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He/Them 논바이너리에 대해 아시나요?

가장 진보적 학교에서, 논바이너리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by 어람

일요일 아침부터 눈을 떴을 땐 학교 학생들이 있는 단톡에 아주 긴 메시지가 와있었다.


화면 캡처 2025-10-19 161811.png

아주 긴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논바이너리로서 이 친구는 자신을 He(그), She(그녀)가 아닌 그들(They)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학교 첫날부터 우리는 자신의 젠더 혹은 성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요즘 서양 사회에서, 특히 미국에서 그/그녀에도 속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즉 여성도 남성도 아닌 사람을 They로 지칭하고 있다. 이 친구는 자신이 논바이너리 즉 여성도 남성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정의를 내린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이 새로운 대명사에 편하지긴 어려운 노릇이다. 당연히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타고난 성인 "여성"으로 칭할 때가 있었고, 사람들이 그런 어려움을 겪을 때 이 친구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친구들이 더 적극적으로 They와 Them을 사용하지 않아서 속상하고, 좀 더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 친구의 대명사를 부르는데 어려움을 겪던 나는 매우 찔렸다.


난 개인적으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편이다. 트랜스젠더, 게이, 레즈비언 모두가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대부분 양성애로 태어나지만 미디어와 사회의 영향으로 이성애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나도 성에 있어서는 매우 진보적인 편이다.


하지만 단어를 지칭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한국에서는 보통 다른 사람들을 지칭할 때 "그 사람은" 혹은 "그 애는"이라는 중성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그래서 한국의 큐어(LGBTE+) 커뮤니티에서도 그 지칭하는 대명사에 대한 논의는 주를 이루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권 언어에서는 철저하게 그 사람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중요하게 다뤄진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권에서 그는 El, 그녀는 Ella, 프랑스어권에서는 그는 il, 그녀는 elle 이렇게 다른 대명사가 쓰인다. 여기부터 모든 충돌이 시작되었다.


나는 영어를 편안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아이를 지칭하는데, 어릴 때부터 복수로 배운 They/them라는 대명사를 그 아이 한 명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She/her에 그녀는 나에게 몇 번이고 주의를 주었다. 난 그저 내가 영어에 아직 덜 익숙해 나만 이런 실수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주변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들도 이 실수는 흔했다. 그 친구가 있는 단톡에서 "안녕 여자 친구들! (Hey girls)"라고 적고 지우기도 하고, 그 친구가 없을 때 무의식적으로 "She/her"이라고 쓰기도 한다. 그 친구는 의식적으로 우리가 They/them으로 바꿔서 사용하는 게 존중이라 생각하지만, 왜 내 눈에는 보드랍게 자란 미국인이 자신을 특별히 보이기 위해 떼쓰는 모습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영어로 모국어인 친구들과 수업하기도 스트레스받을 때가 있는데, 대명사까지 고민해야 한다니, 확 피곤해져 왔다. 논바이너리 친구들이 겪는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있겠지만, 나에게 이 메세지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의문하는 것은, 어디까지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하며 어디까지 예민해져야 하는가 이다. 아무리 성소수자들에 대해 잘 안다 생각해도, 가끔 우리 오래된 관습과 무의식까지 한 번에 바꾼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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