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수평선 위에서
어둠이 물러나고 빛이 수면을 고르게 채우는 순간을 바라본다. 마지막 일출은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니라, 무질서가 질서로 전환되는 우주의 원리를 눈앞에 펼쳐 보이는 증명이다. 파편화된 어둠이 하나의 빛으로 수렴하는 이 장면은, 내가 지난 1년간 데이터의 바다에서 의미를 건져 올리려 했던 모든 시도와 닮아 있다.
공급망을 살핀다는 것은 결국 세상의 불확실성과 대면하는 일이었다. 수많은 변수가 얽힌 산업 현장에서 패턴을 찾고 체계를 세우려는 노력은, 효율을 추구하는 행위를 넘어 끊임없이 증가하려는 엔트로피에 저항하는 의지에 가까웠다. 파이썬과 SQL은 그 거대한 혼돈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해준 최소한의 도구였고, 매일 마주하는 숫자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현실을 재구성하는 언어였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숫자 너머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었고, 그들의 선택과 욕망, 두려움과 희망이 있었다. 자동화 시대에 노동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신뢰하는 데이터는 과연 실재를 얼마나 반영하는가. 이런 물음들은 업무의 테두리를 벗어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 되었다. 측정 가능한 것과 측정 불가능한 것 사이에서, 나는 냉정한 분석가이면서 동시에 의미를 찾는 탐색자여야 했다.
세상의 공급망은 방치하면 무질서해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의식적으로 정돈하지 않으면 엔트로피는 저절로 증가한다. 올해 남긴 기록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가 아니라, 내일을 더 명료하게 마주하기 위한 나만의 정렬 작업이었다. 혼돈을 견디며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세계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일지도 모른다.
이제 2025년이라는 하나의 데이터 세트를 닫는다. 속초의 찬 공기 속에서 마주한 이 일출은, 다가올 2026년이 단순히 예측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써 내려가야 할 서사임을 말해준다.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방향을 집요하게 묻는 이에게, 그 막막함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 될 것이다.
빛은 언제나 어둠을 뚫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