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잘못이 아냐. 태어난 연도가 문제지
혹시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요?
"왜 우리 세대는 유독 힘들까?",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님 세대만큼 살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하고 말이죠.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타이밍'이 달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요동쳤던 거대한 파도 속에서, 각 세대는 서로 다른 배를 타고 다른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배에 타고 있었나요?
1970년대생, 특히 70년대 초반생은 'IMF 키드'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희망에 부풀어 사회로 나갈 20대 중후반, 그들은 국가 부도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고용 빙하기'였습니다. 기업들은 채용 문을 굳게 닫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대신 불안정한 임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죠.
이 상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년이 지나 40대가 되었을 때, 그들은 또 한 번의 고용 충격을 겪습니다. IMF 때 불안정한 일자리로 시작했던 이들이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 취약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두 번째 파도를 맞은 것입니다. 이들에게 자산 형성은 불안정한 소득을 만회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그 자체였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980년대생은 이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위기 이후, 세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고, 이는 곧 자산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자산 상승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택했습니다. 바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입니다. 이는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자산이 없는 사람이 낙오자가 되는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생은 빚을 지렛대 삼아 자산을 불리는 '고위험 레버리지' 전략을 받아들인 첫 세대가 되었습니다. 성공한 이도 있지만,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세대입니다.
1990년대생이 마주한 현실은 일시적 위기가 아닌, 만성적인 '저성장'이었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경쟁은 극심해졌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의 'N포 세대'라는 말이 이들의 현실을 대변합니다.
특히 이들을 절망하게 한 것은 '넘사벽'이 되어버린 집값이었습니다.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내 집 마련'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 되었습니다. 통계는 냉정합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까지 올라갔고, 서울의 중간 가격 아파트를 사려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원리금으로 쏟아부어야 합니다.
과거 세대가 밟아왔던 '근로소득 → 종잣돈 마련 → 내 집 마련 → 자산 증식'이라는 '자산 사다리'의 첫 칸이 이들에게는 아예 사라져 버린 셈입니다.
이렇게 각 세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각기 다른 경제적 운명을 마주했습니다.
1970년대생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상처를 안고 평생을 불안과 싸웠고,
1980년대생은 자산 버블이라는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했으며,
1990년대생은 아예 사다리가 끊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2000년대생은 고물가, 고금리라는 더 높은 장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대 간의 싸움이 아닙니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섣부른 비판 대신, 우리가 어떤 시대적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쩌면 이 거대한 격차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망가진 사다리를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