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서만 믿다간 큰코다친다, '법적 방패'를 준비하는 법
매일 아침 책상에 쌓이는 서류들.
그 위로 익숙하게 오가는 발주서.
'늘 하던 대로' 공급사에 발주서를 보내고, 물건을 받고, 대금을 치릅니다. 너무나 익숙한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가끔씩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발주서 한 장, 정말 괜찮은 걸까?
많은 분들이 "발주서에 다 적혀있는데 계약서가 왜 필요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둘은 태생부터 다릅니다. 발주서가 '이거 주세요'라는 간단한 메모에 가깝다면, 계약서는 '만약 물건에 문제가 생기면, 혹은 약속한 날짜에 오지 않으면 이렇게 해결합시다'라는 든든한 법적 약속입니다.
발주서라는 메모에는 이런 중요한 약속들이 빠져있기 마련이죠.
품질 문제: 하자가 생겼을 때 누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납기 지연: 약속이 늦어지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대금 지급: 대금은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주어야 하는가?
갑작스러운 상황: 천재지변 같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약의 끝: 어떤 경우에 이 거래를 끝낼 수 있는가?
문제는 우리가 가장 방심하고 있을 때 찾아옵니다.
바로 외부 회계감사 시즌이죠. 외부감사인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거래 내역을 샅샅이 훑을 때, 발주서만 덩그러니 있는 거래는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감사인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물음표'로 보입니다.
"책임 소재는 명확한가?"
"1얶짜리 구매를 1장 발주서로 처리했다고?"
"대금 지급 조건이 왜 이렇게 모호하지?"
결국 '내부 통제가 허술한 회사'라는 딱지가 붙고, 나아가 거래 자체의 신뢰성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오래 거래해서 괜찮다'는 안일함이 회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순간입니다.
신뢰성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오래 거래해서 괜찮다'는 안일함이 회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순간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계약에 변호사를 선임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복잡한 조건이 들어가는 계약 앞에서는 막막하기만 하죠.
여기서 구매 담당자들의 막막함을 덜어줄 아주 고마운 곳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상사중재원(KCAB)입니다. 이곳은 상거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만든 수십 종의 표준계약서를 무료로 제공하는 보물창고와도 같습니다.
물품공급, 용역, IT, 건설, 프랜차이즈 등 우리가 마주할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계약서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우리 회사의 리스크를 막아줄 든든한 방패를 얻는 셈입니다.
저는 보통 이곳의 표준계약서로 뼈대를 잡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우리 회사에 필요한 조항을 더합니다. 또한, 상대방이 건네는 계약서에는 우리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애매한 조항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가급적 우리가 먼저 계약서를 만들어 건네는 것이 유리합니다.
진정한 프로는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관리합니다.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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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다운로드한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에 맞게 불필요한 조항은 빼고, 필요한 조항은 더해보세요.
3단계: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한 거래(큰 금액의 거래를 말하죠?)부터 계약서가 있는지, 사용인감계는 잘 챙겼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AI가 단순 발주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 당신의 진짜 실력은 어디서 발휘될까요?
수십 장의 발주서보다, 잘 만든 계약서 한 장에 그 답이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이 노력이 미래의 분쟁을 막고 나와 회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어줄 것입니다. 구매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계약의 기본을 이해하는 것은, 이제 스마트한 직장인의 필수 지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