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파를 만드는 본능
인간은 무리를 이루지만, 그 무리는 반드시 이해관계나 신념의 차이로 인해 또 다른 분파를 낳는다.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이유로 목숨을 걸고 싸우며 끊임없이 갈라서는 현상. 이는 단순한 사회 현상을 넘어, 마치 정해진 법칙처럼 작동하는 '인간사의 물리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열과 갈등의 근원에는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실존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간이 분파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을 구분하려는 뿌리 깊은 본능에 있다. 사회심리학의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내집단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그들'이라는 외집단을 상정하게 된다.
이러한 편 가르기는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원시 시대에 외부 집단은 생존 자원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이자 잠재적 위협이었기 때문에, 낯선 집단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성향이 생존에 유리했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여, 정치, 이념, 종교, 심지어 스포츠팀이나 취미 활동과 같은 영역에서도 우리 편을 만들고 상대편을 적대시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격렬한 갈등이 종종 가장 유사한 집단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사소한 차이의 나르시시즘(Narcissism of minor differences)'이라는 개념은 이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주 작은 차이를 과장하고 여기에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확인하려 한다.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집단일수록, 남아있는 미세한 차이가 오히려 집단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격렬하게 대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 분파들이 교리의 미세한 해석 차이로 인해 갈라져 나왔고, 같은 이념을 공유하던 정치 세력이 노선의 사소한 차이를 명분으로 분열을 거듭해왔다. 이는 마치 물리학에서 물질의 미세한 균열이 전체 구조의 붕괴를 초래하는 것과 유사하다. 현대의 팬덤 문화에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팬들이 미묘한 관점 차이로 격렬하게 대립하는 현상 역시 '사소한 차이의 나르시시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단순한 의견 대립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실존적 투쟁으로 비화하는 이유는, 신념 체계가 개인과 집단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신념과 이데올로기는 단순히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넘어,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제공한다.
따라서 자신의 신념에 대한 도전은 단순한 이견 제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 나아가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을 때, 인간은 방어기제를 발동시켜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신성시하게 된다. 갈등이 격화되면 상대 집단을 비인간화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마저 정당화될 수 있다. 이는 역사 속에서 종교 전쟁, 이념 갈등, 인종 청소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을 낳은 핵심적인 심리 기제이다.
이처럼 인간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예측 불가능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된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필연적인 현상에 가깝다. 물리학에서 에너지가 흩어지며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하나의 통일된 집단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부의 잠재된 차이들이 표면으로 드러나고 상호작용하며 더욱 복잡하고 분열된 상태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네트워크 이론에서 보듯, 사회 연결망은 동질적인 집단끼리 뭉치는 군집화 현상을 보이며,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파편화'로 이어진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만 연결시켜 '에코 챔버'나 '필터 버블'을 강화하는 현상은 이러한 '인간사의 물리학'을 기술적으로 가속화하는 현대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끊임없이 나뉘고 싸우는 것은 단순히 일부의 잘못이나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우리'를 확인하고 싶은 심리적 본능, 사소한 차이에 집착하는 나르시시즘, 그리고 신념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실존적 욕구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피하기 어려운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운동 법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