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교환학생 준비하기

홍콩으로 떠난다.

by 어람

“어댑터, 비상약, 보험, 비자,….”

내일이면 출국을 해야 한다. 처음으로 혼자 해외로 가는 것이었다. 파워 P인 나도 불안감에 꼼꼼히 짐을 싸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은 것을 대비해 불닭볶음면 소스를 넣는다. 잘 아프진 않았지만, 혹시 몰라 아플 수도 있으니 갖가지 비상약을 넣는다.

‘춥다고 했으니….’

긴 팔과 짧은 소매 옷을 넣었다. 혹시 몰라서 넣은 물건들로 가방은 무거워졌다. 나는 다시 가방을 들고 체중계에 올라간다.

‘여기서 내 몸무게를 빼면, 이 정도 되면 기내에 탈 수 있으려나?’

가방에 있었던 물건을 뺏다 넣기를 반복했다. 심장이 뛰었다. 드디어 그렇게 바랬던 교환학생으로 홍콩에 가는 것이었다.

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버지는 미국으로 연구를 하러 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 모두 미국에서 있을 기회가 생겼다. 나는 졸랑졸랑 아빠만 따라 그렇게 미국에 갔다.

외국을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13살짜리 여자 한국인 아이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은 충격 그 자체이었다. 지도상에서는 나라로 표기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언어와 역사가 있다는 티베트에서 온 줄리,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나요미, 형제만 7명이 넘는 히잡을 쓴 파키스탄에서 온 파티마. 피부색도, 문화도, 성장 환경도 다 다른 학생들은 보석처럼 자신의 색을 반짝인다. 그곳에서는 나도 가장 나다운 색을 반짝일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은 가장 자유로울 수 있었던 시간으로 심장에 낙인찍혔다.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신데렐라에게 가장 아름다울 수 있었던 시간이 12시 전까지였다면, 난 1년 후, 모든 것을 꿈처럼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평생을 나와 비슷한 아이들과 함께하다가, 일 년 동안 다른 공간 속 다른 경험을 하고 난 이후 내가 든 기분은, ‘나만 다르다’라는 기분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더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친구들이 인식하는 나도 더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외부인처럼 내부인처럼, 나도 모를 향수로 그 모르는 어딘가를 갈망했다. 미국에서의 시간을 열병같이 그리워했다.

그 일 년 이후 나는 항상 방황했다. 더는 한국은 나를 위한 무대도 휴식처도 아니었다. 그냥 빠져나가고 싶은 공간일 뿐이었다.

“나는 홍콩으로 교환학생에 갈 거야.”

그렇게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부터 남들에게 선언 아닌 선언,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단호하게 말하지 않으면 부모님의 설득으로 무너져 내릴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교대에 들어간 나는 그 안정성에 무너져 내렸다. 내가 원하는 모험은 없었다. 모두가 평평하게 잘 닦여진 길을 걸어갔고, 나는 자꾸 무언가를 찾듯, 그 평평한 길 너머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굴곡도 없는 그 길은 나에게 너무 지루했다. 남과 계속 경쟁해야 하고 눈치를 보아야 하는 이곳으로부터 훌쩍 떠나고 싶었다.

나는 그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일을 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가르치는 행위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르치며,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을 했다. 힘든지 몰랐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꼭 교환학생으로 해외 나갈 거야!’

물론 쉽지는 않았다. 내가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다. 영어 시험도 치고 자격요건을 하나하나 맞추었다. 고민하던 것들은 일정 시간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해답이 보인다. 그렇게 난 새로운 문을 열었다.

안정적으로 학교에 다니는 동기들 사이로 앵무새처럼 교환학생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에게도, 내가 되풀이해 말했던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진짜 가는구나?”

전화기 너머로 친구가 말했다. 동기들은 이제 임용고시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들 열심히 뛰어가는 동안 나는 잠시 멈춤을 눌렀다. 불안보단 기대가 더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응! 조심해서 다녀올게.”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한국을 뜰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안녕! 홍콩 안녕?'




홍콩으로 가는 길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