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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의 언어로 나의 길을 돌아보다
구매 전문가는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회사의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며 비즈니스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다. 그 그림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언어가 바로 CAPEX(자본적 지출)와 OPEX(운영 비용)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CAPEX와 현재를 움직이는 동력인 OPEX. 이 두 가지 관점으로 나의 커리어 여정을 다시 돌아보자. 그 속에서 나의 역할과 성장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모든 커리어의 시작점이었던 보험회사 총무부동산팀은 CAPEX와 OPEX의 교과서와 같은 곳이었다.
CAPEX (자본적 지출):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 나는 회사의 핏줄 같은 자산들을 관리했다. 사무실을 채우는 가구, 복사기를 비롯한 각종 OA기기가 나의 손을 거쳐 제자리를 찾았다. 이는 단일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전사적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이자 회사의 업무 환경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 CAPEX였다. 나는 이러한 자산들의 취득부터 유지보수, 최종 처분까지 촘촘하게 관리하며 '보이지 않는 자산'들이 어떻게 회사의 미래 가치가 되는지를 배웠다.
OPEX (운영 비용): 현재를 움직이는 혈액 동시에 나는 회사의 '살림'을 책임졌다. 복사기 유지보수, 사무실 운영과 관련된 수많은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하며 비즈니스의 현재를 원활하게 움직이는 OPEX를 집행했다. 단순히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의 질과 비용 효율성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노하우를 익혔다. 이곳에서 나는 CAPEX와 OPEX라는 재무적 렌즈로 비즈니스를 입체적으로 보는 훈련을 시작했다.
태양광 EPC 프로젝트 현장은 나의 주 무대를 거대한 프로젝트 CAPEX로 옮겨 놓았다. 발전소 건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CAPEX 집행 과정이었다.
수백억 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인버터, 변압기 등 발전소의 핵심이 되는 자산들을 조달하는 것이 나의 핵심 임무였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고객사의 대규모 투자가 성공적인 자산으로 실현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속에서 최적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거대한 CAPEX가 어떻게 유형의 가치로 전환되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지휘했다. 이곳에서 나의 전문성은 OPEX 관리자를 넘어, 대규모 CAPEX 프로젝트 관리자로 확장되었다.
체외진단기기 분야로 옮겨오면서 나의 초점은 다시 OPEX로 향했다. 하지만 그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COGS로서의 OPEX: 이곳에서 내가 구매하는 시약, 효소와 같은 원자재는 제품의 원가(COGS, Cost of Goods Sold)를 구성하는 핵심 OPEX였다. 비용 절감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타협 불가능한 품질'이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었기에, 모든 OPEX 지출은 단순 비용이 아닌 '품질과 신뢰를 위한 투자'라는 의미를 가졌다.
성장통 속 CAPEX와 OPEX: 회사가 벤처에서 상장사로 전환되면서 비용 통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성장을 위해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CAPEX 투자가 공격적으로 일어나는 동시에, 투자자들은 급증하는 OPEX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나는 "왜 이 투자가 필요한가?"라는 CAPEX 질문과 "어떻게 이 비용을 더 효율화할 것인가?"라는 OPEX 질문에 동시에 답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을 시스템으로 통제하고, 성장을 재무적 언어로 증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로봇 및 드론 회사에서의 개발구매는 나를 '미래에 투자하는' 역할로 이끌었다.
이곳에서 나의 주된 임무는 신제품 개발(NPI)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소싱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장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R&D 성격의 CAPEX에 가까웠다. 최첨단 센서, 고성능 프로세서, 특수 소재 등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미래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이었다. 나는 엔지니어와 협력하며 불확실성 속에서 가능성에 투자했고, 어떻게 전략적인 R&D CAPEX가 미래의 OPEX 효율성과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배웠다.
현재 몸담고 있는 CDMO는 나의 CAPEX와 OPEX 경험이 총체적으로 집약되는 곳이다.
고객사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원자재를 소싱하는 것은 고객의 OPEX(COGS)를 최적화해주는 일이다. 동시에 우리 회사의 생산 시설과 기술 플랫폼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CAPEX 활동이다. 즉, 나는 고객의 OPEX와 우리 회사의 CAPEX를 동시에 관리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지난 경력을 통해 나는 비용의 두 얼굴을 모두 경험했다. 현재를 지탱하는 OPEX의 효율성과 미래를 여는 CAPEX의 전략성. 구매 업무를 하면서, 내가 구매하는 '이것'이 CAPEX인지 OPEX인지 인지하면서 구매하게 되면 큰숲을 보는 눈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