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구매 담당자의 똑똑한 데이터 활용
매일 아침, 습관처럼 ERP에 접속해 데이터를 내려받고 엑셀을 여는 것으로 당신의 하루는 시작될 겁니다. VLOOKUP과 피벗 테이블, 수십 개의 시트 사이를 오가며 데이터를 가공하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꼼꼼하고 성실한 전문가’라고 믿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그 믿음은 종종 우리를 배신합니다.
이 글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닙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어떻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협하고, 동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앗아갔는지에 대한 뼈아픈 고백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실패의 기록 속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떻게 숨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겪었을지도 모를, 혹은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를 두 가지 실패담을 통해, 왜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 시각화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도구’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희 팀은 매월 ERP에서 데이터를 내려받아, 그룹웨어 품의서와 월간 매입 마감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한 달을 마무리합니다. 중요한 업무였지만, 그 과정은 늘 아슬아슬했습니다. ERP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 내용을 요약해 그룹웨어에 텍스트로 옮겨 적거나, 엑셀로 다시 정리하는 과정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숫자를 잘못 옮겨 적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엔 괜찮겠지'라며 스스로를 믿었습니다.
사건은 가장 바쁜 월말 마감 기간에 터졌습니다.
한 담당자가 ERP 화면에 뜬 숫자를 보고서에 옮겨 적는 과정에서, ‘0’ 하나를 빠뜨린 겁니다. 화면을 여러 개 띄워놓고 작업하다 보니 생긴, 아주 사소한 오타, 키보드를 잘못 누른 단 한 번의 실수였습니다.
그 실수 하나로 매입 대금 정산이 완전히 꼬여버렸습니다. 협력사에는 잘못된 금액이 지급될 뻔했고,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된 품의서를 다시 올리느라 며칠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재무팀의 날카로운 지적과 협력사의 항의 전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그 며칠간의 스트레스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날의 뼈아픈 실패는 제게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인간의 성실함과 꼼꼼함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제 AI는 그 약점을 막아줄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바로 AI를 활용한 VBA 코딩입니다. 코딩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제 AI에게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ERP에서 다운로드한 '월간매입_원본.csv' 파일에서 '공급사명', '품목코드', '수량', '단가'를 추출해줘. 그리고 '매입마감_보고양식.xlsx' 파일에 그 값들을 자동으로 채워 넣고, 공급사별로 별도의 시트를 생성하는 VBA 코드를 만들어줘."
AI는 이 말을 이해하고,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수십 개의 협력사 마감 데이터를 실수 없이 처리하는 코드를 즉시 내어줍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실수를 원천적으로 막고, 우리를 불필요한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 줄 진정한 의미의 ‘방어막’입니다.
물론,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ERP 시스템을 도입하면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제조사, 공급사, 팀, 프로젝트별 현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화려한 대시보드는 리더가 '숲' 전체를 조망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엄청난 도입 비용은 여전히 큰 부담입니다.
대시보드를 통한 전체 데이터의 시각화는 ERP와 수많은 엑셀 파일에 흩어져 있었고, 그 조각난 정보로는 전체적인 의존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팀장이라면 개별 거래의 성공이 아닌, 전체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흩어진 데이터 조각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현황판’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 AI는 비싼 ERP 없이도, 우리 손안의 엑셀 데이터만으로 이 강력한 현황판을 만들어줍니다. PPT를 대체하는 인터랙티브 시각화 자료를 통해서입니다.
"여러 엑셀 파일에 흩어진 구매 데이터를 모두 취합해서, 우리 팀의 공급망 리스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현황판을 만들어줘. 공급사별 구매 의존도는 파이 차트로, 월별 핵심 부품 재고 추이는 라인 차트로 시각화해줘. 모든 데이터는 서로 연동되어 필터링이 가능하게 HTML 코드로 짜 줘."
이렇게 AI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대시보드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닙니다. 리더의 눈앞에 살아있는 ‘현황판’을 펼쳐주는 것과 같습니다. 팀원 누구나 웹 브라우저로 열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며 "A사에 대한 의존도가 80%에 육박하는군. 당장 리스크 분산 계획을 세워야겠어." 와 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시니어 리더에게 필요한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자동화와 데이터 시각화는 더 이상 어려운 기술 용어가 아닙니다. 뼈아픈 경험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려는 절박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이제 ‘전문가’의 의미는 달라져야 합니다. 밤새 엑셀을 붙들고 씨름하는 성실함이 아니라, 우리의 실수를 원천적으로 막는 ‘자동화된 방어막’을 만들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현황판’을 펼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AI는 그 지혜를 실현하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파트너입니다. AI에게 엑셀은 더 이상 우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무거운 작업 공간이 아니라, 자동화와 시각화를 위한 똑똑한 ‘재료’가 됩니다. AI는 우리의 일을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실수하지 않도록, 더 중요한 전략적 판단에 집중하도록 돕는 최고의 동료입니다.
이 글을 닫고, 최근 당신의 팀이 겪었던 가장 아찔했던 실수나 위기를 떠올려 보십시오. 보고서에 잘못 적었던 ‘숫자 하나’는 무엇이었나요? 미처 보지 못해 팀을 위기에 빠뜨렸던, 우리가 놓치고 있던 ‘거대한 숲’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당신의 팀에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 자동화와 대시보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장 정확한 '지도'입니다. 그리고 그 지도를 손에 들고 길을 떠날 때, AI는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