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SCM의 역설, 단가 인하보다 ‘재무적 무결성’을 구매하라
스타트업이나 성장기 기업에서 구매 담당자의 유능함을 평가하는 기준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얼마나 깎았는가.”
1억 원짜리 장비를 9,000만 원에 사 오면 박수를 받고, 단가를 5% 낮추면 훌륭한 성과로 기록된다. 하지만 지난 16년간 SCM 현장에서 목격된 실상은 정반대인 경우가 압도적이다. 단가를 잘 깎는 구매가, 역설적으로 회사의 생존 확률을 깎아먹는 순간들은 반복해서 발생한다.
여기서 말하는 ‘망한다’는 표현은 감정적인 수사가 아니다. 비즈니스가 무너지는 방식은 대부분 동일하다. 현금흐름이 무너지고, 일정이 깨지고, 결국 시장의 신뢰(감사·투자자)가 흔들리는 것. 단가 인하라는 지엽적인 성과에만 매몰된 의사결정은 이 세 가지 근본 구조를 동시에 훼손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공짜 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사가 단가를 내리는 순간, 그 비용은 다른 형태로 반드시 회수된다. 문제는 그 비용이 견적서에 숫자로 적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납기 우선순위의 밀림: “급한 건 알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리드타임이 속절없이 늘어난다.
품질 변동성의 증가: QC 강도가 느슨해지거나, 로트(Lot) 간 편차가 발생하여 공정 전체를 위협한다.
서비스 열화: 기술 지원과 AS 대응 속도가 보이지 않게 후순위로 밀려, 장비가 멈춘 시간이 곧 손실로 직결된다.
단 한 번의 공정 지연이 수십억 원의 손실로 이어지는 바이오 산업에서, ‘싸게 사는 것’은 종종 불확실성을 비싸게 사는 선택이 된다. 구매를 바라보는 조직의 지표는 이제 근본적으로 재설정되어야 한다.
총구매비용(TLC) = 구매 단가 + [ 실행 비용 + 지연 비용 + 리스크 프리미엄 ]( Invisible Risk Premium : 견적서에 보이지 않는 위험 프리미엄 )
단가를 10% 깎아 1,000만 원을 아꼈더라도, 설치 지연이나 품질 이슈로 10억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했다면—그 1,000만 원은 절감이 아니라, 보험료를 내지 않아 발생한 거대한 부채일 뿐이다. 조직 내에 이 네 항목을 동시에 조망하는 '시스템'이 부재할 때, 회사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의외로 투자를 받은 직후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술력 하나로 미래 가치를 증명하며 시작된다. 하지만 조직 전체가 실제로 돈을 벌어본 경험을 갖기 전에, 투자금이라는 거대한 숫자를 먼저 마주한다.
이 순간부터 자본은 ‘관리해야 할 자원’이 아니라 ‘언제든 채워 넣을 수 있는 연료’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VC의 속도 압박이 더해지면, 구매 현장의 검증과 절차는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취급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버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출 속도만 가속화된 조직은 결국 Burn Rate의 덫에 걸린다. SCM의 본질은 단순히 물건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현금 흐름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것에 있다.
회사가 상장(IPO)을 전략적 종착역으로 삼고 있다면, 초기 단계의 무질서한 지출은 시간이 지나며 수십 배의 이자가 붙은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상장은 성장의 보상이 아니라, 타인의 자본을 얼마나 투명하고 일관되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공적 검증’이기 때문이다.
실제 상장 예비심사나 감사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필연적으로 날아온다.
“이 고가 장비의 계약 구조는 왜 이렇게 비논리적입니까?”
“내부 통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결정권자의 직관만으로 도장을 찍은 근거는 무엇입니까?”
지금 적당히 넘어간 계약서 한 장, 증빙 없는 지출 하나는 상장 직전 ‘내부 통제 미비’라는 이름으로 회사의 발목을 잡는다. 진정한 SCM 설계는 지금 당장의 도입 속도가 아니라, 3년 뒤 감사인이 들여다볼 ‘기록의 무결성’까지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구매 역할은 싸게 사 오는 실행자가 아니다.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결함을 파악하고 대형 사고를 막는 설계자다. 구매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아래 4가지 리스크 게이트를 통과하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양 게이트: 필수 성능과 검수 기준이 정성적 언어가 아닌 '데이터'로 확정되었는가?
가동 게이트: 유틸리티 인프라와 가동 준비 기준이 현실적으로 설계되었는가?
지급 게이트: 선급금과 잔금의 구조가 회사의 장기적 현금흐름 계획과 동기화되어 있는가?
변경 게이트: 옵션 변경(VO) 발생 시 비용과 일정 책임 소지가 사전에 정의되어 있는가?
이 네 가지만 엄격히 관리되어도, 치명적인 구매 사고의 80% 이상은 사전에 차단된다.
SCM은 단순한 운영 기능이 아니다. 지정학, 환율, 공급망 재편, 그리고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는 고차방정식이다.
구매를 ‘얼마나 깎았는가’로 평가하는 관행은 상장이라는 거시적 목표 앞에서 가장 먼저 폐기되어야 할 구시대적 지표다. 그 구매가 상장이라는 종착역에서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 구조인지를 보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의 단가 절감은 숫자 하나를 예쁘게 만들 수 있지만, 회사는 숫자 하나가 아닌 흐름으로 살아남기 때문이다.
오늘의 구매는 단순한 지출인가, 아니면 회사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략적 자산인가.
성장기 기업에서 고가 장비 구매와 IPO 전 내부 통제는 더 이상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설계의 문제입니다. 현상의 지엽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시스템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 영역에서 조직의 재무적 무결성을 지키고 전략적 방향타를 제안하는 외부 자문(Fractional CPO)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SCM 체계 수립: IPO를 고려한 투명한 구매 프로세스 및 내부 통제 셋업
리스크 사전 진단: 고가 장비 계약 전 재무·회계·감사 리스크 검증
현금흐름 최적화: 자본 효율성(Capital Efficiency)을 고려한 공급망 설계
문의 및 진단 요청: borntobuy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