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이스에는 적혀 있지 않은 진짜 원가

인보이스에는 적혀 있지 않은 진짜 원가

by 구매가 체질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올 때 우리가 받는 인보이스(Invoice)에는 물건값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물건이 창고에 도착해 장부에 기록될 때는 전혀 다른 숫자로 변합니다. 수입 업무의 핵심은 단순히 물류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비용들을 모아 정확한 원가를 확정 짓는 데 있습니다.


1. 인코텀즈: 원가 계산의 출발선을 긋는 법

수입 원가를 계산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인코텀즈 조건입니다. 인코텀즈는 단순히 사고 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약속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원가에 어디까지를 포함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비용의 범위: FOB 조건이라면 배에 실리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해상 운임과 보험료를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원가에 산입해야 합니다. 반면 CIF나 DAP 조건이라면 인보이스 가격 자체에 운송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겉보기에는 관리가 편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운송 주도권을 우리가 가질 때(FOB 등) 물류비 최적화를 통한 원가 절감의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자산 인식 시점(미착품): 회계적으로 인코텀즈는 소유권 이전 시점을 규정합니다. 선적지 인도 조건(FOB)이라면 물건이 아직 바다 위에 있더라도 우리 장부에는 미착품이라는 재고 자산으로 잡혀야 합니다. 이는 기업의 유동성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2. 제조업의 원재료 수입: 비용을 자산으로 바꾸는 기술


제조업에서 수입 원재료는 공장을 거쳐 제품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자산의 성격을 갖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회계적 원칙은 취득 부대비용의 자산화입니다.


원가의 범위: 해외 제조사에 송금한 순수 대금에 관세, 통관 수수료, 해상/항공 운임, 그리고 창고까지의 운송비를 모두 더해야 합니다. 이 비용들은 발생 즉시 비용 처리되지 않고, 재고 자산의 가액에 포함됩니다.


실무적 포인트: 만약 이번 달에 운임으로 1,000만 원을 썼더라도, 그 원재료가 이번 달에 제품으로 만들어져 팔리지 않았다면 이 1,000만 원은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이 아니라 재무상태표상의 자산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원가 계산이 정교하지 못하면 실제 이익보다 장부상 이익이 커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합니다.


2. 유통업의 상품 수입: 회전율과 Landed Cost의 싸움


유통업은 가공 단계가 없기에 원가 구조가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도착 원가(Landed Cost) 관리가 수익성의 전부를 결정합니다.


직접비의 배분: 한 컨테이너에 여러 종류의 상품을 혼적하여 수입할 때, 전체 운임과 관세를 개별 품목의 무게나 부피, 혹은 금액 안분 비율에 따라 정확히 쪼개 넣어야 합니다. 이 배분 방식에 따라 품목별 마진율이 요동칩니다.


재고 유지 비용의 함정: 수입 상품은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때 발생하는 금융 비용과 보관료는 원가에 산입되지 않고 판매관리비로 빠집니다. 원가만 보고 많이 남는다고 착각했다가는, 판관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보는 유통업의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4. 실무의 꽃: 관세 환급과 원가 절감


수입 원가를 다루는 실무자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관세 환급입니다. 이는 단순히 낸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략적 요소입니다.


제조업의 환급: 수입한 원재료를 가공하여 다시 수출할 때, 수입 시 납부했던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환급금은 매출원가의 차감 항목으로 관리하여 제품의 순원가를 낮추는 데 사용합니다.


개별환급 vs 간이정액환급: 사용된 원재료의 양을 일일이 계산하여 실제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는 개별환급 방식과,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 금액당 일정 금액을 돌려받는 간이정액환급 방식 중 우리 회사에 유리한 쪽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이 선택 하나에 영업이익률의 소수점 자리가 바뀝니다.


숫자의 무게를 견디는 시선


수입 원가 계산은 단순히 엑셀 시트를 채우는 작업이 아닙니다. 환율 변동 리스크를 어디까지 원가에 반영할 것인지, 관세 환급을 통해 확보한 여력을 단가 경쟁력에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물건을 들여오는 사람의 시선이 재무제표의 가장 아랫줄에 닿아 있을 때, 비로소 원가는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우리는 단순히 물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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