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크리스마스 파티

이중에 둘은 외국인

by 어람

“언니가 혜민이구나!”

내가 홍콩을 온 지 첫날이자 크리스마스날을 혼자 보낼까 염려한 예배는 자신 친구들의 크리스마스에 나를 초대했다. 한 여자아이가 달려와 말을 했다. 한국인인 듯했다. 예배가 분명히 외국인 두 명이 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 눈앞의 예배를 포함한 6명은 다 아시아인이라 누가 외국인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기숙사 방 거실에는 알록달록 크리스마스 장식이 붙어있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느라 크리스마스인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았다. 드디어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었다. 파티의 여섯 명은 저녁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도와줄까?”

깡마르고 키가 큰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니, 언니는 그냥 있어. 지금 나시고랭 만드는 중이야.”

그리고 옆에서는 영어가 들렸다. 한 남자아이가 외국인인 듯했다.

“넌 이름이 뭐야?”

난 어색함을 깨보고자 말을 건넸다.

“메가미야.”

잭팟. 너였구나. 하지만 유창한 한국어에 말문을 막히게 했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을 꽤 많이 만나봤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는 이름을 듣고, 일본인이겠거니 생각했다. 메가미 옆에서 부산스럽게 요리를 하는 남자아이는 다른 한국 여자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충 외국인이겠거니 생각했다.

요리가 다 되고 식탁 위는 다양한 요리로 가득 찼다. 떡볶이 세트로 만든 떡볶이, 나시고랭과 파스타까지 그럴싸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질문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내가 질문할 차례가 왔다.

“메가미는 일본 어디에서 왔어?”

메가미는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저 인도네시아에서 왔어요.”

나는 당황했다. 그래도 왜 식탁에 나시고랭이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에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

“그런데 제 이름 일본 이름 맞아요. 저는 화교인데, 인도네시아에서는 화교에 대한 차별이 심해요. 우리 부모님이 화교라고 차별당할까 봐 일본어 이름으로 지었어요.”

그러며 자신은 영어와 북경어, 광둥어와 한국어까지 네 가지를 구사한다고 했다. 정말 멋있었다. 나는 눈을 돌려 영어를 쓰던 남자애에게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너 어디에서 왔어?)”

“Mainland China. (중국)”

중국에서 온, 이 남자아이는 이 학교에서 대학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Why did you come here to study? (왜 여기 와서 공부하는 거야?)”

남자아이는 말을 이었다.

“I used to live in Uyghur, and we don’t have much job there. I wanted to escape from there so I came here. (나는 위구르에서 왔어. 거기에는 일자리가 부족해. 그래서 거기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여기로 왔어.)”

어렸을 때 미국에서의 추억이 생각났다. 내 친한 친구는 티베트 출신이었다. 하루는 내가 티베트가 어디냐 물었고, 그 친구는 중국 안에 한 부분을 가르치며 티베트라 말했다. 나는 혼란스러워 그럼 중국인이 아니냐 물었다. 그때 친구는 열의에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Tibet and China is different. Tibet has own history, language and culture. We are different countries. (티베트랑 중국은 달라. 티베트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가지고 있어. 중국과 티베트는 다른 나라야.)”

얼굴이 빨개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를 보며 좀 충격에 받았다. 이때를 계기로 난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위구르족도 티베트족과 비슷하게 다른 역사와 종교,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Are you Uyghur? (너 위구르인이야?)”

“No, I am Han people. (아니, 난 한족이야)”

한족은 중국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이었다. 중국이 위구르나 티베트 같은 민족들을 한족에 동화시키기 위해 한족 이주 정책을 펴 이주하게 된 한족 중 한 명이었다.

난 기대가 되었다. 홍콩이 얼마나 다문화 도시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화교와 중국의 한족 친구, 역시 지구 위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했다. 또 어떤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심장이 즐겁게 뛰었다.

이후에 우리는 소란스럽게 게임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선물 수여식을 시작했다. 우리는 “White Santa (화이트 싼타)”라는 것을 했다. 모두가 비슷한 가격의 선물을 준비해 무작위로 그 선물을 받는 방식이었다. 나도 한국에서부터 마스크팩을 준비해 왔다. 한국 화장품은 어디를 가나 유명하니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우와! 이번엔 내 차례다! 내 선물은 뭐야?”

내 선물을 뽑은 친구는 곧 한국에 들어가는 한국인 친구였다. 우리는 서로 민망했다. 나는 예배가 준비한 손난로 겸 보조배터리를 받았다.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나에게 길었다. 한국에서 모르는 땅, 홍콩까지 왔으며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너무나도 피곤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I think I gotta go (나 이제 가야겠어)”

벌써 친해진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혼자 내 방으로 갔다. 내 방은 아직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검고 고요함을 깨고 나는 내 침대에 누웠다.

‘진짜 시작이구나.’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 잠들었다.




Capture.JPG 적도 가까이에서 달은 배모양으로 뜬다더니..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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