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새해 불꽃놀이와 꽃마켓
한 시간 전부터 교환학생 단체 대화창에는 쉴 새 없이 문자가 올라왔다. 다들 12월 31일이라 잔뜩 기대한 모습이었다. 오늘 어떤 옷을 입고 어디에 모일 것인가, 어디에서 새해를 보내는 게 제일 좋을까 등등 갖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한국에서도 새해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나였기에 이 모든 것에 시큰둥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을 했다. 많은 사람이 몰리리라 생각해 우리는 다 일찍 홍콩섬으로 향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고, 해가 지기도 전부터 카운트 다운을 기다려야 했다. 홍콩의 바다는 잠잠했고, 우리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알로나는 홍콩이 라트비아와 얼마나 다른지 말해주었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날씨는 예배가 말했던 것만큼 쌀쌀해졌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하늘이 깜깜해질수록 가슴이 뛰었다.
우리는 다들 맥주를 한두 캔씩 사 IFC몰 루프탑에 둘러앉았다. 옆에서 홍콩 친구들이 카운트 다운이 끝나면 멋진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며 말했다. 우리는 맥주를 까서 마셨다. 점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루프탑에 사람도 많아졌다. 침사추이 쪽에 있는 전광판은 새해까지 몇 분이 남았는지 계속 방송이 되었다. 시간이 다가갈수록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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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였다. 엘리사와 알로나, 히보 등 우리끼리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손을 꼭 잡거나 꼭 붙어있었다. 우리는 다 한 목소리로 카운트 다운을 했다.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마침내 1월 1일 새해가 선물처럼 도착했다. 벌써 취한 유럽 친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기도 했다. 나와 엘리사는 그 모습을 보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순간 우리 모두 당황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불꽃놀이가 완벽하게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도 신속하게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대거 왼쪽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서도 불꽃놀이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다들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장소를 찾기 위해 의자 위로 올라갔다가 이리저리 달려갔다가 그 많은 사람 사이에서 한바탕 난리를 쳤다. 야속하게도 불꽃놀이는 끝나버렸고, 우리는 반원으로 된 불꽃만 보다가 새해를 시작했다.
”Happy New year! “
우리 학교 친구들은 서로 껴안으며 새해를 축하했다. 자기 나라에 있는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내 바로 옆에 있던 영국 여자아이와 홍콩 남자아이는 갑자기 키스했다. 갑자기 키스타임이 되었다. 홍콩 남자아이는 또 다른 여자아이와 키스하고, 또 영국 아이도 다른 남자아이와 키스했다. 여기저기 돌아가며 키스를 했다. 알로나와 엘리사 그리고 난 눈이 마주쳤다. 서로 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갑자기 키스타임으로 술이 확 깼지만, 난 많이 취한 상태였다. 내 주변에 친구들은 더더욱 취한 상태였다. 백화점 상점 코너는 문이 닫혀 있었다. 우리는 원숭이처럼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나도 어지러이 동화되었다. 일탈이었다. 술이 많이 취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행히 홍콩 친구들이 진두지휘했다.
“Let’s go to the club! (우리 클럽 가자!)”
벌써 한껏 취한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술을 얼마 하지 않은 친구들은 마지막 지하철을 타러 가야 했다. 이제는 집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2차를 갈 것인가 정해야 했다. 나와 엘리사, 알로나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Shall we? (갈까?)”
사실 홍콩 클럽은 한국에서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해의 홍콩 클럽거리는 가히 충격이었다. 홍콩 클럽거리, 란콰이퐁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말 촛불 시위할 때의 인파를 보는 기분이었다. 클럽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줄을 서고 기다려야 했다. 우리 학교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친구들은 술에 취해 거리 중간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고, 그런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새 클럽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알로나와 엘리사와 함께 정말 정신없이 춤을 췄다. 춤을 추다 술이 깨면 편의점에 가 술을 사 와 마셨다.
“You drink this? (이걸 마신다고?)”
잠시 사라졌던 홍콩 친구들은 어디선가 한국 소주에 빨대를 끼워서 왔다.
“I have a box of this soju at my dorm. (우리 기숙사에 소주 한 상자 있어.)”
옆에 있던 프랑스 친구가 대답했다. 프랑스인들은 다 포도주만 마실 줄 안 것만. 술인데 무엇이 중요하랴. 나도 같이 소주를 마셨다. 현란한 조명에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불렀다. 새벽까지 젊음을 만끽했다.
불이 활활 타오른 뒤에는 재가 남는다. 우리는 소리 지르고 춤추고 술을 마시며 소진했다. 새벽에 학교까지 우릴 데려다줄 택시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까지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리고 맥 모닝을 먹고, 첫차를 타고 2시간이 넘는 길을 달려 학교까지 왔다.
숙취에 흔들리는 차에… 온몸이 조각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우리 셋은 눈을 마주치며 같은 생각을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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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영향을 받아 홍콩은 1월 1일 새해만큼 춘절이 큰 명절이다. 춘절이 다가오면 곳곳에 빨간색 장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춘절을 맞이해 붉은 장식품을 파는 시장들이 열린다. 가정집 문 앞과 집 곳곳을 붉게 꾸민다.
교환학생을 위한 춘절 축제를 열었다. 붉은 천에 새해 행복을 기념하는 한자를 적어 넣었다. 새해를 기념하는 장식물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빨간색 봉투를 주었다. 그 유명한 홍바오였다. 열어보니 돈이 있었다. 올 한 해 행복한 일만 가득할 수 있도록 그 염원을 담아 빨간 봉투에 돈을 주는 문화였다.
시내에는 춘절 퍼레이드를 했다. 곳곳에 붉은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과 화려한 황금 용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홍콩의 춘절에 가장 특이점은 바로 꽃 축제였다.
“Flower has various meanings. It means new start after the winter period. Also it has a meaning of happiness, prosperity, longetivity, and good luck. (꽃에는 여러 의미가 있어. 겨울을 지나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가 있지. 또 행복, 번영, 장수, 행운의 뜻도 담고 있어.)”
생화는 상점이 일 열로 늘어서 있었다. 시장은 왁자지껄했다. 사람들은 북적거리며 꽃을 샀다. 중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한국의 조용하고 가족적인 설날과도 다른 모습이었다. 형형색색 꽃들과 붉은 조명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한 번 더 확인시켜 주었다.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