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SAP 없어도 괜찮아: 공급업체포털 만들기(4)

나의 최종 무기, 구글 시트와 앱시트

by 구매가 체질

지난 3편에서 우리는 가장 큰 벽이었던 ERP 연동 문제를 마주했다. 값비싼 API 대신, 하루 5분짜리 '엑셀 퀵서비스'라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았다. ERP에서 데이터를 엑셀로 내려 포털에 읽어들이고, 포털은 '변동 가능한 과정'을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게시판으로 역할을 정의했다.


드디어 길이 보였다.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당장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다.

이제 이 길을 함께 걸어갈 '무기'를 선택할 차례였다. 2편에서 여러 노코드 툴을 살펴보았지만, 나의 '엑셀 퀵서비스' 전략과 '무료'라는 핵심 가치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환상의 조합을 발견했다. 바로 '구글 시트(Google Sheets)'와 '앱시트(AppSheet)'다.


1. 데이터를 담을 두뇌: 왜 '구글 시트'인가?


포털을 만들려면 데이터가 저장될 장소, 즉 데이터베이스(DB)가 필요하다. ERP에서 내려받은 엑셀 데이터를 담고, 공급업체가 입력할 '납품 예정일'도 저장해야 했다.


처음엔 에어테이블(Airtable) 같은 전문 툴도 고려했다. 하지만 나의 '엑셀 퀵서비스' 전략을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좋은 답이 이미 내 손에 있었다. 바로 '구글 시트'다.


내가 구글 시트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첫째, '익숙함'과 '무료'다. 이건 그냥 클라우드에 있는 엑셀이다. ERP에서 내려받은 엑셀 데이터를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끝이다. 추가로 배워야 할 것도, 지불해야 할 비용도 단 1원도 없다.


둘째, '공유'가 자유롭다. 내가 작성한 구글 시트 파일 하나를 두고, 공급업체는 앱(앱시트)을 통해 들어오고, 나는 PC에서 직접 확인하고, 요청 부서에는 '보기 전용' 링크만 던져주면 된다. 모든 정보가 한곳에 모인다.


셋째, '앱시트의 완벽한 짝'이다. 구글 시트는 구글이 만든 '앱시트'의 모체가 되는, 완벽하게 호환되는 데이터베이스다.


2. 공급업체가 볼 얼굴: 왜 '앱시트(AppSheet)'인가?

구글 시트가 훌륭한 '두뇌(DB)'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이 엑셀 파일을 공급업체에게 그대로 던져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급업체는 로그인하고, 오직 '자신에게 해당하는 발주'만 깔끔하게 봐야 했다.


이때 발견한 것이 구글의 숨겨진 보석, '앱시트'였다.


앱시트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내가 만들어 둔 '구글 시트' 파일을 단 몇 분 만에 '작동하는 앱(웹+모바일)'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찾던 핵심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했다.


바로 '사용자 기반 데이터 필터링'이다.


공급업체 담당자가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내가 만든 앱시트 앱에 로그인하면, 앱시트는 그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즉시 인식한다. 그리고 구글 시트 데이터 중에서, 해당 이메일 주소(공급업체)에 할당된 '발주 목록'만 정확하게 필터링해서 보여준다.


이것이 내가 찾던 핵심 기능이었다. A 공급업체는 B 업체의 발주를 절대 볼 수 없다. 공급업체는 그저 자기 폰이나 PC에서 앱을 열고, 자기 발주 건을 보고, '납품 예정일' 칸을 눌러 날짜만 입력하면 끝이다. 공급업체가 앱에서 날짜를 저장하는 순간, 그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나의 '두뇌'인 구글 시트에 즉시 업데이트된다.


3. 나의 '무료'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드디어 나의 '무료 공급업체 포털'의 전체 그림이 완성되었다.


1단계 (데이터 입력): 매일 ERP에서 엑셀을 내려받아, 그 내용을 그대로 '구글 시트'의 '발주목록' 시트에 복사-붙여넣기 한다. (나의 5분 수작업)


2단계 (앱 생성): '앱시트'가 이 '구글 시트' 파일을 실시간으로 읽어 앱 화면을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3단계 (공급업체 작업): 공급업체는 (구글 계정으로) '앱시트' 앱에 로그인해 자신의 발주 건을 확인하고 '납품 예정일'을 입력한다.


4단계 (데이터 저장): 공급업체가 입력한 정보는 즉시 '구글 시트' 파일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5단계 (현황 확인): 나는 더 이상 전화나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 그저 내 '구글 시트' 파일만 열어보면 모든 업체의 납품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도구는 정해졌고, 길은 명확해졌다. 더 이상 기획이 아닌 '실행'의 영역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이 구글 시트와 앱시트를 이용해 실제 포털의 첫 화면, 즉 '로그인 기능'과 '메인 대시보드'를 만들어가는 첫 번째 '빌딩 과정'을 생생하게 공유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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