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타트업의 고가 장비 구매는 항상 문제로 남는가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다

by 구매가 체질

스타트업에서 고가 장비 구매는 이상할 정도로 비슷한 결말을 맞는다.


구매 당시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
“경쟁사가 이미 들였다.”
“대표님도 오케이 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이 장비는 문제 덩어리가 된다.


1. 계약 조건이 애매하다
2.회계 처리에 논쟁이 생긴다
3. 구매 절차가 감사 포인트로 남는다
4. 결국 “왜 이렇게 샀는지” 설명하는 사람이 사라진다

5. 대부분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장비를 잘못 골랐다.”


하지만 여러 회사의 사례를 겪어보면, 문제는 거의 항상 다른 곳에 있다.


장비는 멀쩡하다. 구조가 망가져 있다


고가 장비 구매가 문제로 남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1. 장비 선정은 현업이 한다
2. 예산은 재무가 본다
3. 절차는 구매가 책임진다
4. 최종 결정은 대표가 한다
겉보기에는 역할 분담이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의사결정을 통합해서 검증하는 사람은 없다.


각자는 자기 영역에서 “할 일”만 한다.


1. 현업은 “기술적으로 필요하다”
2. 재무는 “예산 범위 안이다”
3. 구매는 “견적은 받았다”
4. 대표는 “빨리 진행하자”


이 네 문장이 동시에 참일 때,

그 구매가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구매 요청 승인’과 ‘계약 가능 상태’는 전혀 다르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착각은 이것이다.


“구매 요청이 승인됐으니, 이제 계약만 하면 된다.”


하지만 구매 요청 승인은 대부분 이런 질문에만 답한다.
1. 예산은 있는가
2. 필요성은 인정되는가
3. 금액이 큰가? 작은가?


반면 계약 가능 상태는 전혀 다른 질문을 요구한다.

이 계약 구조가 회계적으로 문제없는가?

조건이 변경될 여지는 없는가?

옵션·추가 비용·환율·납기 리스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 주체는 명확한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서를 쓰는 순간,

문제는 미래로 이월된다.


“계약서는 나중에 고치면 되지”라는 말의 대가

스타트업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일단 계약서부터 써두죠. 나중에 조정하면 되잖아요.”

이 말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계약서는 ‘의사’가 아니라 ‘증거’이기 때문이다.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회사의 의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감사는 계약서를 본다

회계는 계약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분쟁은 계약서 문장 하나로 갈린다

“그때는 급해서 그랬다”는 설명은

어느 단계에서도 방어 논리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누가 결정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검증했는지’다.


고가 장비 구매에서 필요한 역할은 하나다.

실행자가 아니라, 브레이크다.

지금 가도 되는지

멈춰야 한다면 어디까지 멈춰야 하는지

조건을 바꾸면 리스크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이걸 판단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 회사의 장비 구매는 항상 운에 맡겨진다.


그리고 운에 맡긴 의사결정은

언젠가 반드시 비용으로 돌아온다.


장비는 남고, 결정은 기록으로 남는다.


고가 장비는 몇 년을 쓰지만,

그 구매 결정은 회사의 기록으로 훨씬 오래 남는다.


감사 자료로

내부 통제 이슈로

다음 투자 라운드의 질문으로


그래서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이 장비를 사는 게 맞는지가 아니라,
이 방식으로 사도 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이미 결정된 구매·계약 안건이 정말로 ‘체결 가능한 상태인지’

외부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점검하는 자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터진 뒤의 설명보다,

터지기 전의 판단이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년 마지막 일출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