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외국인 친구들과 홍콩 대탐험

홍콩인이 보여주는 홍콩 이야기

by 어람

오리엔테이션 다음 날, 시티헌터라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교환학생 친구들과 홍콩 친구들과 함께 홍콩의 유명한 장소를 가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드디어 제대로 학교 밖을 빠져나가 방송에서만 보았던 홍콩을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버스정류소에 모였다. 이층 버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숙사를 올 때도 탔지만 짐 때문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창 앞에 자리를 잡았다. 1시간 정도 갔을까, 텔레비전에서 봤었던 듯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건물들과 명품관, 빨간색 간판 등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침사추이였다. 다른 교환학생들도 신이 난 듯 목소리를 높였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홍콩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Oh, mainlanders. (어휴 중국 본토 사람들)”

침사추이의 거리는 좁았다. 그런데 그 좁은 거리에 사람들이 빽빽했다. 홍콩인 크리스와 죠비가 관광객 무리를 보며 불평했다. 나에게는 다 같은 중국인으로 보였지만 크리스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We are very different. We use different language, we have different history. They use Mandarin, we use Cantonese. We support democracy. (우린 매우 달라. 우리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역사가 있어. 걔넨 북경어를 사용하고 우리는 광둥어를 사용하지.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지해.)”

홍콩 사람들 사이에도 물론 다양성이 있겠지만, 대부분 광둥어를 쓰고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반면 중국 본토 사람들은 북경어를 쓰고,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홍콩으로 몰려와 사재기해 가서, 홍콩 사람들 사이에 원성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제야 보니 중국인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가방이 보였다. 사람들은 홍콩의 좁은 길에 그 가방을 펴놓고 물건을 차곡차곡 집어넣고 있었다.

“Fake eggs, fake vegetable, and fake everything. (가짜 달걀, 가짜 채소, 모두 가짜야.)”

중국 물품을 못 믿는 사람들이 일부러 홍콩에 와 사재기를 해간다고 했다. 안 그래도 좁은 홍콩의 거리는 중국인들과 그 큰 가방들 때문에 더 좁아졌다. 왜 홍콩 사람들이 그토록 본토 사람들, 혹은 중국인을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많은 사람은 큰 여행 가방을 좁은 길 한가운데 두고 짐을 싣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물건이 어떻게 저 가방에 다 들어가는지도 의문이었다.

홍콩인 죠비와 크리스는 홍콩의 역사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Hong Kong used to be under British colonial rule. Hongkong was also occupied by Japan during World War II. In 1997, United Kingdom transferred sovereignty of Hong Kong to China due to expiration of the 99-year lease of the New Territories. At that time, Mainland China promised‘One country, two system’ to support Hong Kong’s autonomy of our economy and politics. (홍콩은 영국령이었어. 세계 2차 대전 땐 일본에 식민지화가 되기도 했었지. 그리고 1997년 99년 동안 조차한다는 중국과 영국의 협약 때문에 영국은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어. 이때 중국은 홍콩에 한 나라 두 체제, 즉 홍콩이 중국의 영토이나 홍콩의 경제나 정치 시스템을 존중할 것이라고 약속했어.)”

작은 홍콩이란 땅에서 지난 백 년 동안 수많은 탈환이 일어났다. 한국과 비슷해 보이는 역사에 동병상련이 느껴지기도 했다. 역사를 알고 홍콩을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죠비와 크리스 덕분에 더 속속히 홍콩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들어갔다. 페리가 대중교통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페리 사이로 크루즈 배도 동동 떠 있었다. 홍콩섬은 침사추이보다 훨씬 더 큰 빌딩들이 많았고 현대적이었다. 서양식 카페들이나 음식점도 많았다. 죠비는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다가 한 곳을 가리켰다.

“That is the longest escalater in the world, the Central Mid Level Escalater. (저게 센트럴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라고,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야.)”

홍콩에 올 때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홍콩 편을 제작했다. 그 프로그램에서도 소개했던 곳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장면을 현실로 보니 신기했다. 홍콩섬의 오르막 내리막을 다니느라 좀 지쳤던 다른 친구들은 시큰둥하게 에스컬레이터를 바라보았다.

“That is a must visit for Korean tourists. (한국인 관광객에 필수 코스야)”

조비는 타보겠냐고 물었고, 지친 친구들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올라가는 것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되지만 내려가는 것은 걸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Yeah, actually there is nothing special. I don’t know why Koreans love that so much (맞아 사실 특별한 건 없어. 왜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조비의 말에 머릿속에서 ‘둥’하는 소리가 났다. 조비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한국인들의 특성을 잘 간파한 말이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이상적인 여행코스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가려 한다. 어느 나라에 가도 한국인들은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한국인들끼리만 아는 꼭 방문해야 하는 곳들과 꼭 해야 하는 것들. 하지만 막상 가보면 별것 없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판 없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곤 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있는 곳은 보통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로 꽉 차 있다. 그것이 정답인 마냥.

그렇다. 우리는 특히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이 사건은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았다. 선택할 때, 내게 익숙한 방법으로 정답을 찾아 나서듯 다른 사람 말을 찾고 들어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다. 모두가 하는 선택이 가끔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약해지게 한다. 외국인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바라보니 나도 내 안전지대를 확장하는 느낌이었다.

해가 저물고 드디어 홍콩 하면 떠올리는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다와 홍콩 빌딩의 화려한 불빛. 홍콩의 트래드마크이다. 하지만.

‘한국이랑 비슷하네’

홍콩의 유명관광지인 빅토리아 피크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유럽 친구들은 잔뜩 흥분했다.

“Oh my god! It is so amazing! (우와 정말 엄청나!)”

알로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알로나가 사는 도시에서는 이런 야경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유럽 친구들도 그 풍경에 매료되어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서울 한강을 보는 느낌뿐이었다.

저녁, 우리는 유명한 중국 음식인 핫팟을 먹으러 음식점에 모였다. 둥근 상 중간에 끓는 물에 재료들을 넣고 살짝 익혀 먹는 음식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우리는 테이블마다 둥글게 앉았다. 오늘 친해진 크리스, 히보, 알로나, 엘리사 등 테이블에 앉았고 마지막으로 내 오른쪽에는 바비인형같이 생긴 친구가 앉았다. 조세핀은 처음으로 젓가락질을 해본다고 했다. 나도 젓가락질은 잘 못했지만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신나게 이야기할 때 그 바비인형 같은 친구는 조용히 앉아있었다. 식사가 무르익었을 때 말을 꺼냈다.

“Hey, I am Sophia from Korea. (안녕, 난 한국에서 온 소피아라고 해.)”

스무 번도 넘게 한 듯한 대사를 외우듯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갈색 머리와 같은 색인 눈동자가 깊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짙은 분홍색 아이섀도와 짖은 버건디 입술을 하고 있었다. 진한 화장인데도 불구하고 잘 어울렸다. 여자아이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I am Hana, from Czechia. (나는 체코에서 온 하나야.)”

조금 당황했다. 또 유럽 쪽 아이였고, 말이 막혔다. 체코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나라였다. 다른 유럽 친구들처럼 친근하게 그 나라에 대한 농담을 던질 수도 없었다.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그 고민의 끝에 대답은 하나였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Where is Czechia? (체코가 어디야?)”

내 머릿속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하나는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구글 맵을 켜 체코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체코의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Czechia is very different from Hong Kong. (체코는 홍콩과는 굉장히 달라.)”

사진 속 체코는 동화 마을 같았다. 마음속에 있던 그다음 질문을 꺼냈다.

“Is it same country as Czechoslovakia? (그럼 체코 슬로바키아와 같은 나라야?)”

분명히 체코 슬라 바퀴 아는 들어본 듯했다. 하나는 어눌하지만 분명하게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We used to be one country but we were divided. Now we are different countries. (우리는 한 나라였는데, 나누어졌어. 우리는 이제 다른 나라야.)”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나누어진 일은 생각보다 최근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몇 년 전 일이었다.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하나는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We used to be communism country in my mother’s generation. My mother could not wear fancy clothes. Also, there were no coca cola. (우리는 내 엄마 시대 때 공산당인 나라였어. 우리 엄마는 화려한 옷을 입을 수 없었어. 코카콜라도 없었어.)”

공산당이라면 북한이나 중국에 관해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였다. 하지만 유럽 나라에도 아주 최근까지 공산주의를 따르던 나라가 있었다니. 별세계였다. 하나 입을 통해 들은 공산당은 색달랐다.

“Tell me about Korea. (한국에 관해 이야기해 줘.)”

하나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옆에 앉아있던 엘리사는 좀 놀란 듯했다. 오늘 만난 친구 중 한국을 모르는 나라는 없었으니까. 홍콩인 친구 중에서는 한국어를 하며 다가오는 사람도 많았다. 홍콩 곳곳에서는 서울처럼 가게에 k-pop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홍콩 친구들은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자신들이 아는 한국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면 저마다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신나게 자랑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또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오히려 이 예상치 못한 반응이 좋았다.

우리는 전혀 몰랐던 서로의 문화를 소개해주고 있었다. 하나가 그랬듯, 한국이 지도에서 어디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Korea is similar to Hong Kong. (한국은 홍콩이랑 비슷해.)”

오늘 우리가 보았던 야경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한국이라 말했다. 하나는 놀라움으로 눈이 커졌다. 한국은 체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으니까. 그리고 한국은 이제 옛날에 세계가 기억하는 도움이 요구하는 나라가 아니니까. 나는 한국의 분단 현실에 대해, 그리고 한국 문화에 관해서 설명해 주었다.

“There are more people in Seoul, the capital of Korea than the whole Finland even though Finland is a much bigger country. (핀란드가 훨씬 더 큰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도 서울에는 핀란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살아.)”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핀란드에서 온 친구가 말했다. 외국인 입에서 한국 이야기를 들으니 색달랐다. 가만히 앞쪽에서 듣고 있던 프랑스 친구가 입을 뗐다.

“So, as a South Korean, what is your view about North Korea and unification? (그럼 남한사람으로서 북한이나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나는 순간 긴장을 했다. 외국에 다니면서 한국에 대해 꽤 잘 아는 친구들은 꼭 이런 질문을 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나에게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질문이었다.

남북 분단은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많은 외국인에겐 생소한 주제이다. 그래서 한국의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에게서 잘 들을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은 언제나 나를 떨리게 했다. 한국에 수많은 국민 중 한 명이지만, 이 친구들에겐 만난 유일한 한국인일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내 대답이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과 남북관계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In my parent’s generation, they were educated to hate north Korean and this issue were often abused in politics. However, in my generation, the view has changed. A lot of people feel strong need of unification, but there are still people who disagree due to political difference and economic gap.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북한을 싫어하라 교육받았고, 이런 사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어. 하지만 내 세대에는 이런 시선이 많이 변화했어. 많은 사람이 통일의 필요성을 느껴. 그렇지만 정치적 경제적 차이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

대답을 들은 프랑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프랑스에 대해 이 정도 무게 있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유럽 나라의 역사와 지리를 더 조사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가 일 년 동안 살아갈 홍콩에 대해서도 더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익숙하다고만 생각했던 홍콩에서 흥미롭다고 생각이 들었다. 홍콩에 대한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Capture.JPG


화, 금 연재
이전 05화04 외국인 친구를 사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