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를 숨겨라

여성의 유두는 숨겨야 하는 것인가?

by 어람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학생들의 다양한 패션이었다.

바캉스에 온 룩, 편안한 복장, 히잡, 히피한 옷, 딱 붙는 레깅스와 탱크톱 등등 매일매일 눈이 즐거웠다.

학교가 시작한 지 좀 지난 어느 날, 스페인에서 마리아란 친구가 왔다.

마리아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Who wants to take part in the play? (역할극에 참여해 볼 사람?)"

마리아는 당당히 손을 들었다.

마리아는 앞으로 나와 연극에 참여했다.

딱 붙는 검정 바지와 흰 탱크톱, 그리고 옷 위에 선명한 유두자국이 눈에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건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예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컬처쇼크였다.


그날부터 친구들의 가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은 노브라로 다녔다.

처음엔 눈길이 갔지만, 언제부턴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나도 유밍아웃하게 된 계기는 친구들과 함께 푸에르토비에호를 가서였다.

더위와 습기로 인해 뭐 하나 입고 있기 힘든 곳이었다.

우리는 매일 바다에 가서 수영을 했다.

자연스럽게 수영복을 안 입을 땐 노브라로 다니게 되었다.

해방감이 엄청났다.

밥을 먹을 때 소화도 잘되었고, 항상 내 가슴을 옥죄던 것이 없어졌다.

니플패치로 유두가 아플 때도 있었는데, 그마저 없으니 정말 '자연스러워'졌다.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자주 노브라로 다니게 되었다.

나중에는 니플패치도 없이 노브라로 다녔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내게 언질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모든 문제는 남자친구가 오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코스타리카에 온 지 2달이 지나서 쯤, 한국에서 남자친구가 왔다.

언어, 환경, 날씨 모든 것이 낯선 남자친구에게 내 '가슴'은 문제로 드러났다.

"그렇게 나가겠다고?"

오기 전에 분명히 니플패치는 하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남자친구와 언성을 높이고 풀이 죽은 체 학교로 갔다.

난 솔직하게 친구들에게 싸운 이유를 털어놓았다.

마침 이 문제를 젠더시간에 배우는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다.

"I think you should be deciding whether wearing bra, not wearing bra, wearing nipple patch or not wearing nipple patch. It is your body (내 생각엔 네가 브라를 입던 안 입던, 니플패치를 하던 안 하던 정하는 게 맞다고 봐. 네 몸이잖아.)"

"My grandma told me if I don't wear bra, my breast will look like hers. Well, guess what? I've been no bra for more than 4 years, but my breasts are still fine. They are just result of patriarchy, thinking that it is necessary to keep the breasts covered with bra. (우리 할머니가 그랬는데, 브라 안 입으면 가슴이 늘어진데. 근데 그거 알아? 난 노브라로 4년을 다녔는데, 아직 내 가슴은 괜찮아. 여성의 가슴을 브라로 가려야 한다는 생각은 가부장제의 결과물이야.)"

"Media normally shows the beauty standards which seem to be the average. However, it is just provoking consumerism. In some culture like in Asia, women should have skinny body. On the other hand, in Africa, fat women are praised. In order to keep up to the ideal beauty women work so hard with plastic surgery, beauty products, and diet. (미디어는 보통 미의 기준을 보여줘. 그런데 사실 그건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서야. 아시아 같은 문화에서는 여자는 말라야 하잖아? 반대로 아프리카에서는 뚱뚱한 여성들이 관심을 받아. 여성들은 이상적인 미를 따라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미용용품을 사고, 다이어트를 하지.)"

우리는 학교에서 사회적 규범을 깨고 상자 밖에서 생각하도록 배웠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점도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생각들을 어떻게 이해시킬지.




요즘은 남성들도 니플패치를 자주 한다

우리는 왜 유두를 부끄러워할까?

우리들은 왜 유두를 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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