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대신 보물같은 회사를 찾는 법

당신이 ‘반드시’ 걸러야 할 벤처회사의 5가지 신호

by 구매가 체질

장밋빛 환상, 그리고 차가운 현실


‘혁신’, ‘성장’, ‘스톡옵션’, ‘자율성’.


벤처, 혹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매력적인 키워드들입니다. 세상을 바꿀 멋진 동료들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며 그 과실을 나눈다는 그림은 누구에게나 달콤하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좋은 벤처는 개인의 커리어를 몇 단계나 점프시켜주는 최고의 로켓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벤처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벤처들이 소문 없이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은 구성원들은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로켓인 줄 알고 올라탔는데, 사실은 가라앉는 잠수함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수많은 채용 공고와 달콤한 약속들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최소한의 필터링. 당신의 소중한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이것만은 꼭 확인하고 피해야 할 벤처회사의 5가지 위험 신호입니다.


1. 대표의 말이 안갯속에 있다: '비전'과 '뜬구름'의 차이

벤처의 시작과 끝은 대표(CEO)의 비전입니다. 하지만 이 비전이 구체적인 액션 플랜 없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다면 심각한 적신호입니다.


위험 신호: "우리는 OOO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입니다.", "혁신적인 AI 기술로 시장을 제패할 겁니다." 와 같이 거창하지만, '어떻게(How)?'에 대한 대답이 없는 경우. 투자 유치를 위해 유행하는 키워드(AI, 블록체인, SaaS 등)만 나열하고, 우리 프로덕트가 고객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체크리스트: 면접 자리에서 "그래서 우리 서비스의 핵심 타겟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나요?"라고 물어보세요. "단기적인(1년 내) 비즈니스 목표와 그걸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는지 확인하세요.


명확한 비전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옵니다. 대표의 말이 화려하지만 알맹이가 없다면, 그 회사의 미래도 안갯속일 확률이 높습니다.


2.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버나요?": 수익 모델에 대한 끝없는 물음표

"일단 유저만 모으면 돈은 따라옵니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시절에나 통했을 법한 이 말이 아직도 들린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벤처 투자의 겨울이 길어지면서 이제 '수익성'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위험 신호: 수익 모델(BM)에 대한 질문에 "광고, 구독, 수수료 등 여러 가지를 고민 중입니다."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하거나, "일단 트래픽을 모으는 게 우선입니다."라며 대답을 회피하는 경우. 현재의 투자금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Runway)에 대한 개념조차 희미해 보입니다.


체크리스트: "회사의 핵심 수익 모델은 무엇이며, 현재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나요?" "만약 아직 수익이 없다면,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첫 매출을 일으킬 계획인가요?"


탄탄한 비즈니스는 결국 '돈의 흐름'을 만드는 일입니다. 열정만으로는 월급을 줄 수 없습니다.


3. '가족 같은 회사'라는 함정: 높은 퇴사율과 낮은 투명성

아이러니하게도, 채용 공고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독 강조하는 회사일수록 실제로는 수직적이고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가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진짜 건강한 조직은 '프로페셔널한 동료'를 원하지, '희생을 강요하는 가족'을 원하지 않습니다.


위험 신호: 잡플래닛, 블라인드 같은 리뷰 사이트에 유독 혹평이 많고, 퇴사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 "모든 정보는 대표만 알고 있다"는 식의 소통 구조로, 회사의 재무 상황이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구성원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습니다.


체크리스트: 면접관에게 "회사의 가장 좋은 문화는 무엇이고, 가장 아쉬운 문화는 무엇인가요?"라고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답변의 태도와 내용을 살펴보세요. 커피챗 등을 통해 현재 재직 중인 직원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들의 얼굴에 생기가 없다면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4. 채용 과정은 회사의 거울이다: 무례함과 비체계성

면접과 채용 과정은 회사가 외부인을 대하는 태도를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이 과정이 존중 없이 비체계적으로 진행된다면, 입사 후 당신이 겪게 될 회사 생활의 축소판일 수 있습니다.


위험 신호: 약속된 면접 시간을 갑자기 바꾸거나 아무 연락 없이 늦는 경우. 면접관이 지원자의 이력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들어와 성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합격/불합격 여부에 대한 피드백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함흥차사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체크리스트: 면접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부터 체계적이고 존중이 느껴지는가? 면접관은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는지 묻기 전에, 왜 우리 회사가 당신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인지 설명해 주는가?


훌륭한 인재를 모시고 싶어 하는 회사는 채용 과정에 가장 큰 공을 들입니다.


5. 장밋빛 미래만 약속한다: 검증 불가능한 보상

"입사하면 스톡옵션 대박 날 겁니다.", "1년 안에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합니다." 구체적인 근거나 계획 없이 막연한 보상과 미래만 약속하는 곳은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스톡옵션은 그 자체로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는 매우 조건부적인 보상입니다.


위험 신호: 스톡옵션을 부여한다고만 할 뿐, 베스팅 기간(Vesting Period), 클리프(Cliff), 행사 가격 등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 경우. 현재 회사의 가치(Valuation)나 지분 구조에 대해 물었을 때, "그건 대외비"라며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체크리스트: "스톡옵션을 제안 주신다면, 구체적인 조건(수량, 베스팅 기간 등)에 대해 서면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연봉 외에 회사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어떤 장치(인센티브, 상여 등)가 마련되어 있나요?"


보상은 감언이설이 아닌, 명확한 시스템과 숫자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현명한 의심이 당신을 구원한다

벤처로의 이직은 분명 매력적인 도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포장지에 가려진 위험 신호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의 커리어에 대한 현명한 의심과 냉철한 판단이, 결국 당신을 폭탄이 아닌 보물선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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