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가모리에 대하여.

가장 진보적인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by 어람

폴리아모리란?

‘poly(많은)+amor(사랑)’에서 온 용어로, 일대일 연애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명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관계






작은 학교는 소문도 빨리 난다.

"Did you know that W has kissed A? (너 W가 A랑 키스한 거 알아?)"

"But W's partner is here! (그런데 W 파트너가 여기 있잖아.)"

파트너란 남자친구보다 더 진지한 관계를 칭할 때, 결혼할 예정이거나 약혼을 했거나 결혼을 한 사이의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난 W의 파트너를 만나기까지 했기에, 왠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렇다. W는 파트너가 있지만 A와 키스를 했다.

"Yeah, but W is in polyamory relationship. (응, 근데 W는 폴리아모리래)"

TV에서 자주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형태의 커플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나도 모르게 W를 보는 모습이 달라졌다.

W는 뉴욕에서 온 미국인 친구였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요리사로 일한 적이 있어서 나와도 가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폴리아모리란 것을 들은 이후로 뭔가 대하기 어려워졌다.


내 파트너가 한국에 온 지 일주일정도 지났을 때쯤, W도 내 파트너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Hey. Do you want to have brunch together? (우리 같이 브런치 먹으러 갈래?)"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W와 그녀의 파트너 I, 그리고 우리 커플까지 같이 브런치를 먹자는 이야기였다.

"Yeah, of course! (물론 좋지!)"

무슨 생각으로 나도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영어도 스페인어도 아직 어려워하는 내 파트너까지 이 약속에 끌려들어 버렸다.


점심시간, W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앉은자리에는 속속히 들 다른 친구들이 앉았고 다들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서먹서먹하게 밥을 먹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살 수 없는 가락국수를 먹고 있었다.

내 파트너가 한국에서 사 온 가락국수이었다.

나는 내 가락국수를 살짝 내밀며 말을 건넸다.

"Do you want to try? (이거 먹어볼래?)"

"Yes! (응!)"

나는 살짝 이야기를 꺼냈다.

"Where did you get it? (이거 어디서 났어?)"

이곳에서 사기 어려운 아시아 재료를 아는 W는 나에게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대화에 물꼬를 텄다.


"So, you are in polyamory relationship? (그래서 너 폴리아모리야?)"

"Yes, we've been opened our relationship recently. (응, 우리는 최근에 이렇게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어.)"

5년을 함께 한 W와 I 커플은 최근 1년 동안 폴리아모리를 실천하게 되었다고 한다. 뉴욕에서는 이런 관계를 맺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했다. 사람들이 사귀다가도 헤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의 바람인데, 사람이 살다 보면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끌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 끌림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상대와 자신의 일방적인 사랑을 강요하기보다는, 그런 끌림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이야기를 듣던 내 친구 브리는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Yes, that is what we are learning about right now. Having only one father and mother in a family is the result of capitalism. That way parents will work harder to support their family and have kids. Idealizing one type of family can be dangerous. That is why we are embracing and talking about different types of family. (맞아. 그게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랑 비슷해. 엄마 아빠 한 명씩만 있는 가족은 자본주의의 결과야. 그렇게 되면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하거든. 이렇게 엄마 아빠가 한 명씩만 있는 가족들을 이상화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어.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가족구성에 대해 이야기해.)"

지금까지 한 명의 엄마와 한 명의 아빠 밑에서 자란 나, 그리고 그런 가정을 상상했던 나는 뻥 졌다. 그럼 더 어떤 구성의 가족이 있단 말이지? 내가 알던 가정, 내가 이상화하던 가정이 부정당했을 때 그 충격은 엄청났다.

"I don't think what's better or worse in relationship. We just found new types of relationship that worked for us. We are still in the middle of experiments. (난 어떤 형태의 관계가 다른 형태보다 더 낫다 못하다 생각하지 않아.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맞는 형태를 찾았을 뿐이야. 그리고 우리도 아직 실험단계에 있어.)"

오늘도 내가 알던 그 모든 것들이 부정당한 나는 뻥져있었다.

"I mean, I experienced polyamory in freshmen in college. It didn't turn out well because it was good excuse of some people trying to have sex with multiple people. (난 대학교 신입생 때 폴리아모리를 경험했는데, 엉망진창이었어. 그냥 많은 사람이랑 섹스하고 싶은 애들이 만들어 내는 변명이었어.)"

캘리포니아에서 온 R이 말을 했다. 캘리포니아, 폴리아모리, 대학교 신입생,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그 뒤에 미국에서 온 논바이너리 M이 말을 꺼냈다.

"I think if I can have a sex with other people, I think the value of having sex will be meaningless. I want to have a sex with just one person, with my partner. (내 생각에 다른 사람과도 섹스할 수 있다면 내 파트너와 하는 섹스의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 난 내 파트너 하고만 섹스하고 싶어.)"

우리의 토론은 갑자기 학교를 침입해 온 개들로 무산되었다. 나는 순식간의 대화들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브리는 우리를 작은 시 낭독회에 초대했다. 시 낭독회 내내 W의 파트너 I는 W와 가장 친한 친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질투나진 않을까?"

내 파트너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나도 어깨를 으쓱했다.




드디어 우리가 브런치를 먹으러 만나는 날, 우리는 그저 즐거운 평범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내 눈앞에 있는 상대가 폴리아모리라는 것도 잊은 채로. 혹시나 우리와 같이 폴리아모리를 제안할까 걱정하던 그 마음도 사라진채로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코스타리카에서 한국인으로서 받는 대우, 한국에서 어떻게 미국을 이상화하는지, 새로운 나라에서 사는 게 어떤 것이 어려운지, 어떤 문화충격이 있었는지 대화를 이어나갔다. 맛있는 점심과 함께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So, don't you feel jealous? (그래서 넌 질투 나지 않아?)"

우리는 어제 이야기를 꺼냈다. 어떻게 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안고 있는데 질투가 나지 않는지.

"No, I thought they were so cute! (아니 난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남자친구가 안고 있는 게 귀여워 보였다고 한다니. 충격적이었다.

"Of course we sometimes feel jealous. This type of relationship is always confronting our fear. Our fear behind jealousy. (물론 우리도 종종 질투가 나. 그런 관계는 항상 우리의 공포를 마주하게 해. 질투 뒤에 있는 공포말이야.)"

"But we try our best to communicate and trust each other. That is the key. (하지만 우리는 서로 소통을 하고 신뢰를 하려고 노력해. 그게 제일 중요해.)"

"Also, if one of us are uncomfortable of this state, we are willing to change it. (그리고 우리 둘 중에 누구 하나라도 폴리아모리가 불편해진다면 우리는 멈출 생각이 있어.)"

내 눈앞에 이 둘은 서로를 무척 사랑해 보였다. 난 내 파트너의 손을 잡으면서 생각했다.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사랑이지만, 이들의 사랑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바람이나 불륜으로 헤어진다면, 차라리 그전에 신뢰와 소통을 선택한 사람들.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지만, 이들마저도 그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다. 새로운 형태를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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