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어딜가나 칭챙총

인종차별 STOP

by 어람
여행에서 가장 기본은? 바로 돈이다.

돈 하나로 거지 신세가 되기도, 왕처럼 생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왜? 돈을 일단 꺼내야하니까.


돈 꺼내기에 실패한 자는 쫄쫄 굶어야한다. 그라나다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ATM 수수료가 가장 낮은 곳을 찾으려다 결국 돈을 못뽑았다. 수수료가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가난한 장기 여행자 입장에서 돈 뽑는데 8천원, 만원 든다고 하면 매우 슬프다. 결국 찾다 찾다 실패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었다. 먼저 전날 프랑스인 주인이 가르쳐준 ATM기를 찾아 나섰다. 편의점 안에 있는 보라색 ATM기 었다. 여기선 다행히 달러는 수수료 없이 뽑을 수 있었다. 우리는 머리를 써서, 달러를 뽑아 바로 옆 건물 은행으로 달려가 코르도바로 바꾸었다. 생각보다 은행에서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코르도바를 바꿀 수 있었다. 어제 우리는 거지였지만 하루 만에 부자가 되었다.


+ ATM 수수료 알 수 있는 어플이 있다. 어디에 가도 이걸 켜면 수수료가 뜬다!



돈이 생긴 우리는 하고 싶었던 일을 다했다. 니카라과는 쿠바 다음으로 시가로 유명한 나라이다. 시가 만드는 공장에서 시가를 만들어 보았다. 속잎과 겉잎을 잘 모아 부드러운 잎으로 마무리를 하면 시가가 되었다. 한국에선 그렇게 비싸다는 시가, 이곳에서는 십 달러로 만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길거리를 신나게 달리는 마차를 탔다. 말의 다그닥 다 그다지 하는 소리에 몸을 맡기고 시내를 돌았다. 편하게 돌아보는 그라나다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행복하게 그라나다를 보면서 늘 따라오는 말이 있었다.



¡Chino! ¡Chinita!¡칭챙총!

처음엔 모르는 척 넘겼고, 두 번째는 일부러 그런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로 질문을 했다. 나중에 이 말들은 우리를 부지런히 따라와 어디서나 들리는 듯했다. 어느 순간 피해의식까지 생기는 듯했다. 길거리에 백수가 마지막으로 칭챙총을 시전 했을 때 내 남자친구는 폭발했다.

“아니 더 잘 사는 나라에서 인종차별을 당했으면 덜 억울하기라도 하지.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사람들한테 들으니까 진짜 화나!”

사실 인종차별은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중남미친구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익숙하지 않아서 나오는 반응이라고, 잘 몰라서 그렇다고.

“People with eyes like this always get called ‘chino’(눈이 째진 아이들은 다 치노라고 불려.)”

특정 얼굴 형태로 어떤 단어로 지속해서 불리는 것은 분명히 차별이다. 하지만 이런 말로 인종차별은 정당화되고는 했다. 물론 진정 호기심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우리를 졸졸 따라오던 아이들이 그랬다. 하지만 분명 혐오와 공격성을 바탕으로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일로 일본인 교수님과 한번 이야기해 본 적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서 유럽에서 교수직을 하고 있는 일본인은 인종차별에 내가 힘들다는 이야기에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I think any European goes to Japan will hear ‘hello’ but we don’t call that racism. Think about why you are here and where you want to put your energy. Do you want to put your energy to correct everyone calling you ‘chino’ or just ignore that and walk your way. (내 생각에 어느 유럽인이든 일본에 가면 헬로라는 말을 들을 거야. 근데 그건 인종차별이 아니잖아? 네가 여기에 와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어디에 에너지를 쓸지 생각해. 네가 다른 사람들이 널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다 고치는데 에너지를 쓸 건지, 아니면 무시하고 너의 길을 갈 건지 말이야.)”

맞다. 물론 한국에서도 인종차별은 쉽게 볼 수 있다. 내 미국인 친구 중 갈색 피부를 가진 친구가 있었다. 옆집에서 그 친구를 불법체류자라고 오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 일은 이 친구에게 많이 상처가 되었다. 이 친구가 미국에서 온 영어선생님이란 걸 알자 옆집에서는 다시 상냥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같은 한국사람으로서 한 번도 피부색으로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물론 어렸을 때 남들보다 더 까만 피부에 ‘니그로’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모르는 다수의 타인에게 ‘치노’란 이야기를 듣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인종차별을 당하니, 한국 돌아가면 내가 더 인종차별자가 될 것 같아.”

니카라과 그라나다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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