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마케팅, 생산부터 재무까지, SCM이 없다면 회사는 멈춘다
"SCM팀은 무슨 일을 하는 부서인가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많은 실무자들은 '구매', '물류', '재고 관리' 같은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의 진짜 모습은 단순히 자재를 사고, 물건을 보내고, 창고를 지키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SCM팀은 마치 회사의 모든 혈관이 모이는 심장이자, 각기 다른 연주자들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이들의 손끝에서 정보와 제품, 그리고 돈의 흐름이 시작되고 완성된다. 오늘은 회사의 그 어떤 부서보다도 넓은 연결망을 자랑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즈니스의 전체 판을 움직이는 SCM팀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영업팀 & 마케팅팀: 수요의 최전선에서 함께 달리다
가장 긴밀하고도 역동적인 관계다. 영업팀의 '판매 예측' 정보는 SCM팀의 '수요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음 분기 주력 상품은 무엇인지, 어떤 고객에게 대량 납품 계약이 예정되어 있는지 등의 정보가 없다면 SCM팀은 얼마를 생산하고 구매해야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영업/마케팅 → SCM: "다음 달 A제품 프로모션으로 판매량 150% 급증 예상됩니다. 재고 확보 가능할까요?"
SCM → 영업/마케팅: "A제품의 핵심 부품 리드타임이 2달입니다. 지금 발주해야 프로모션 일정에 맞출 수 있습니다. 확정해 주세요."
마케팅팀의 야심 찬 신제품 출시나 대규모 할인 행사 역시 SCM의 조율 없이는 공염불에 그치기 쉽다. SCM팀은 마케팅 계획에 맞춰 원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생산 일정을 조율하며, 물류 창고의 공간을 마련한다. 만약 이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면? 고객들의 폭발적인 주문에도 "재고 부족"이라는 차가운 답변만 돌아오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2. 생산팀 & 품질팀: 완벽한 제품을 위한 협업
SCM팀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제1 바이올린은 단연 생산팀이다. SCM의 수요 계획과 자재 공급 계획은 생산팀의 '생산 스케줄'로 이어진다. 언제, 무엇을, 얼마나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시가 없다면 공장은 멈추거나, 혹은 악성 재고만 잔뜩 쌓아두게 될 것이다.
SCM → 생산: "B제품 1만 개 생산을 위해 다음 주 월요일까지 원자재 X가 입고될 예정입니다. 생산 준비해 주세요."
생산 → SCM: "공정상 불량률이 개선되어 생산성이 5% 향상되었습니다. 향후 자재 발주 계획에 참고해 주세요."
품질팀과의 연결도 필수적이다. SCM팀이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원자재를 구해와도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것이 허사다. SCM은 품질팀과 협력하여 신규 공급업체를 평가하고, 기존 공급업체의 품질 이슈를 관리하며, 때로는 함께 개선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고객에게 완벽한 제품이 전달되기까지, 그 시작점인 '좋은 원료'를 책임지는 것이다.
3. R&D & 상품기획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파트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실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R&D와 상품기획팀은 SCM과 수많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 세상에 없던 신소재, 더 작고 가벼운 부품을 제품에 적용하고 싶을 때, SCM팀은 그 '꿈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전 세계를 무대로 찾아 나선다.
R&D → SCM: "신제품에 이 신소재를 적용하고 싶은데, 안정적인 공급처와 단가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SCM → R&D: "해당 소재는 전 세계 2개 업체만 독점 생산하며, 최소 주문 수량이 큽니다. 대체 가능한 다른 소재 리스트를 전달드리니 설계 변경을 검토해 주세요."
SCM팀의 피드백은 때로 제품의 원가, 나아가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너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부품 대신,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부품을 제안함으로써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4. 재무/회계팀: 숫자로 비즈니스의 건강을 증명하다
SCM 활동은 회사의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SCM팀이 관리하는 '재고'는 회계상 '자산'이다. 하지만 팔리지 않는 재고는 곧바로 기업의 현금 흐름을 막는 '악성 자산'이 된다. 따라서 SCM팀은 '최적의 재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이는 재무팀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SCM → 재무: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다음 분기 제품 원가가 3%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무 → SCM: "전사적 비용 절감 목표에 따라, 물류비를 5%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세요."
또한, 원자재 구매 비용, 물류비, 창고 운영비 등 SCM 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회사의 '매출원가'와 직결된다. SCM팀이 1%의 비용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공급업체와 치열하게 협상하고, 더 효율적인 운송 경로를 찾아내는 노력이 모여 회사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부서의 언어를 이해하는 전문가
이처럼 SCM팀은 회사의 거의 모든 부서와 촘촘하게 얽혀있다. 영업의 언어로 수요를 이해하고, 생산의 언어로 계획을 전달하며, R&D의 언어로 혁신을 논하고, 재무의 언어로 성과를 증명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각 부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정보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며, 최종적으로는 '고객 만족'과 '비용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 그것이 바로 SCM의 본질이자, 이들이 '회사의 숨은 지휘자'라 불리는 이유다. 당신의 회사에서는 어떤 지휘자가, 어떤 멋진 교향곡을 만들어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