자 엽서에 담았다.
김이 남아서 주변에 더 나누어 주었다. 생각보다 반응은 너무 좋았다.
“We usually cut it in to small pieces and eat it. (우리는 보통 작게 잘라서 먹어.)”
보통 한국에서 8등분으로 잘라먹는 김이었다. 하지만 내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그냥 꺼내서 그대로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This is so good! (너무 맛있다!)”
연신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먹었다 뿌듯했다.
친구들도 나에게 마지막 엽서를 주었다. 엘리사의 편지는 5장에 다다랐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리는 꼭 껴안고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 억양과 행동, 식습관과 가치관까지 우리는 다른 점이 참 많았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의 다름은 호기심이, 배려가, 존중이, 소통이 되었다. 다름과 마주하면서 각자의 우주는 한층 넓어졌고 서로의 우주를 초대했다. 그리고 이제 행복했던 함께한 시간에 마지막 온점을 찍을 때였다. 우리는 뜨거운 포옹으로 만남의 마무리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