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전통 시장에 가면?
학교 주변에 마트가 하나 있었지만, 가격이 비쌌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로컬 시장이 있다. 보통은 친구들과 함께 갔지만,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 혼자 나서보았다.
이제 익숙하게 미니버스를 타고 익숙한 거리가 눈에 보이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광둥어와 북경어가 가득한 좁은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익숙하지 않은 향기와 낯선 색깔이 나를 맞았다. 다양한 열대과일이 즐비하게 있는 가게, 빨간빛 아래 다양한 고깃덩어리를 꽂아놓은 가게, 펄떡거리는 생선을 파는 가게 등등 곳곳은 역동성을 가득히 담고 있었다. 시끄러운 분위기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들어가 물건을 살펴보았다. 한자와 숫자가 섞여 적혀있어 정확히 뭐라고 적혀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누가 봐도 홍콩에서 수확된 채소들이었다. 북적북적한 사람들에 동화되어 더 다양한 풍경을 조금씩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채소 가게에 들어갔다. 감자 가격이 정말 쌌다. 하나 가격이라 생각해 요모조모 잘 살펴 커다란 감자 세 개를 들고 주인아주머니에게로 갔다. 아주머니가 광둥어로 말을 걸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아주머니는 저울에 감자를 올리시더니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시고 계산기를 보여주셨다. 가격이 달랐다. 아까 적혀있던 가격의 세배였다. 알고 보니 내가 가격은 무게당 가격이었다.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안 살 수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로 샀다.
다른 곳에 가니 접시에 야채를 두고 파는 가게도 있었다. 접시당 가격이었다. 그곳에서 애호박 세 개나 구매했다. 너무 신이 났다. 카레를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당근과 양파도 사니 가방은 금세 무거워졌다.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과일가게였다. 형형색색 열대 과일이 나를 반겼다. 익숙한 듯 특이한 동그랗고 까만 과일을 발견했다. 가끔 뷔페에서 볼 수 있었던 패션프루트였다. 얼리지 않은, 신선한 패션프루트였다. 나는 신나는 마음에 덤벙 사버렸다.
가게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아 다리는 아려왔고, 비닐을 든 손도 피가 안 통하고 아팠다. 벌써 하늘은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드디어 쇼핑을 마쳤다. 버스 정류장 옆에 과일과 채소를 든 비닐을 놓고 쭈그려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10년 같은 1분 1분이 지나가고, 드디어 버스가 왔다. 낑낑거리며 버스를 탔다. 버스는 깜깜해진 바다 옆을 지나갔다. 나는 매료된 듯 바다와 까만 하늘에 수놓아진 아파트 빛들을 바라보았다. 홍콩의 아파트들은 천장이 낮아 더 촘촘한 빛을 보였다. 하루가 다 지나갔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나는 더 먼 시장까지도 가기 시작했다. 삼수이포는 홍콩에 유명한 관광지이다. 홍콩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라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시장 가격은 싸지만 그만큼 소매치기가 있는 위험한 지역이기도 했다.
삼수이포에 있는 시장은 더 거대하고 다양했다. 한쪽에서는 고구마를 에누리한다며 방송을 했고, 제과점부터 시작해서 옷가게, 가방가게, 채소 가게, 제과점 등등 즐비하게 줄을 서 있었다.
제과점에 들어가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빵을 구매했다. 안에는 다양한 빵이 있었다. 식빵부터 홍콩에서 유명한 치즈 타르트, 파인애플 빵이라 불리는 사이완과 홍콩식 바비큐 돼지고기를 가득 넣은 찐빵 차이로까지 다양했다. 갓나온 따끈따끈한 빵에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실해 보이는 차이로를 골라 가게 밖으로 나오자마자 가득 한입 물었다. 육즙이 입안을 덮쳤다.
‘맛있다!’
나는 혼자 장 보는데 재미가 들렸다. 그래서 커다란 쇼핑몰부터 전통시장까지 홍콩 곳곳을 돌아다녔다. 한국보다 훨씬 싼 밀크티를 한 손에 들고 합리적인 가격의 재료들을 사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하도 걸어 다닌 결과 내 신발들은 남아나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양말이 같은 곳에 구멍이 난다 했더니, 신발이 해져서 구멍이 난 것이었다. 그렇게 난 홍콩 시장에 흠뻑 빠졌다.
사실 나처럼 사는 교환학생은 드물었다. 대부분 학생은 그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큰 마트에서 장을 봤다. 식자재를 시장에서 사 오기는 쉽지 않았다. 현지 시장은 멀고, 식자재는 무거웠다. 하지만 이 과정으로 난 홍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홍콩에는 어떤 식자재가 많이 나고 많이 쓰이는지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열대 과일들을 보았고, 홍콩인들이 자주 먹는 길거리 음식을 먹어볼 수 있었다.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매일을 살아가는지 바로 옆에서 체험했다. 내가 사는 재료들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그 땅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나를 단순히 홍콩에 온 관광객이 아닌, 홍콩의 일원으로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