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외국학생들과 같이 사는 기숙사

남녀혼숙이라고?

by 어람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생활 방식과 생활습관을 이해하고 맞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들과 함께 기숙사를 쓴다면? 더 쉽지 않다.

내 기숙사는 특이한 형태였다. 12명의 학생이 아파트 한 호를 같이 사용한다. 주방과 욕실, 거실을 공용으로 사용하고 방마다 3인실, 2인실, 1인실로 나누어져 있다. 내 룸메이트 조세핀과 홍콩 친구 한 명,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속속히 들어왔다.

“Hello! (안녕!)”

요리하러 주방에 들어갔는데 남자아이가 부산스럽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난 당황해서 인사를 했다.

‘남녀 혼숙이었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Act cool, Act cool, Act cool (쿨하게 행동해, 쿨하게 행동해, 쿨하게 행동해.)’

나 자신에게 되뇌었다. 따로 요리하고 있던 사이 여자아이도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둘은 광둥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자아이는 날 보더니 말을 걸어왔다.

“Oh, you must be the Korean girl! Nice to meet you! ( 너 한국 그 한국 아이인가 보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내 소개를 했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자기 남자친구라며 소개해주었다. 남자아이는 물속에 흰색 해파리 같은 것을 담았다.

“What is that? (저게 뭐야)”

“It’s a mushroom. We are going to make dessert out of it. (이건 버섯이야. 디저트 만들려고)”

저런 모양의 버섯은 처음 봤을뿐더러 버섯으로 디저트를 만든다니 신기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백목이버섯이라는 재료였다. 흥미로웠다. 그 친구는 같이 먹자며 우리 셋은 같이 테이블에 앉았다. 스몰 톡크로 좀 친해졌다고 느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보았다.

“So, you live here? (그래서 너 여기 살아?)”

남자아이를 보며 물어보았다. 둘은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No, I just came here to have a date with her today. I am a 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student. (아니, 오늘은 내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러 온 것뿐이야. 난 홍콩 과학기술대 학생이야)”

‘후~’

안심했다. 남녀 혼숙이 아니었다. 유쾌한 커플과 즐거운 대화로 마무리했다.

기숙사 규칙에는 어긋나지만, 1인실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와 같이 사는 친구들도 있었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생각보다 성에 대해 오픈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초기에 그릇이 많이 없어, 주방에 있는 그릇 하나를 공용이겠거니 몰래몰래 사용했다. 하지만 길지 않아 꼬리에 잡혔다. 우리 단체 카톡으로 저격 글이 올라온 것이다.

“Who’s used my dish and not washed it? (누가 내 그릇을 쓰고 안 씻어놨어?)”

그때야 아차 싶었다. 나는 어글리 코리안이 되기 전에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Sorry, it is me.”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내가 아끼는 과일 몇 개를 그릇 위에 올려주고 미안하다는 짧은 쪽지를 남겼다. 다행히 이 작은 해프닝으로 난 이 그릇의 주인인 로즈와 꽤 친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요가로 하루를 시작했다. 발코니에 요가 매트를 들고 가 영상을 보고 요가를 했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 간단한 아침을 만들어 먹었다. 그때쯤이면 로즈가 일어나서 아침 인사를 했다.

“Good morning.”

우리는 잡담을 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Our bathroom is a disaster again. (우리 욕실이 또 엉망진창이야.)”

우리 방의 방장이었던 로즈는 단체 카톡으로 자주 우리 방 위생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난 혹시 내가 그랬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알고 보니 저격하는 대상이 있었다.

“I hate Chinese so much, they use bathroom sink to wash their hair, they don’t clean their hair after they wash. (중국인 너무 싫어! 세면대에 머리를 씻질 않나, 머리 감고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질 않나!)”

홍콩인들과 중국 본토인 간에는 미묘한 감정싸움이 있었다. 민주주의인 홍콩을 사회주의인 중국 체제로 이끌어가려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중국 본토 친구들의 위생 관념이 특별해서이기도 했다. 어쨌든 난 내가 범인이 아녀서 다행이었다.


우리 방은 이렇게 외국인이 몇 없어 부딪힐 일이 별로 없었다. 어느 날 한국인 유학생 재원이가 화를 내며 우리 방으로 왔다.

“언니, 정말 미쳐버리겠어!”

재원이는 파나마에서 온 마리아와 같은 방을 썼다. 더운 나라에서 온 파나마는 밤이면 그렇게 에어컨을 튼다고 했다. 문제는 자신이 이층 침대 에어컨 바로 밑이라고 했다. 자신은 너무 추워서 끄면 마리아가 다시 켜고, 또 자신이 끄면 마리아가 켰다.

“I am sweeting like a pig! Turn on the fucking air conditional. (나 돼지처럼 땀 흘리고 있잖아! 망할 에어컨 켜!)

“It is freezing cold up here! (이 위는 너무 춥다고!)”

그렇게 아침에 욕까지 하면서 싸웠다고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환학생 애들이 자꾸 우리 방에 와있어.”

그곳에 사는 스웨덴 친구가 다른 친구들을 방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이었다.

“아니 여자만 있으면 되는데, 그 독일에서 온 남자애 있잖아? 어젠 저녁 늦게까지 같이 떠들면서 놀아서 잠도 못 자게 하더니, 오늘 아침부터도 소파에 앉아있는 거야! 정말 불편해 죽겠어!”

이렇게 외국인들과의 기숙사 생활은 험난했다. 그래도 갈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해의 출발점이라 했던가? 재원이는 마리아와 대화 끝에 서로 침대를 바꾸는 것으로 싸움이 일단락되었다고 했다. 스웨덴 친구와는 잘 대화해 너무 늦게는 놀지 않기로 기숙사 규칙을 정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독일 남자아이는 스웨덴 친구와 그렇게 썸을 타다가 결국 사귀게 되었다고 했다.

친한 친구와 같이 살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다른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소통을 할 때 비로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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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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